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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경제-공유지의 비극

모두가 공유하는 자원을 시장 기능에 맡겨두면 당세 대가 남용해 고갈시킬 우려가 있다.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 있는 화장실은 대부분 지저분합니다. 국립공원에서도 여기저기에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비가 온 후에 강에 몰래 폐수를 버리는 기업체도 있고, 연안 어장에서 촘촘한 그물로 치어(알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어린 물고기)까지 잡아 어자원을 고갈시키는 행태도 종종 벌어집니다. 그렇다면 공공장소 화장실이나 국립공원은 왜 지저분하고, 치어들은 어째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일까? 물론 낙후된 시민의식도 문제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일 자기 집 화장실을 지하철 화장실처럼 엉망진창으로 사용하고 방치한다면 당장 집에서 쫓겨날 겁니다.

만약 국립공원이 자기 집 마당이라면 쓰레기를 마구 버리거나 더럽힐 수 있을까?

옛날 어떤 마을에 누구나 가축을 풀어 키울 수 있도록 개방 된 땅이 있었습니다. 이 땅은 개인의 소유가 아닌 공동의 땅, 즉 공유지였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각자 자기 땅을 갖고 있었지만 아끼느라 사용하지 않고, 이 공유지에 자신들이 기르는 가축을 가능한 한 많이 풀어놓았습니다. 아무런 비용도 부담하지 않고 넓은 목초지에서 가축에게 신선한 풀을 마음껏 먹일 수 있었습니다.

각 농가는 이 공유지의 신선한 풀이 자신과 다른 농가의 가축을 모두 기르기에 충분한지 걱정하기보다는 공유지에 방목 하는 자신의 가축 수를 늘리기에만 급급했습니다. 주민들의 이러한 이기적인 행동으로 공유지는 곧 가축들로 붐비게 됐습니다. 먹을 만한 풀이 하나도 없는 황량한 땅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미생물학자 가렛 하딘이 1968년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기고한 논문인 [공유지의 비극]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경제학자도 아닌 미생물학자 하딘의 이론이 경제분야에서 큰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딘은 공유지의 비극 이론에서 인구가 많지 않을 때는 땅, 바다, 호수, 늪처럼 공동으로 소유하는 공유지(경제용어로는 '공공재'라고 합니다)가 넉넉해서 설령 오염되더라도 자정 능력이 충분해 회복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인구가ㅓ 팽창하고 개인이 공유지로 얻을 수 있는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하면 결국 공유지는 파괴됩니다. 이는 개인은 물론 전체 공동체에도 손해입니다.

하딘은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해 "개인의 자유는 무한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필요를 반영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강제성도 동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도 있지만, 개인의 이익으로 인해 공공의 이익이 훼손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공의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세금을 매기고, 공유지를 살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주면 됩니다. 국립공원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부과하면 됩니다.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발생하는 환경훼손 비용을 그들에게 전가시키기 위해서입니다.

 

199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영국의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는 공유지에 이처럼 재산권이 명확하게 확립되면, 경제주체들이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코스의 정리(Coase theorem)를 발표했습니다.

공유로 두기보다는 재산권 확립을 통해 사유로 전환하는 것이 공유지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호수에 사유재산권이 확립되면 수질오염을 막기 위한 CCTV 설치 등 엄격한 관리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지금 당장 코스의 주장대로 공공재를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소유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끓임 없이 공유지의 비극을 낳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코스의 주장은 충분히 눈여겨볼 만한 대목입니다.

 

 

 

 

 

모라토리엄

채무 지불유예, 재무 지불을 일정 기간 유예하겠다고 선언하는 것

모라토리엄(moratorium)은 우리말로 하면 '채무 지불유예'입니다. 지불해야 하는 채무를 유예한다는 것은 국가(와 기업)가 부채(빚)를 갚아야 하는 시점이 됐지만 그 액수가 너무 커서 일시적으로 부채상환(빚 갚기)을 연기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업이 부도 선언을 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처럼, 한 국가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법정관리 격인 리스케줄링 작업에 들어갑니다. 리스케줄링이란 '채무를 재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채무국과 채권국 간에 협상이 시작됩니다. 보통 채무 삭감, 이자감면, 상환기간 유예 등에 대해 협상합니다. 또한 이 기간 동안 해당 국가의 기업들은 예금지불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자금이 충분하지 못한 기업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져서 연쇄부도가 날 확률이 높습니다.

 

한 국가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돈 문제에서 두 손이 꽁꽁 묶이는 신세가 됩니다. 또 국제사회에서 신뢰성과 장래성이 추락하기 때문에 자금을 얻어 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외상거래는 꿈도 꿀 수도 없고, 모든 거래에서 현금결제를 해야만 합니다.

그럼 디폴트(default)는 모라토리엄보다 조금 나은 것일까? 아닙니다. 모라토리엄이 빚 갚는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것이라면, 디폴트는 '빚에 대한 원금이나 이자를 도저히 지불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즉 '채무불이행' 상태입니다. 한마디로 배 째라는 것입니다. '디폴트 = 국가(기업) 파산'인 셈입니다.

모라토리엄과 디폴트는 결코 옛날 애기가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가 2016년 4월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푸에르토리코입니다. 미국 자치령 중 하나인 푸에르토리코는 83조 원의 빚에 푸에르토리코는 2015년부터 720억 달러(약 83조 3,100억 원)에 이르는 부채에 시달리며 미국에 수차례 부채를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모라토리엄을 선 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재정 위기에 처한 푸에르토리코는 2017년 5월에 디폴트를 신청했습니다.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의 파산 규모는 720억 달러로, 지금까지 미국 지방정부 가운데 파산규모가 최대였던 2013년 디트로이트의 180억 달러(약 20조 3,400억 원)를 크게 앞질렀습니다.

우리나라의 지자체도 모라토리엄을 맞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경기도 성남시는 이른바 '국내 제1호 모라토리엄'이라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성남시는 방만한 예산집행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부족으로 2010년 7월 12일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습니다. 성남시는 당시 7,285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었습니다. 성남시는 그 후 3년 6개월 만인 2014년 1월 모라토리엄을 졸업했지만, 국내 지자체도 방만하게 경영할 경우 모라토리엄과 같은 위기를 겪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습니다.

 

 

 

 

 

승자의 저주

인수합병에 성공한 기업이 이후 주가가 하락하거나 경영이 어려워지는 등 후유증을 겪는 것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승리한 것이 오히려 저주스럽다는 뜻의 '승자의 저주(winner's curde)'라는 말이 있습니다.

승자의 저주를 이해하려면 고대 역사에서 '피로스 왕의 승리'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 겸 저술가인 플루타르코스(우리에게는 영어식 발음인 '플루타크'로 알려져 있습니다)가 쓴 《영웅전 》에 따르면, 피로스는 기원전 3세기 고대 에피루스 왕국의 왕입니다.

피로스 왕은 기원전 280년에 2만 5,000여 명의 군대를 이끌고 로마를 침공해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이에 따른 희생은 컸습니다. 병사 가운데 70%가량을 잃고 만 것입니다. 결국 피로스 왕의 승리는 이익이 별로 없는 승리, 즉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승자의 저주는 피로스 왕의 승리와 같은 것을 가리키며, 다른 말로 '피로스의 저주'라고도 합니다. 즉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 승리를 거뒀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어 결과적으로 손해가 큰 것을 말합니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가 1992년 《승자의 저주》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은 사례가 있습니다. 2015년 7월,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입찰에서 승리한 한화그룹의 갤러리아 면세점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당시 입찰에는 롯데면세점, 신세계 DF, 이랜드 등 5곳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사업권을 쟁취한 것은 갤러리아 면세점과 HDC신라면세점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입찰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인 관광객 급증에 따른 면세점 사업의 꾸준한 성장세로 미뤄 볼 때 상당한 금액이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면세점 신규 업체는 사업계획서와 경영 능력, 구역 관리 역량 사회 발전 공헌도 등 다양한 요소로 평가해 선정합니다. 잘 받기 위해 뒤늦게 기부활동에 힘쓰는 기업들도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시내 면세점 유치는 기업들의 숙원 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치열한 경재을 뚫은 갤러리아 면세점을 승자의 저주 사례로 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면세점 낙찰 이후 실적 부진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2014년까지만 해도 갤러리아 면세점의 영업이익은 334억이었지만, 2015년 12월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매출 하락세를 보여 2016년에는 영업이익 12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서울 시내 면세점 간의 지나친 가격 경쟁과 마케팅 비용이 그 유로 손꼽힙니다. 최근 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어서 면세점의 적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승자의 저주는 경매나 기업 인수합병(M&A)에서도 많이 인용됩니다. 기업이 인수 경쟁에 몰입하다 보니 적정가치를 크게 웃도는 금액을 지불하게 되고, 그 결과 인수로 인한 서너 지 효과는 별로 얻지 못하고 오히려 인수자금을 마련하느라 손해를 보는 겁니다. 아래 표는 기업 인수합 져으로 인해 승자의 저주에 빠진 기업들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피인수업체 대우건설, 결과는 대우건설 재매각, 대한 통 안 매각, 동부그룹 피인수업체 아남반도체 결과 자회사 매각 추진 등등 승자의 저주 사례가 있습니다.

 

 

 

 

승자의 저주를 떨쳐버린 사례도 있습니다. SK그룹의 반도체 업체 SK하이닉스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SK하이닉스는 현대그룹이 1983년에 세운 '현대전자산업'의 엣 이름입니다. 현대전자산업은 창립 6년 만에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냈지만, 1999년 외환위기 직후 LG반도체와 합병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당시 두 회사가 한 몸이 되면서 회사가 떠안은 빚이 무려 15조 원이 넘었습니다.

종합 전자회사였던 현대전자산업은 '메모리 반도체 전문 기업으로 회사의 체질을 바꾸기로 하고, 당시 운영하고 있던 메모리 반도체 이외 사업부문을 모두 팔아 치우고 현대 그룹으로부터 분리했습니다. 또한 2001년 3월 회사 이름을 '하이닉스 반도체'로 바꿨습니다.

그러나 하이닉스반도체의 앞길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의 반도체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하이닉스반도체는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에 최태원 SK회장은 2011년 약 3조 4,000원에 하이닉스 반도체를 인수하며 회사 이름을 'SK하이닉스'로 바꿨습니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SK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가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SK하이닉스는 인수 이듬해인 2012년 2,273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최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슈퍼호황'에 힘입어 눈부신 실적 성장을 이뤄 명실상부한 그룹 주력사로 거듭났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2분기 매출액이 10조 3,705억 원, 영업이익이 5조 5,739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습니다. 이는 2017년 2분기에 비해 매출액은 55%, 영업이익은 82.7% 급증한 성적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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