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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파생상품

기초자산의 가격이나 자산가치 지수의 변동에 의해 그 가치가 결정되는 금융상품


파생상품(derivatives)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환율이나 금리, 주가 등의 시세변동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미래의 특정시점에 특정가격으로 상품이나 주식, 채권 등을 거래하기로 계약하는 일종의 보험성 금융상품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선도(forward), 선물(futures)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알아봅시다. 채소도 매상 홍길동이 봄에 농부 변강쇠를 찾아가 가을 김장철에 배추를 포기당 1,000원에 10만포기 사기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가을이 돼 전국적인 배추 풍작으로 배추값이 포기당 500원으로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당초 계약한 게 있으므로 홍길동은 부득이 시중가격의 2배를 지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농부 변강쇠는 저절로 콧노래가 나올 테코, 채소도매상 홍길동은 마음이 상당히 불편하겠습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의 경우에는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될 거서입니다. 배추 흉작으로 공급량이 크게 줄어 배추값이 금값이 돼 2,000원으로 올랐다면 어떻게 될까? 농부 변강회는 울며 겨자 먹기로 1포기당 1,000원에 넘겨야 해서 화가 날 테고, 채소도매상 홍길동은 시중가의 절반에 배추를 사들이는 횡재에 입이 찢어질 지경일 것입니다. 위와 같은 거래를 '선도거래' 라고 합니다. 선도거래의 특징은 가격등락에 따라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이해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선물거래' 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실 선도거래와 선물거래는 매우 유사합니다. 선도거래가 홍길동과 변강쇠 두 사람 간의 사적인 계약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면, 선물거래는 정식 선물거래소에서 규격화된 상품을 대상으로 해 공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큰 차이점입니다.
그럼 이러한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위험회피의 성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가리켜 '헤지(hedge)' 라고 합니다. 앞서 홍길동과 변강쇠가 예에서 두 사람은 저마다 배추값 등락에 따른 손해를 피하기 위해 선도거래를 한 것입니다. 물론 거래의 특성상 한 사람이 이익을 보면 다른 사람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둘째, 차익거래로 이익을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홍길동이나 변강쇠 둘 중 한쪽은 당초 계약한 배추값에 비해 시중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면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퀴즈 하나 내겠습니다. 다음 중 역사상 파생상품을 활용해 가장 짧짤하게 돈을 번 사람은 누구일까?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일까? 아니면 헤지펀드의 귀재이자 억만장자인 조지 소로스일까? 정답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입니다. 흔히 '기하학의 아버지' 로 알려진 탈레스는 올리브기름을 짜는 압착기를 빌려서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탈레스는 올리브 농사가 엄청난 풍작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올리브유 압착기 소유주들한테 미리 일정금액을 지불하는 대신, 다가올 올리브 수확철에 압착기를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탈레스의 예상대로 그해 올리브 농사는 대풍이었고, 올리브유 압착기 수요가 폭증하자 탈레스는 엄청난 이익을 거뒀습니다. 탈레스는 이른바 '옵션거래' 로 대박을 친 겁니다.
파생상품은 수익을 추구하면서 위험을 회피하는 2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생상품이 과연 모든 위험을 필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갖춘 상품일까 정답은 '아니다' 입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범인 파생상품은 사실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의 부산물입니다. 금융공학은 수학적인 방식을 활용해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학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금융공학은 경영학과 산업공학, 응용수학, 컴퓨터공학 등 여러 학문이 어우러진 융합학문인셈입니다. 금융공학은 다른 학문에 비해 우리에게 그렇게 익숙한 분야는 아닙니다. 이 분야가 전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시기가 기껏해야 1990년대입니다. 전세계를 오랫동안 집어삼킨 동서냉전이 끝자자, 그 동안 무기개발 등 군수산업에 활용되던 응용수학, 컴퓨터 공학 전공자들이 은행과 증권 등 금융업계로 대거 진출했습니다. 이들이 금융시장에서 자신의 전공과 금융상품 간의 융합을 통해 만들어낸 것이 바로 파생상품입니다.
문제는 금융공학이 발달하면서 파생상품이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을 띠게 됐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파생상품 자체를 바탕으로 다른 파생상품이 생기거나 여러 종류의 파생상품이 섞여 새로운 파생상품이 창출되는 등 상품구조가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웬만한 파생상품 전문가들도 이와 같은 복잡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파생상품을 파는 사람도 상품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판매하는 이른바 불완전판매가 비일비재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반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도 파생상품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생상품과 관련한 사고가 끊어지 않자, 한국 금융당국이 파생상품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등 파생상품은 현재 금융권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략하고 있는 신세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상품 자체가 안고 있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파생상품에 눈을 돌리는 사람은 오히려 더 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저금리추세와 맞물려 파생상품이 다시 유행하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위험 이 뒤따른는 금융상품이지만 한 방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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