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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경제

금융공학-증권화

블랙데블 2022. 8. 11.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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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학-증권화

 

금융기관이나 기업은 여러 가지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산의 가치는 이자율이나 환율의 변동, 원자재 가격이나 제품 가격의 변동 등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렇게 여러 요인에 의해 자산 가치가 변동한다는 것은 회사에 자본을 공급한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위험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회사에 자본을 공급한 채권자와 주주는 회사가 끌어안고 있는 총제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즉 이들 투자자는 회사의 자산 가치를 변동시키는 모든 종류의 위험으로부터 동시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투자자에게 불확실성을 크게 높이므로, 현재 금융공학은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위험을 특정한 자산에 한정 짓는 기법을 고안하게 되었습니다. 

즉 회사가 투자자에게 총체적 위험을 매각하기보다는 특정한 위험을 분리시켜 매각하는 방식입니다.

이처럼 증권화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보유한 모든 자산(혹은 모든 위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자산(혹은 특정 위험)을 별도로 분리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그러나 특정 자산을 분리했다고 위험이 완전히 단순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주택 대출 채권은 은행이 보유한 자산의 일부분입니다. 

따라서 이를 분리하면 일차적으로 위험이 단순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택 대출 채권에는 여전히 여러 위험 요인이 남아 있습니다. 주택 대출 채권의 가치를 변동시키는 첫째 요인은 이자율 위험입니다.

주택 대출은 주로 고정 금리부대출이므로 금융 기관이 장래 수취하는 원리금이 미리 고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외견상으로는 위험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대출 채권의 가치는 장래 상환되는 원리금을 시장 금리로 할인한 현재 가치의 합계이므로, 할인율인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대출 채권의 가치가 하락하고 반대로 할인율인 시장 금리가 하락하면 대출 채권의 가치가 상승합니다. 이처럼 고정 금리부 주택 대출 채권의 가치는 시장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변동함으로써 이자율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둘째 요인은 신용 위험 입니다. 주택 대출은 받은 차입자 중에는 예정대로 원리금을 변제하지 못하는 자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일자리를 잃게 되어, 혹은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해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이는 대출 금융 기관의 입장에서는 대출한 돈이 약속대로 변제되지 않는 신용 위험을 의미합니다.

셋째 요인은 조기 상환(pre-payment) 위험 입니다. 현재 시장 금리가 약정된 대출 금리보다 낮아졌다고 가정합니다. 이때 차입자로서는 낮은 시장 금리로 새로 주택대출을 일으켜 기존의 주택 대출을 조기 상환하면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차입자에의해 차환(refinance)이 이뤄지면 대출자의 입장에서는 예정되어 있던 장래의 이자 수입이 줄어들어 손해를 보게 됩니다.

통상 주택 대출에서는 만기 전에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차입자의 권리가 인정되므로, 대출 금융 기관에는 향후 변제 금액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조기 상환 위험이 존재합니다.

 

이처럼 주택 대출 채권의 경우 이자율 위험 외에도 신용 위험, 조기 상환 위험과 같은 중요한 위험이 끼여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자산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일차적으로 통제하는 것 외에도, 트정 자산에 내재되어 있는 위험 요인을 세분화해 아차적으로도 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증권화에서는 이를 위해 여러 기법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우선 신용 위험의 통제가 가능합니다. 증권화를 목적으로 주택 대출 채권의 풀을 구성할 때 풀이 편입되는 개개의 대출 계약에 대해 국가 기관이나 보험사와 같은 제3자로부터 지급 보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대출에 따른 신용 위험을 제3의 보증인이 부담하게 되므로 유동화 증권의 투자자가 부담하는 신용 위험은 대폭적으로 축소됩니다.

또는 주택 대출 채권의 풀로부터 우선적으로 지불을 받는 우선(senior) 증권과 지불 순위가 뒤에 놓이는 열후(subordinated)증권을 구분하고, 이들을 동시에 발행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지불 순위가 다른 복수의 증권을 동시에 발행하면 우선 증권의 신용 위험이 축소되고 열후 증권의 신용위험은 그만큼 커집니다.

 

주택 대출 채권을 증권화할 때는 조기 상환 위험을 통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환 일정이 다른 유동화 증권을 복수로 동시에 발행하면 일정 수준 효과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최우선적으로 원리금을 상환하는 단기 채권, 그다음 순서로 원리금을 상환하는 중기 채권,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리금을 상환하는 장기 채권을 동시에 발행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증권화는 대상 자산을 특정 짓는 방식으로 위험을 일차적으로 통제하는 것 외에도 대상 자산에 내재된 위험을 세분화해 개별적으로 통제하는 다양한 금융공학적 기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증권화에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또 하나의 특성은 특정 자산을 선택해 증권화의 대상으로 삼을 때 이 특정 자산을 원래의 자산 소유자(originator)로부터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야만 유동화 증권의 위험이 원래의 자산 소유자가 보유하는 여타 자산의 위험과 완전히 분리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까닭은 분리가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원래의 자산 보유자가 도산할 경우, 일반적 채권자들이 증권화의 근거가 되는 자산까지도 차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유동화 즈원의 위험을 특정 자산의 위험에 국한하고자 하는 증권화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증권화를 위해서는 별도로 특수 목적 회사를 설립해 이 회사로 특정 자산의 소유권을 완전히 넘기게 되는데, 이를 가리켜 도산 격리(bankruptcy remote)라고 합니다. 이로써 원래의 자산 소유자가 도산해도 유동화 증권에 대한 지불 의무의 이행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게 됩니다.

 

알다시피 증권화가 시작된 것은 미국의 주택 금융 시장입니다. 1970년대 초부터 지니메이, 프레디맥, 패니메이라는 미국의 3대 정부계 주택 금융 기관들이 투자적격의 대출 채권을 모아 거대한 풀을 만들고, 이 풀이 창출하는 케시플로를 근거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한 것입니다. 사실 주택 대출은 원리금 상환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대출 상품이므로 이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재원 조달이 항상 어려운 문제였으며, 재원 조달이 여의치 않으면 주택 보급이 지체되어 사회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주택 대출채권을 증권화하고 증권의 매각대금을 금융 기관의 대출 자금으로 순환시키는 것은 주택 보급을 원활히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순기능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정부계 주택 금융 기관에서 증권화를 선도적을 추진한 배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공적인 목적으로 증권화가 개시된 후 경험이 쌓이면서 주택 대출 채권 외에도 증권화를 응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로써 증권화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자산의 범주가 크게 확대되었으며, 그 결과 오늘날 각국의 금융시장에는 자산 담보부 증권(asset-backed securities, ABS) 시장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ABS시장의 사발점이 된 것은 자동차 할부 대출이었습니다. GM의 자동차 할부 금융 자회사인 GMAC는 1985년 자동차 대출 채권을 담보로 ABS를 최초로 발행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 대출은 주택 대출보다 채무 불이행이 더 빈번하므로 새로운 형태의 안전장치가 필요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리 일정한 자금을 별도로 은행 계좌에 적립시켜 지불에 대비하는 지급 계정(reserve account)이 설치되었으며, 또 유동화 증권의 발행 규모를 대상 자산의 액면 가치 이하로 억제하는 초과 풀링 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GMAC는 ABS의 발행을 통해 자신의 대차대조표에 직접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새로운 재원 조달의 길을 마련하게 되었고 ABS의 신용 등급이 GM의 신용 등급보다 높게 나와 금융 비용을 낮추는 데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두 번째로 ABS의 대상 자산이 된 것은 신용카드 대출입니다. 신용카드 보유자가 카드를 이용하면 카드를 발급한 카드 회사나 은행에는 대출 채권이 발생합니다. 이를 대상 자산으로 증권화를 시도한 것이 신용카드 ABS입니다. 그런데 신용카드 ABS에는 어려운 문제가 수반되어 있습니다. 이용자들이 매월 카드로 지출하는 금액이 일정치 않아 이를 풀링한 경우에도 월별 전체 여신 잔고가 평균치로부터 크게 벗어나 변동하다는 점입니다. 또 신용카드 대출에는 명확한 만기도 없습니다. 따라서 대상 자산으로부터 기대되는 캐시플로와 발생하는 증권의 지불금을 조정하는 조치가 필요했으며, 그래서 등장한 것이 마스터 트러스트(master trust)입니다. 이에 따라 카드 회사나 은행은 신용카드의 여신 채권을 마스터 트러스트에 양도하고, 마스터 트러스터는 이로부터 발생하는 캐시플로의 일부분만을 지불금으로 사용하는 증권화를 시도한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여신 잔고의 변동이 ABS의 원리금 지불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 여신 잔고가 워낙 넉넉하게 풀링되므로 ABS에 인위적으로 만기를 설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신용카드 ABS 시장은 카드 사업을 벌이는 은행에 특히 도움이 됩니다. 알다시피 은행들은 BIS 자기 자본 비율을 엄격히 준수해야 하는데, 신용카드 ABS 시장의 발전으로 신용카드 여신을 대차대조표에서 분리함으로써 자기 자본을 쌓아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상과 같이 금융 기관을 중심으로 ABS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마침내 일반 기업에 의해서도 ABS가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반 기업들은 거래 선에 상품을 판매한 후 통상 그 대금을 즉시 받지 않고 후일 결제하는데 이로 인해 외상 매출 채권이 발생합니다. 기업으로서는 이러한 매출 채권은 자금을 묶이게 하는 것이므로, 매출채권을 대상 자산으로 증권화를 시도하는 것은 기업의 자금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되며, 대손 위험을 일반 투자자에게 이전한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매출 채권은 단기에 지급 결제가 이뤄지므로, 이를 근거로 하는 증권화 상품도 단기가 아니면 안됩니다. 따라서 매출 채권의 증권화에서는 중·장기의 채권을 발생하는 방식이 아니라 단기의 상업 어음(CP)을 발행하게 되었는데 이를 가리켜 자산 담보부 어음(asset-backed commercial paper. ABCP)이라고 합니다. 흔히 CP라고 하면 우량 기업이 단기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무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을 말하는데, ABCP는 매출 채권이라는 자산을 담보로 발행한 것입니다.

이렇게 대상 영역을 다양하게 확장해 온 증권화는 최근 들어 더욱 놀라운 응용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의 장래 흥행 수입을 근거로 ABS를 발행해 영화  제작 자금의 조달을 시도하는 할리우드 영화사도 있고, 게임 소프트웨어의 장래 판매 수입을 근거로 ABS를 발행하고 그 매각 수익을 게임 소프트의 제작 재원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증권화의 대상은 상상력을 발휘하면 한 없이 넓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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