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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은행 대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로도 알 수 있듯이 금융 시장, 자본 시장의 발전이 크게 지체되어 있습니다. 즉 금융의 시장화가 미흡하다. 그런 가운데 국유 기업의 존재감이 여전히 매우 크며, 이들은 재원 조달을 위해 국유 은행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의 금융은 개혁 개방 이후에도 이를테면 국가의 지령에 의해 금융 자원을 배분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 주된 이유는 사유 재산 제도와 사법 제도가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민간의 금융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대출자와 차입자 간에 가로놓인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를 해결하는 전형적인 방법은 회계제도를 정비해 정보의 신뢰도를 높임과 동시에 채무 불이행 사태에 대비해 담보권을 설정하거나 엄격한 이행 의무를 부과하는 것입니다.

미국과 같이 금융이 발전한 나라에 공인 회계사와 변호사가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국과 같이 사회주의 잔재가 남아 있는 나라에서는 회계 제도, 사유 재산권 제도, 또 이를 집행하는 사법 제도의 발전이 미흡해서 문제가 됩니다.

특히 소유권의 소재가 분명치 않고 이를 분쟁이나 소송의 과정을 통해 정리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바로 이 때문에 민간의 대출자는 신뢰할 만한 차입자와 그렇지 못한 차입자를 분별하기가 어려워 금융 중개에 소극적이 됩니다.


이처럼 제도 발전이 뒷받침되지 못해 민간 스스로 정보 비대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사정에서는 국가가 직접 금융 자원의 배분을 담당하게 됩니다. 즉 국가가 자의적으로 성장 섹터 혹은 보호 대상의 섹터를 지정하고 이곳에 금융 자원을 투입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 방식은 경제적 합리성보다는 정치적 고려나 의사 결정자의 개인적 이해타산에 의해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배분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국가라면 당연히 공익을 추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실제 국가를 움직이는 것은 정치인이나 관료이며 이들은 예외 없이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개인일뿐 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그간 중국에서 공산당을 대신해서 자원 배분의 역할을 담당해 온 4대 국유 은행(공상, 건설, 농업, 중국은행)에는 막대한 부실 채권이 누적되었습니다.

고속 경제 성장 과정에서 신용 위험에 대한 엄격한 관리 없이 국유 기업에 막대한 대출을 감행한 결과입니다.

중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각 국유 은행별로 자산 관리 회사(asset management company, AMC)를 설립하고 국유 은행의 부실 채권을 대거 이양했습니다. 이로써 각 국유 은행은 클린 뱅크화했으며, 주식 공개가 이어져 국내외로부터 자기 자본을 확충함으로써 외견상 건전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그 결과 4대 국유 은행의 주식은 오늘날 외국인 투자자에게 극히 인기 있는 종목입니다.

그러나 자산 관리 회사에 부실 채권을 양도할때 어디까지나 장부 가격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부실의 실태는 불명확하며, 또 자산 관리 회사로 부실 채권을 넘겼다고 부실이 없어진 것도 아닙니다.

또 국유라는 은행의 소유 구조하에서는 언제든 대량의 부실 채권이 새로 발생 할 수 있는 여지가 큽니다.


막대한 외환 보유고의 숨은 사정


한편 중국의 외환 보유고가 이미 2조 달러를 넘어섰고 그 팽창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외환 보유고는 본래 수입 대금의 결제 또는 외화 차입금의 변제를 위해 국가가 예비적 목적으로 외화를 비축하는 것인데 중국의 사정은 다릅니다.

중국은 매년 무역 수지 흑자를 거두고 있고 이에 더해 위안화 절상을 기대해 투기 자본이 유입되고 있어 외환 보유고가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무역 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국제 자본이 유입된다고 반드시 외환 보유고가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유입되는 외화를 중국의 기업이나 금융 기관이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운용할  경우 외환 보유고가 축적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외환 보유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중국인민은행과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외환 시장에 개입해 위안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고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중국인민은행은 왜 막대한 규모로 달러를 사들이는 것일까? 그 일차적인 이유는 위안화의 빠른 절상을 막아 중국산 제품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외국산 농산품의 수입을 억제하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 중국처럼 무역 수지가 흑자인 상태에서 외자 유입이 많아지면 그 만큼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 위안화는 저절로 절상 압력을 받게 됩니다. 이것을 그대로 놔두면 중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어 연안 도시 지역의 발전이 지체될 수 있고 외국산 농산품이 밀려들어 와 중국 농촌이 더욱 피페화할 수 있으므로 중국 정부는 위안화 절상을 그대로 시장에 맡겨 둘 수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중국이 거대한 외환 보유고를 끌어안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무역 상대국들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위안화 환율을 더 빠른 속도로 절상시키거나 변동 환율제로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통상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 외에도, 중국 내부적으로도 외환 보유고의 누증을 방치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외환 보유고를 축적하는 데 드는 비용 때문입니다. 중국인민은행이 외환 시장에 개입해 외화를 사들이기 위해서는 위안화의 매도가 필요하므로 어떤 방법으로건 위안화를 조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따라서 위안화 조달 비용이 발생하며, 이를 커버하려면 외화를 운용해 걸맞은 운용 수익을 거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중국 외환 보유고의 상당 부분이 투자 운용되고 있는 미국 국채의 수익률이 그다지 높지 않아 문제입니다.

이것이 바로 중국에서 외환 보유고의 역마진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더 큰 이유는 중국의 인플레 문제입니다. 외환 보유고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위안화가 풀려 나가게 되며 이것이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으 거품을 초래하고 나아가서는 인플레를 초래할 위험성이 높습니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과도하게 풀린 민간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중국인민은행이 불태화 정책을 실시해야 하는데 중국은 금융 시장의 발전이 미흡해 불태화 정책에 한계가 있습니다.
즉 중국인민은행이 채권을 발행하고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위안화 유동성을 흡수해야 하는데, 중국은 이자율이 자유화 되어 있지 못해 채권에 대한 수요 기반이 작아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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