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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으로 재정의되는 인증서

 

1949년, 한 남자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려던 순간, 지갑을 집에 두고 온 것을 깨달았다. 그는 레스토랑 주인에게 자신을 유명한 사업가라고 소개하고, 마침 지갑을 두고 왔으니 곧 집에 들러 현금을 가져와 결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레스토랑 주인은 그를 알지 못했고, 믿을 수 없으니 식사비용을 지불해줄 수 있는 다른 사람을 부르라고 요구했다. 결국 그는 집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계산하여 와줄 것을 부탁했다.

 

위의 사례는 레스토랑 점주와 손님 간에 적용되는 '비잔틴 장군의 딜레마'라고 볼 수 있다. 레스토랑 점주 입장에서 손님의 차후 지불의지와 지불 능력이 있는지 판달할 수 없다. 현실에서 이런 경우를 해결하기 편리한 방법은 신뢰할 만한 제3자의 보증이다. 제3자가 손님의 지불 능력을 미리 판단하고, 차후 결제를 약속하여 레스토랑에 보증하는 것이다. 또는 제3자가 먼저 결제하고 추후 손님에게 비용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 위의 사례의 뒷부분을 애기해보자. 

 

 

그는 아내가 레스토랑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며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 외에도 이런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들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지갑을 두고 온 이유로 불편을 겪을 뿐이다. 이럴 때 현금이나 수표가 아닌 결제를 보조해줄 수 있는지 다른 수단이 있다면 어떨까? 그는 곧 생각을 실행에 옮겨 인근의 레스토랑들을 설득하여 외상을 보증해줄 수 있는 결제 수단을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최초의 신용카드인 다이너스 클럽이다.

 

이렇게 해서 신뢰할 수 있는 제3자, 신용카드가 탄생했다. 처음 신용카드사의 역할은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이 지불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증해주는 것이었다. 이후 온라인에서 신용카드가 사용되면서 판매되는 상품을 보장하고 인증해주는 '안전결제(escrow)'의 역할까지 담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지급결제 사업 분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의 핵심 역량은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여 인증해주는 것이다. 신용카드사의 등장으로 결제의 편의성이 증대됐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과거에 없던 불편함도 발생했다. 먼저 중개기관의 개입으로 결제수수료를 부담하게 되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계약 상태 등에 따라 다르지만 거래당 약 2% 수준이다. 그리고 결제금액이 카드사를 거쳐 3일 전후로 지급되기 때문에 현금 결제에는 없었던 정산 기간도 생겼다.

 

복잡한 공인인증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중개기관인 신용카드사 없이 구매자와 판매자를 인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블록체인이라면 가능하다. 구매자와 판매자의 거래 내역을 블록에 담아 처리하는 것으로 중개기관이 배제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거래뿐 아니라 금융기관이 중개하는 송금, 결제, 그리고 공인인증서까지 모두 블록체인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중개기관이 사라지거나 역할이 축소되면 그만큼 거래 비용과 시간이 절감된다. 그리고 이용 절차가 간소화되어서 사용자는 더 편리해진다. 모바일 시대를 살아가며 앞서 언급한 송금, 결제, 공인인증서 중 가장 불편한  서비스는 무엇인가? 블록체인으로 가장 먼저 개선 되어야 할 분야는 바로 공인인증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공인인증서로 인해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귀찮은 일을 겪어야 한다. 만료 30일 전에 갱신해야 하고, 은행 계좌를 여러 개 이용하는 경우에는 갱신된 공인인증서를 각각 등록해야 하고, 모바일 뱅킹 어플 역시 각각 다시 등록해야 한다. 삼성페이로 결제하고, 토스(Toss)로 송금하고, 심지어 은행을 방문하지도 않는 이런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불편함이다. 그럼에도 공인인증서가 사용되는 이유는 비대면 거래에서 사용자의 신분 증명과 거래에 동의했다는 사실을 증명하여 거래 자체를 부인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 공인인증서 개념에 블록체인 기술을 더하여 편의성을 증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중 먼저 블록체인을 통한 인증서 서비스를 서두르는 곳은 증권업계다. 금융투자협회와 금융투자회사 25곳, 블록체인 기술업체 5곳으로 구성된 '금융투자업권 블록체인 컨소시엄' 은 2017년 10월에 블록체인 기반의 범용 공인인증 서비스를 도입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인증서를 이용할 경우 최초 등록된 인증서가 각 증권사에 공유되기 때문에 증권사별로 여러 번 등록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리고 블록체인 인증서는 중앙 서버에 종속된 시스템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금융결제원, 코스콤 등의 인증기관의 시스템 오류 발생시 증권사의 시스템이 중단되는 일도 없다. 증권업계는 인증 서비스를 시작으로 주식 및 채권의 장외거래 및 결제 분야까지 블록체인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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