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거래자의 변심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활용된다.

선물 거래자의 변심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활용된다.

 

선물 거래는 미래에 약정한 가격으로 거래를 이행하겠다는 계약이고 의무다. 그러나 선물을 거래하는 자는 헤저(hedger)이든 투자자이든 미래의 선물 가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약속을 이행할 의사를 상실할 수 있다. 헤저의 경우 현물 포지션에서 이익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면 헤지 목적으로 설정한 선물 거래를 이행하고 싶지 않을 것이며, 투자자의 경우에는 원래 전망했던 방향으로 가격이 움직이지 않아 손실이 예상될 경우 약속을 파기하고 싶을 것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선물거래에는 일종의 신용 위험이 수반되어 있고 이로 인해 선물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신용 위험의 문제를 해솔하기 위해 선물 거래소에서는 청산 시스템(clearing system)과 증거금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청산 시스템이란 선물 계약의 매도자와 매입자가 직접 거래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거래소가 각각의 상대방이 되어 주는 형식을 취한다.

그 덕분에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거래 상대방의 신용 위험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이 활발하게 거래에 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거래소가 선물 거래에 내재되어 있는 신용 위험을 무작정 끌어안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증거금 제도입니다. 증거금 제도는 모든 거래 참가자들이 계약을 확실하게 이행하도록 거래 개시 전에 소정의 증거금을 적립하도록 의무화하며 또 매일의 선물 가격 변동에 맞추어 증거금을 조정하도록 강제합니다. 이처럼 시세 변동에 맞추어 증거금 계정의 잔액을 하루하루 조정하는 것을 가리켜 일일정산(daily settlement)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한 거래자가 선물을 쇼트 포지션으로 가져갔는데 선물 가격이 계속 상승한다고 합시다. 거래자는 손실의 가능성이 크므로 계약을 파기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이런 신용 위험에 대비해 선물 거래소는 거래 개시 전에 소정의 증거금을 받아 둘 뿐 아니라, 거래가 개시된 첫날부터 이 거래자가 선물을 매도한 가격보다 당일의 종가가 높으면 그 차액만큼 증거금을 차감하고, 반대로 선물 가격이 하락해서 거래자에게 이익이 발생하면 그 차액만큼 증거금을 늘려준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면 전날의 종가와 당일의 종가를 비교해 그 차액만큼 증거금을 조정한다. 이처럼 포지션의 평가 손익에 맞추어 증거금을 매일 조정함으로써 계약 파기의 가능성을 봉쇄하는 것이 증거금 제도의 작동 원리입니다. 그런데 증거금 제도의 실제 운영 메커니즘은 꽤 복잡합니다. 거래 개시와  동시에 납입해야 하는 초기 증거금이 계약 기간 중에 최소한 유지되어야 하는 유지 증거금보다 높습니다.

만약 선물 가격이 불리하게 변동해 증거금 잔액이 유지 증거금 밑으로 떨어지게 되면 즉각 마진 콜이 발동되어 거래자는 초기 증거금 수준으로 추가 증거금을 납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거래 계정이 즉각 폐쇄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한 투자자가 CBOT에서 밀 선물 1계약을 부셸당 3달러에 매도했다고 합시다. 초기 증거금은 1 계약당 1000달러이고 유지 증거금은 750달러입니다. 따라서 거래 개시 전에 이 투자자는 증거금 계좌에 1000달러를 납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거래 당일 선물 가격의 종가가 3.05달러가 된다면, 이 투자자에게는 250달러(0.05달러x5000부셸)의 평가 손실이 발생한 셈이며, 그만큼 증거금이 차감되어 증거금 잔액은 750달러가 된다. 그러나 아직 유지 증거금 한도를 벗어나지 않았으므로 증거금을 추가로 납입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그다음 날 선물 가격이 3.15달러로 상승한다면 이 투자자는 전날에 비해 500달러(0.10달러x5000부셸)의 평가 손실이 발생한 셈이며, 그에 따라 증거금 잔액은 750달러에서 250달러로 줄어든다. 문제는 증거금 잔액이 유지 증거금 수준인 750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입니다. 이때 거래소는 투자자에게 즉각 마진 콜을 발동해 증거금을 최초 증거금 수준으로 맞출 것을 요구하므로, 투자자는 750달러를 추가 적립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증거금 제도를 운영하면 거래소는 투자자의 신용 위험을 전면 차단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