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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지 없는 인수 합병은 허구다.

 

인수·합병의 기본 전제는 시너지다. 따라서 인수·합병을 추진할 경우 시너지의 원천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시너지가 보이지 않는데도 인수·합병이 이뤄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옳지 못한 명분을 내서워 인수·합병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이런 인수·합병은 당장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지 않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그 한 예는 주당 이익(earnings per share, EPS) 개선 효과라는 허구이고, 다른 예는 다각화(diversification) 논리에 숨겨진 허구성이다.

 

① 인수 합병 후 주당 이익이 개선됐다.

시너지가 없는데도 인수·합병을 통해 주당 이익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데 투자자들이 이를 기업 가치가 증대한 것으로 오판하기도 한다. 가상의 예를 들어 이 점을 분명히 하기로 합니다.

주식 자본만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있는 '글로벌'과 '리저널'이라는 두 회사가 있다.  다음 표에서 보듯이 합병 전 두 회사의 주당 이익은 공히 1달다. 즉 이 두 회 사는 각기 100달러의 순이익을 내고 있고 현재 주식 수가 100주이므로 한 주당 1달러의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 두회사의 현재 주당 익 창출력은 같은데 두 회사의 주가는 크게 다르다.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업종에 속한 글로벌의 주가는 25달러이며, 전통적 제조업체인 리저널의 주가는 10달러에 불과하다. 두 회사의 이익 창출력은 현재는 동일 하지만 미래에는 크게 다르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가를 주당 이익으로 나눈 주가 이익 배수(price-earnings ratio, PER)에서 두 회사는 큰 차이가 난다. 

글로벌의 현재 이익 창출력인 주당 1달러에 대해 25배의 주가를 부여하고 리저널의 현재 이익 창출력인 주당 1달러에 대해서는 10배의 주가만을 부여했다는 뜻이다.

                                합병전 글로벌              합병전 리저널               효율적 시장          합병후글로벌 비효률적시장
주당이익 EPS 1.00달러 1.00달러 1.43달러 1.43달러
주가 25.00달러 10.00달러 25.00달러 35.71달러
주가 이익 배수PER 25배 10배 17.5배 25배
주식 수 100주 100주 140주 140주
순이익 100달러 100달러 200달러 200달러
기업 가치 2500달러 1000달러 3500달러 5000달러

 

그런데 글로벌이 리저널을 흡수 합병하기로 했다. 합병에 따른 시너지는 일체 없다고 가정합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합병후 글로벌의 기업 가치는 두 회사의 기업 가치를 단순히 합한 것과 같아야 한다. 즉 합병 후 기업 가치는 3500달러다. 이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글로벌은 주당 25달러의 주식을 신규 발행해서 주당 10달러의 리저널 주식을 모두 인수해야 하므로 주식교환 비율은 5대 2이다. 

따라서 글로벌은 40주의 신주를 발행해서 리저널의 주식 100주를 모두 인수하게 되므로, 합병 후 글로벌의 총주식 수는 140주가 된다. 이때 합병 후 글로벌의 주가는 합병 후의 기업 가치를 합병 후의 주식 후로 나눈 것과 같으므로 25달러가 되어 합병 후 주당 이익은 1달러에서 1.43달러로 높아지고, (200/140) 주가 이익 배수는 25배에서 17.5배로 하락한다.(25/1.43)

 

그러면 합병으로 인해 왜 주당이익은 높아지고 주가 이익 배수는 낮아진 것일까? 주당 이익이 높아진 것은 글로벌이 주가가 높으므로 주식을 40주만 발행해 주가가 낮은 리저널 주식 100주를 매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리저널을 인수함으로써 글로벌의 순이익 규모는 두배가 되었으나, 주식 수는 100주에서 140주로 40%만 증가했으므로, 순이익을 충주식 수로 나눈 주당 이익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합병 후 글로벌의 주가 이익 배수가 낮아진 것은 글로벌이 미래의 이익 창출력이 떨어지는 리저널을 인수함으로써 합병 전보다 이익 창출력이 하락했다고 주식 시장이 평가한 것이다. 이상과 같이 합병의 시너지가 없으므로 기업 가치의 합계가 증가하지 않았다고 시장이 평가하면 그 시장은 효율적인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항상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리저널을 인수함으로써 글로벌의 주당 이익이 1달러에서 1.43달러로 증가했다는 사실만을 두고 시장이 착시 현상을 일으켜 글로벌의 이익 창출력이 증가한 것으로 오판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글로벌의 주가 이익 배수는 그대로 25배라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합병 후 글로벌의 기업가치는 주가 이익 배수에 순이익을 곱해 5000달러로 뛰어오르고(25x200) 주가도 덩달아 35.71달러로 수직 상승할 수 있다.(5000/140) 시너지가 없는데도 주당 이익이 높아졌다는 이유만으로 합병 후 기업 가치와 주가가 각각 5000달러, 35.71달러로 뛰어오른 것이다.

이를 가리켜 주당 이익의 연금술이라고 한다. 주식 시장 참가자들이 합병 후 미래 이익 창출 능력을 따지지 않고, 전체 주식수의 감소로 인해 기계적으로 높아진 주당 이익에 현혹된 것이다. 이처럼 주당 이익 개선 효과가 요주의 사항임에도 현실에서는 주당 이익을 높이는 방식으로 인수·합병을  반복적으로 시도해 가공의 주가 상승을 끌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식으로 시장을 속이는 방식의 인수·합병은 시너지에 기초하지 않은 것이므로 결국 주가 폭락으로 귀결된다.

 

②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

흔히 사업 다각화를 인수·합병의 명분으로 삼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주식 시장의 관점에서 볼때는 사업 다각화 그 자체만으로 기업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사업 다각화는 상관관계가 낮은 사업에 진출하는 것으로 기업의 전체적 위험을 낮추는 데는 기여하지만, 이때 낮아지는 위험은 기업의 고유 위험(비체계적 위험) 일뿐 시장 위험(체계적 위험)이 아니다. 이처럼 기업이 스스로 고유 위험을 낮추는 것은 주식 투자자의 입장에서 볼 때 특별히 가치 있는 해동이 아니다. 주식 투자자는 스스로 포트폴리오의 구성 종목을 다변화함으로써 기업의 고유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으므로, 기업이 사업 다각화를 통해 고유 위험을 분산하는 것에 별다른 가치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면 기업의 전체적 위험 수준이 낮아져 기업의 부채 동원 능력이 확대되고 이로인해 절세 효과가 높아진다. 이러한 이득에 대해서는 이미 시너지 효과의 원천으로서 설명한 바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수·합병을 통해 수당 이익이 증가했다고 해서 혹은 사업 다각화로 인해 기업의 전체 위험이 낮아졌다고 해서 기업 가치가 저절로 증대하는 것은 아니다.

인수·합병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허황된 논리로 인수·합병을 정다화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시너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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