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내기 싫으면 아일랜드로 가라 더블 아이리시

세금 내기 싫으면 아일랜드로 가라 더블 아이리시

아일랜드의 세법을 이용해 글로벌기업이 아일랜드에 2개의 법인을 세워 세금을 줄이는 기법

회계용어에 '더블 아이리시(doble Irish)' 라는 것이 있습니다. 정확한 표현은 '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 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음식 이름일까요? 이용어는 다국적기업이 법인세를 낮추기 위해 쓰는 세금회피기법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이런 용어가 탄생했을까요? 더블 아이리시는 아일랜드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2개 법인을 뜻합니다. 더치 샌드위치는 네덜란드(dutch) 법인 1개를 더블 아이리시에 끼워넣어 만드는 것을 뜻 합니다. 즉, 아일랜드 기업 2개를 빵이라고 생각한다면 네덜란드 법인은 그 사이에 들어가는 치즈로, 결국 샌드위치가 되는 것입니다. 더블 아이리시는 해외사업 총괄법인을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만든 뒤 자회사 로열티라는 형태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다시 한번 버뮤다 등 조세피난처로 옮겨 납세액을 줄이는 방식을 말합니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12.5%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더블 아이리시는 정확히 어떻게 이뤄질까?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다국적기업 A는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법인세율이 최저인 아일랜드에 설립한 법인에 송금합니다. 이후 아일랜드 법인은 이 돈을 네덜란드 법인에 배당금 형태로 넘깁니다. 그 이유는 아일랜드 정부가 배당금 지급 후 남는 수익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부과하고, 네델란드는 아일랜드 못지않게 법인세율이 25%로 낮기 때문입니다. 배당금을 받은 다국적 기업 A의 네덜란드 법인은 이 돈을 조세피난처인 버뮤다나 버진 아일랜드 등에 있는 법인으로 옮겨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수법을 쓰고 있습니다.

아일랜드의 조세정책은 속지주의입니다. 속지주의는 국가나 사람에 대한 법의 효력이 자국 영역의 기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에 따라 조세피난처에 있는 아일랜드 자회사는 본사인 네덜란드 법인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세금의 거의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에 유명 다국적기업들은 더블 아이리시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과 스마트폰 제조업체 애플,.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 컴퓨터제조업체 IBM, 데이터베이스 전문업체 오라클 등이 더블 아이리시를 통해 짭짤한 재미를 본 대표적인 기업들입니다. 구글은 2011년 버뮤다의 한 회사로 98억달러의 수익을 이전해 20억달러의 소득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버뮤다로 흘러들어간 수익금은 2011년 구글 전체 세전이익의 약 80%에 해당합니다.

애플도 더블 아이리시를 통해 2012년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의 2%만 세금으로 냈습니다. 미국 법인세율(35%)과 비교하면 거의 껌값 수준의 세금입니다. 애플은 아일랜드 정부가 속지주의를 적용한 점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즉 아일랜드가 기업이 조세피난처에 자회사를 설립해도 이를 인정하고 이전가격(transfer price)에 과세하지 않는 나라라는 점을 적극 활용한 것입니다. 이전가격은 다국적기업이 모회사와 해외 자회사 간에 원재료나 제품 용역에 대한 거래를 할 때 적용하는 가격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다국적기업이 세금부담을 덜기 위해 이전가격을 조작해 조세회피 방법으로 이 방식을 사용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주요 글로벌기업들의 세금회피가 본격화되자 미국과 유럽연합은 주요 세수원이 줄어들어 국가제정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아일랜드에 더블 아이리시 폐지를 요구했고, 압박을 이기지 못한 아일랜드 정부는 2014년 결국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더블 아이리시는 2020년 전면적으로 폐지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아일랜드의 재정에 큰 타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여전히 유럽에서 가장 낮은 12.5%의 법인세율을 시행하고 있고, 기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서 기업들이 쉽게 아일랜드를 떠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