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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기축 통화 달러의 정치경제학

 

도대체 미국 금융의 강성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현상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금융 시장, 세련되고 유연한 금융 감독, 부단한 금융 혁신, 금융 이론의 발전과 침투, 금융 정보의 생산 및 가공 능력, 우수한 금융 인재의 공급, 법률·회계·세무·컨설팅·IT 등 금융 부대 산업의 발전이라는 종합적인 금융력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금융의 강성을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미국의 달러화가 갖는 세계 기축 통화로서의 특수한 지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알다시피 미국의 달러는 2차 대전 직후 영국의 파운드로부터 기축 통화의 지위를 물려받았으며 오늘날까지도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전 세계의 무역과 투자, 금융 거래는 상당 부분 달러로 이뤄지고 있고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 보유고 역시 달러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습니다.

이처럼 달러는 기축 통화로서 국제적인 상거래와 금융 거래의 매개체로 기능함으로써 미국의 금융 시장과 금융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금융 산업은 미국 GDP 창출에 있어 IT 산업, 바이오산업, 문화 산업과 함께 막대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냉전 해체 이후 중국, 인도, 러시아, 동유럽 등 거대한 인구, 값싼 노동력의 나라들이 글로벌 시장경제에 편입하면서 전통적 제조업은 더 이상 선진국의 주요 산업이 아니게 되었으므로, 달러라는 기축 통화의 힘으로 금융 시장과 금융 산업에서 국부를 창출하고 있는 미국은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축 통화 달러는 이 외에도 다양한 경제적 이득을 미국에 가져다줍니다. 미국은 달러라는 세계 통화의 발권 능력을 독점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면서 자국 사정에 맞춰 달러 공급량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통화 신용 정책의 주권을 향유하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들은 달러 보유고가 부족하거나 국가 리스크가 높아져 달러의 조달이 어려워지면 가차 없이 통화 위기의 가능성으로부터 전적으로 자유롭다. 미국이 아무리 막대한 무역 수지 적자를 짊어지고 있다고 해도, 또 인터넷 거품의 붕괴, 서브프라임 위기로 인해 미국의 금융 시장이 출렁거려도 미국에는 통화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기축 통화 달러의 발권력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거시 경제를 운영함에 있어 미국이 무역 수지 적자를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의 무역 적자는 무역 상대국에게 달러라는 국제 유동성을 가장 정당한 방법으로 제공하는 수단입니다. 달리 말하면 미국은 무역 적자를 통해 다른 나라들이 성장을 위해 필요로 하는 성장 통화를 공급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중심 국가가 '윈윈'의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기능입니다. 또 미국의 무역 적자는 미국인들에게 저가의 수입품을 대량으로 소비할 수 있는 특혜를 제공하며, 동시에 수입 물가를 낮춰 인플레를 진압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이 적자국임에도 세계의 자본을 끌어들이고 또 이를 전 세계에 재배분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제 정치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미국은 한 손에 군사력을, 다른 한 손에 금융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달러는 미국에 막대한 주소 이익을 가져다줍니다. 옛날 금화나 은화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주조권을 가진 권력자가 금화나 은화의 순도를 약간씩 낮추어 그 차이를 착복하곤 했지만, 지폐 사용이 보편화하면서는 주조 이익이 극단적으로 커졌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오늘날 달러화 지폐는 마약, 무기, 매춘, 로비 등과 같은 각종 불법 거래의 지불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또 중남미같이 자국 통화가 일반 대중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는 나라에서는 일상적인 상거래에서도 통용됩니다. 바로 이 때문에 미국이 발행한 달러 지폐의 약 50%가 미국 밖에서 유통되고 있는데, 이는 어떤 의미에서 미국이 해외에 퍼뜨린 최대의 고부가가치 수출 상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폐를 찍어 내는데 거의 제조 원가의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미국이 얻는 주조 이익은 가히 천문학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상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세계 기축 통화를 소유한다는 것은 중심국에 막대한 경제적, 정치적 실익을 가져다줍니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화 체제가 작동하면서 제조업 기반이 붕괴하고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하는 등 많은 부작용이 있음에도 미국이 현 체제를 지지하고 유지하는 중요한 이유 일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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