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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경제

적대적 인수 합병

블랙데블 2022. 5. 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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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인수·합병

 

인수·합병은 주로 매수 측의 의사에 의해 개시된다. 매수 측은 투자은행을 고용해 매수 희망 가격을 산정하고 표적이 되는 기업의 경영자를 접촉한다. 표적 기업으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이 나오면 인수·합병이 무리 없이 성사된다. 물론 수차례에 걸쳐 가격 협상을 벌여야 하며, 양 기업의 이사회에서 각기 승인을 얻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양사 주총에서 2/3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큰 무리 없이 진행된다면 오 호적 인수·합병이 성사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인수·합병이 반드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표적 기업의 경영자가 인수·합병을 원치 않을 경우 매수 측은 적대적 인수·합병을 감행해야 한다. 적대적 인수·합병은 매수 측이 시장에서 은밀게 주식을 매집하면서 시작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지배권을 장악하는 수준으로 주식을 취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적대적 매수를 시도하는 자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유형은 T. 분 피킨스(T. Boone Pickens) 같은 그린메일러(greenmailer)다. 그린 메일러는 적대적 매수를 기도하지만 사실상 회사를 경영하는 데는 관심이 없는 자다. 그저 대량으로 주식을 매점한 후 경영권을 지키고자 하는 표적 기업과 담판을 벌여 높은 값에 주식을 되파는 데만 관심이 있다. 

 

둘째 유형은 KKR과 같은 사모 펀드로서 재무적 매수자(financial buyer)다. 재무적 매수자는 표적 기업을 매수해 경영권을 장악한 후 유능한 경영자를 스카우트해서 경영을 맡긴다.

그리고 구조 조정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 후 마땅한 전략적 매수자에게 매각하거나 주식 시장에 재상장하는 방식으로 자본 이득을 취하는 것이 목표이다. 

셋째 유형은 전략적 매수자(strategic buyer)다. 전략적 매수자는 자신의 사업과 새로운 사업을 결합시켜 시너지를 일으키는 데 관심이 있는 자로, 자력으로 신규 사업에 진출할 경우 오랜 시간이 소요되므로 시간을 절약할 목적으로 매수를 추진한다.

 

이 세가지 유형 중에서 그린 메일러의 행위는 속임수이자 부당한 행위이며 기업 가치를 증대시키는데 기여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재무적 매수자나 전략적 매수자의 행위는 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재무적 매수자는 현재의 주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문제 삼아 다음과 같은 논리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다. "현재의 경영자로는 회사가 충분한 이익을 낼 수 없고 기업 가치가 향상되지 않는다. 우리에게(또는 우리가 선임한 경영자에게) 회사를 맡기면 회사가 더 큰 이익을 내서 주주에게 보답할 수 있다." 한편 전략적 투자자는 "시너지가 나오지 않는 회사를 잘못 사들이면 우리 회사의 주가가 떨어져 우리 자신도 적대적 매수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그런 우리가 적대적 매수를 추진하는 것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시도라는 방증이다."라는 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다.

 

◆ 5% 룰과 주식 공개 매수 ◆

표적 기업의 경영자가 인수·합병에 반대하면 적대적 인수·합병이 된다. 이때 매수 측은 표적 기업의 주식을 은밀하게 매입하기 시작하는데, 이를 '발판(toehold) 다지기'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1968년 월리엄스법(Williams Act)이 재정되어 매수 측이 표적 기업의 주식을 5% 매입한 시점으로부터 10일 이내에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식 대량 매입의 사유, 주식 보유량 등을 상세하게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5% 룰이라고 한다. 매수 측이 궁극적으로 매수 의사가 있다면 바로 이 룰이 적용되는 시점에서 이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 안 된다. 더 이상 비밀리에 주식을 매집할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5% 공시 이후 표적 기업이 전격적으로 매수될 가능성을 반영해 표적 기업의 주가가 오르기 시작할 것이므로, 매수 측은 5% 매입한 시점으로부터 공시 마감 시한인 10일 이내에 가급적 많은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게 된다. 물론 매수 측은 5% 공시 룰에 따라 매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후에도 계속해서 주식을 매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주식을 매집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매수측 주식 공개 매수(TOB)의 방법을 따른다.

주식 공개 매수는 현재 주가에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을 붙여 시장 밖에서 주식을 공개 매입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전략이다. 이때 매수 측은 자신이 희망하는 주식을 매입 비율을 미리 밝혀야 한다. 예를 들어 매입 비율을 50%로 선언했는데 모든 주주가 응모할 경우, 응모주 2주 중 1주 만을 매수해야 한다.

 

윌리엄스 법에 따르면 공개 매수는 최소 20일간의 응모 기간이 허용된다. 표적 기업의 입장에서는 바로 20일의 기간이 방어책을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이다. 예를 들어 표적 기업은 여러 논리를 개발해 현 주주들에게 공개 매수에 응하지 말 것을 촉구할 수도 있으며, 보도 자료를 통해 공개 매수의 부당성을 알리고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도 있다. 이것만으로 상황 진압이 어려울 경우 표적 기업은 우호 관계에 있는 기업들을 접촉해 매수 전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기도 한다. 이렇게 주어진 20일이 경과하고 나면 공개 매수는 종료되고, 매수 측은 모집한 주식이 지배권을 확보하기에 충분한지 검토한다. 

지배권 확보에는 50% 이상의 지분율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주주가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는 초대형 기업의 경우에는 20% 정도의 지분만으로도 지배권을 장악할 수 있다. 지배권은 다소 모호한 개념이지만, 쉽게 생각하면 이사회에서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기존 이사진중에는 매수 측에 우호적인 자가 있을 수 있으므로 2~3명의 이사를 신규로 임명할 수 있는 정도의 지분율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지배권 장악에 성공할 수도 있다.

따라서 매수 측에 필요한 유효 지분율은 일정하지 않다. 이렇게 유효 지분율을 확보해 이사회를 장악하게 되면, 매수 측은 잔여 지분까지 모두 인수할 목적으로 합병을 제안할 수 있다.

이미 이사회가 우호적으로 바뀌었으므로 이때부터는 적대적 인수·합병이 우호적 인수·합병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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