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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경제

금융경제의 세계화

블랙데블 2022. 9. 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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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의 세계화

 

금융은 경제와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발전합니다. 그러나 금융의 발전 정도가 반드시 경제의 발전 정도를 따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19세기의 영국과 20세기의 미국은 경제의 발전을 금융의 발전으로 이어 갔으나, 전후 비약적으로 경제를 부흥시킨 독일과 일본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금융력이 반드시 경제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날 금융력을 측정하는 양적인 지표로는 주식 시장의 시가총액, 국채의 발행고, 외환 시장의 거래량 등이 사용됩니다.

그렇지만 질적인 지표가 그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질적인 지표로는 시장구조의 효율성, 금융 정책의 ㅅ니뢰성, 금융 기관의 경영력, 금융이론의 침투성, 금융 정보의 집적과 분석력, 신기술 및 신상품의 개발력, 회계·세제·법제 등 금융 인프라의 강성(强性)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이런 질적인 잣대를 놓고 볼 때 종합적인 금융력에서 미국과 영국은 여전히 독보적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국이 절대적 우위를 영구히 누린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대약진하고 있는 중국 경제, 지역 대통합을 실험하고 있는 유럽연합 경제도 나름대로 금융의 패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의 무대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자웅을 겨루는 메이저 리그가 있다면, 금융의 특정한 분야에서 장기를 살리거나 지역의 허브 기능을 놓고 경재하는 마이너 리그도 존재합니다.

이런 두 갈래의 대결 구도를 시야에 넣고 세계 금융 지도를 그려 보는 것은 흥미로운 작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금융의 패권을 쥔 미국

 

뉴욕시 맨해튼 섬 하단의 바람이 많이 부는 협곡에 월스트리트가 위치해 있습니다. 월스트리트(Wall Street)라는 이름은 처음 이주했던 네덜란드인들이 원주민이나 영국계 이주자의 공격을 차단할 목적으로 1653년 나무로 된 방벽을 쌓았던 것에서 유래합니다. 그러나 맨해튼 섬과 그 외곽은 이후 영국계 이주자들이 속속 자리를 차지하면서 그 이름이 뉴암스테르담에서 뉴욕(New York)으로 바뀌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역사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19세기 초가 되면서 뉴욕은 보스턴, 필라델피아를 추월해 미국의 해상 운송 및 무역 중심지로 발돋움합니다. 그 이유는 뉴욕이 천혜의 항구로서 좋은 입지 조건을 구비했다는 점 외에도 이리운하(Erie Canal)가 개통되어 내륙의 오대호와 뉴욕이 직통으로 연결되어 물동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뉴욕이 교역과 물류의 중심지로 떠오르저 무역 금융(trade finance)이나 해상 보험(marine insurance)에 대한 수요도 급증해 은행과 보험사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들 금융기관은 부두에 인접한 맨해튼 하단의 월스트리트에 입주해 금융가를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가 오늘날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부상한 것은 무역 금융이나 해상 보험이라는 영국 금융의 전통을 계승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월스트리트가 융성한 것은 너무도 미국적인 자본시장의 발전 덕분입니다. 미국에 자본 시장이 태동한 것은 대략 1780년대 무렵으로, 주로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발행하는 소규모 국·공채 물량을 소화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다 1861~1865년에 남북 전쟁을 치르면서 전비조달을 위한 채권 발행이 크게 증대하자 자본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었습니다. 이 무렵 미국의 자본시장에서는 초창기 미국과 영국을 잇던 대서양 무역상들이 투자은행으로 변신해 유럽의 거대한 자금력을 끌어들여 미국에서 발행되는 막대한 증권 물량을 소화해 냈습니다. 이들 투자은행의 활약으로 미국에서는 유럽에 비해 주식회사의 보급과 발전이 빨랐고 거대 대륙 국가의 규모에 걸맞게 기업들도 대형화했습니다. 

 

이후 철도 건설, 광산 개발, 그리고 수도, 전기 등 공공 인프라 사업이 확대되면서 민간 기업과 공기업의 채권 발행, 주식 발행이 붐을 이뤘고 자본 시장은 더욱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1886년에는 뉴욕 증시의 주식 거래량이 하루 100만 주를 돌파했고 증시 동향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나날이 높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1889년에는 오늘날 세계의 유력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창간되었습니다. 이 신문을 창건한 찰스 다우(Charles Dow)는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뉴욕 증시의 종합 주가 지수인 다우존스 지수를 창안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월스트리트가 왜 세계 금융의 중심인가?

 

미국 사람들은 흔히 월스트리트에 대한 상대 개념으로서 '메인스트리트(main street)'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합니다. 메인 스트리트란 일반인들의 왕래가 잦은 시가지로, 금융 거래가 주로 소액단위로 이루어집니다. 즉 개인이나 자영업자 혹은 중소기업이 예금을 들거나 대출을 받고, 모기지(mortgage) 상품, 투자 상품, 보험 상품을 매입하는 소매 금융거래가 바로 메인 스트리트에서 행해집니다. 반면 월스트리트에서는 구조가 복잡하고 단위가 커 일반인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도매 금융 거래가 주로 이뤄집니다.

도매 금융 거래란 대기업, 정부, 지자체, 공공 기관 등 덩치가 큰 조직체들이 금융 기관을 상대로 하는 금융 거래와 금융 기관 상호 간에 시장을 조성할 목적으로 이뤄지는 금융 거래를 말합니다.

바로 이 때문에 월스트리트는 큰 돈이 몰리는 곳이란 뜻에서 "머니 센터(money-center)"라고도 불립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도매 금융이 월스트리트 한 곳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북미 지역 전체를 놓고 보면 미국 보스턴, 시카고, 캔자스시티, 신시내티, 로스앤젤레스,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캐나다 토론토도 중요한 도매 금융 거점입니다. 단 이들 도시는 자산 운용, 파생상품, 자본시장, 외환 시장과 같은 일부 도매 금융에 특회되어 있거나 지역의 자금 순환 중심지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에 비해, 월스트리트는 북미 지역 최대의 종합 금융 센터이자 글로벌 금융 센터로서 도쿄,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두바이, 프랑크푸르트, 취리히, 런던 등 여타 지역 국제 금융 센터들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왜 세계의 유수한 금융기관들이 월스트리트라는 좁은 공간에 모여 클러스터(cluster)를 형성하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왜 집중화가 이뤄지는 것일까? 경제학에서는 회사의 규모가 클수록 비용 효율성이 높다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중시하는데, 이 원리를 산업 차원으로 확대하면 '집적의 경제 효과'가 존재합니다. 집적의 경제란 많은 회사들이 모여들어 클러스터를 형성할 경우 더 좋은 사업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월스트리트는 금융 클러스터의 전형입니다. 이곳에는 수많은 금융기관들이 모여들어 시장의 유동성을 키우고 거래 비용(dealing cost)을 낮추며 시장 참가자의 다양성에 의해 시장 실패의 가능성도 줄어듭니다. 또 금융 기관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 금융 혁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이로 인해 금융 수요자의 선호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금융 수요가 창출됩니다. 아울러 금융업과 관련된 부대 서비스업이 크게 발달해 금융기관의 경영이 효율화됩니다. 예를 들어 금융에 특화한 변호사, 회계사, 인쇄업자, IT 전문가, PR 전문가, 경영 컨설턴트들이 클러스터의 외곽을 형성함으로써 금융 기관의 경영을 지원합니다.

이처럼 집적의 경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극단적으로 이해하면 전 세계에는 단 하나의 금융센터만이 존재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가 지나치면 규모의 불경제가 발생하듯이, 집적화가 지나치면 집적의 불경제가 나타납니다. 예를들어 제한된 공간에 수많은 금융기관이 모여들면 부동산 값이 앙등하게 되고 우수한 인적 자원에 대한 유치 경쟁이 가열되어 인건비가 천문학적으로 높아집니다. 또 멀리 떨어진 고객들과의 관계 형성이 제약을 받습니다. 오늘날 원거리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러한 문제점은 크게 해소되었지만, 그럼에도 고객과의 수시 대면 접촉의 중요성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금융 기관과 고객 간에는 시간대(time zone)가 다르면 서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제약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금융 센터가 한곳에 집중되지 않고 여러 곳으로 분산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세계 각국은 오늘날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금융 센터를 조성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하므로, 각국이 세금 제도나 규제 장치를 유리하게 설계하는 방식으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해 월스트리트와 경쟁 혹은 보조 관계에 있는 금융 센터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집적의 불경제라는 문제점에도 월스트리트는 압도적으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이유는 정보와 인재의 우위성입니다. 금융업은 외견상 돈을 취급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돈을 이동시키는 것은 정보의 힘이며 정보를 생산하는 것은 인재입니다. 오늘날 금융 센터의 핵심 경쟁력은 정보와 인재의 양과 질이며, 이것이 확보되지 않으면 금융 기관은 다른 금융센터로 근거지를 이동합니다. 물론 IT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특정지역의 정보 생성 능력이 갖는 우위성이 퇴색한 것으로 보이지만, 우수한 인재들이 서로 근거리에 위시해서 소프트한 정보를 수시를 교환할 수 있다는 클러스터의 장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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