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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경제-통통한 손가락 때문에 재앙이 벌어진다 팻 핑거

주식 매매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로 생기는 큰 손해를 일컫는 말

 

얼마 전 삼성증권은 배당금을 놓고 한바탕 소동을 겪었습니다. 삼성증권은 조합원들에게 한 주당 배당금 1,000원을 입금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조합원 계좌에 입금된 것은 주당 1,000원이 아닌 주식 1,000주였습니다. 직원의 실수로 주당 1,000원이 아닌 1,000주(약 3,800만 원)의 주식이 지급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원래 지급되어야 할 배당금 28억 1,000만 원이 아닌 28억 1,000주가 조합원들에게 입금된 것입니다. 28억 1,000주는 현금으로 따지면 112조 원에 달하는 큰 금액입니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몇몇 조합원이 배당 사고로 잘 못 입고된 주식 중 501만 주를 주식시장에서 매도해 돈을 챙기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졌습니다.

이 처럼 증권업계에서 직원이 가격이나 주문량을 잘 못 입력한 것을 팻 핑거(Fat Finger, 뚱뚱한 손가락) f라고 부릅니다. '뚱뚱한 손가락' 은 증권사 직원이 주식을 매매할 때 굵은 손가락 때문에 가격 등을 잘못 입력해 증권사나 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사건을 말합니다. 직원의 실수로 회사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입니다.

 

 

 

 

 

팻 핑거로 인한 사건을 몇 가지 더 알아볼까 합니다. 2005년 일본에선 미즈호증권의 직원이 한 주당 61만 엔(약 600만 원) 짜리 주식을 1엔(약 10원)에 내놓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여파로 도쿄 증시는 폭락했고, 미즈호증권은 엄청난 양의 주식을 회수하기 위해 약 400억 엔(약 4,000억 원)의 손해를 봤습니다.  미국 금융시장도 2010년 5월 6일 한차례 홍역을 치렀습니다. 당시 한 투자은행 직원이 거래 단위로 M(Million, 백만)이 아닌 B(Billion, 10억 원)를 누르는 '팻 핑거'를 범해 미국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장 마감을 15분 남기고 9.2%가량 폭락하는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팻 핑거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순식간에 폭락하는 것을 흔히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라고 부릅니다. 플래시 크래시는 '갑자스런 붕괴'라는 뜻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사례로 든 팻 핑거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봅시다. 팻 핑거를 직원의 손가락 탓으로만 봐야 할까? 실수가 아닌 일확천금을 노린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결과물일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팻 핑거가 기층(基層)에 깔려 있는 인간의 어두운 욕망 때문에 발생했다면, 신뢰를 먹고사는 금융권으로서는 치명타나 다름없습니다.

 

앞서 설명한 삼성증권의 '팻 핑거' 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삼성증권 직원은 황당 사고를 일으킨 데 그치지 않고 잘못 배당된 주식 중 500만 주가량을 급히 팔아치워 주가급락 사래를 초래했습니다. 매번 사람의 실수 타령만 할 수는 없습니다. 필요하면 아너 코드(Honor Code, 명예 규율)를 도입해 팻 핑거를 제도적으로 막는 해법도 고민해야 합니다.

아너 코드는 구성원의 엄격한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갖추고 명예 규율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경우,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일부 대학이 아너 코드를 도입해 실천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금융권이 아너 코드와 같은 윤리강령을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작은 구멍에 의해 거대한 댐이 무너지듯이 개개인들의 작은 거짓말과 사소한 부정행위가 전체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삼성증권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오각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증권의 팻 핑거 재발 방지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한방에 갈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베어링은행과 미즈호증권의 쓰라린 교훈을 잊지 말라는 애기입니다. 

우리 금융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 최근 팻핑거 보완책을 마련했습니다. 금융당국은 팻 핑거를 막기 위해 대량 매매 준문 한도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또한 배당 지급도 지금까지 증권사 직원이 해온 수작업 방식에서 탈피해 전산시스템으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금융당국의 제도적 보완으로 자본시장 신뢰를 무너뜨린 팻 핑거가 하루빨리 사라져야겠습니다.

 

 

 

 

 

이익을 위해서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행동주의 투자자

지분을 사모은 후 경영권에 개입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투자자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린 외국의 한 회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였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막기 위해 각종 소송을 제기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성공했지만 이 사건은 외국계 기업이 우리나라의 기업에 언제든 '감 놔라 배 놔라'의 지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 됐습니다. 우리나라도 언제든지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같은 행동주의 투자자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행동주의 투자자는 특정 기업 지분을 사들이고 경영권에 개입해 지배구조 변화나 주주배당 확대 등을 적극 요구해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투자자를 뜻합니다.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자로는 '칼 아이칸' 이 있습니다. 한동안 미국 재계에는 칼 아이칸의 이름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아이칸이 미국의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에 자회사인 페이팔의 분사를 강력하게 요구한 사건 때문입니다. 칼 아이칸은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투자자입니다.

 

페이팔은 지난 2002년 말 이베이가 인수한 온라인 결재 서비스 회사입니다. 온라인 결재가 일반화되면서 이베이의 핵심사업인 온라인 상거래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이로 인해 페이팔은 2013년 4분기에 18억 4,000만 원 달러의 수익을 올려 이 기간 이베이 총수익의 41%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페이팔은 온라인 외에도 오프라인 매장까지 결제사업을 확대할 방침이었는데, 온라인을 고집하는 이베이의 정책과 부딪혔습니다. 그러자 이베이 지분 2.2%를 보유하고 있던 아이칸은 페이팔의 독립이 이베이와 페이팔 둘 다를 위해 좋다며 페이팔의 분사를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결국 2014년 10월 이베이는 아이칸의 요구에 따라 이베이 분사를 최종 결정했습니다. 이러한 이베이의 결정은 '해동 주의 투자자' 들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습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이러한 투자철학을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라고 합니다. 즉 주주들이 회사 경영방식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입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기존의 소극적 투자방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투자방식을 선호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기존에는 기업의 미래 실적을 분석하고 예측해 투자하는 방식이 주종을 이뤘다면, 이제는 직접 경영에 개입하고 기업의 미래실적을 바꿔 적극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겁니다.

이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공세에 미국 대기업들도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한 예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013년 투자회사 해지펀드 밸류 액트에 이사회 의석을 제공하는 협약을 맺었습니다.

밸류액트가 MS 지분을 0.8%(약 22억 달러) 사들이고 나서 경영에 본격 참여하겠다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는 밸류액트에 이사회 의석 하나 늘 내줬고, 그 대가로 밸류액트는 회사 지분을 5% 이상 매입하지 않고 경영간섭을 자제할 것에 합의했습니다.

 

P&G도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입김에 몸살을 앓았습니다. 2010년 이후 P&G는 경쟁사 유니레버에 밀리면서 실적이 부진해졌습니다. 2010년 이후 13분기 중 9회나 매출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하자, 투자자들은 P&G가 보유한 200여 개의 브랜드 중 수익성 높은 브랜드에만 집중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결국 2014년 8월, P&G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비핵심 브랜드 매각을 발표했습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입김이 기업의 브랜드를 제거할 만큼 막 각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늘 기업의 발목을 잡기만 할까? 아닙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기업 투명성과 주가를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자료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이들이 언제 어떻게 뒤통수를 때릴지 모르기 때문에 경영권 보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주식을 소유한 주주가 기업 경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한국 기업문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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