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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통화위기-자본 규제가 답이 아니다.

 

통화 위기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 합니다. 그러나 중국의 예에서 보듯이 자본 자유화를 포기하고 자본 이동을 규제함으로써 통화 위기의 가능성을 봉쇄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해법일까? 

이러한 논점에 답하기에 앞서 먼저 중국의 특수성을 짚어야 합니다. 중국은 자본 규제가 존재함에도 시장으로서의 막대한 잠재력과 거대한 저임 노동력의 풀이 갖는 생산 입지로서의 매력으로 인해 외국 자본이 투자처로 선호하는 극히 예외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자본 이동이 규제됨에도 외자가 꾸준하게 유입될 수 있는 특수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들이 중국의 사례를 근거로 자본 규제를 선뜻 도입하는 것은 무리수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외자 유치를 희망한다면 자본 자유화를 실시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신흥 개발도상국에서 통화 위기가 빈발하자 다양한 자본 규제책이 강구되기 시작했습니다. 

자본 이동을 총량적으로 규제하는 방식 외에도 유형별로 규제한다거나 혹은 과세에 의해 가격 면에서 차별을 설정하는 한정적인 규제 방식도 등장했습니다. 또 자본 유입과 자본 유출의 양면을 규제하지 않고 한쪽만을 규제하는 방식도 검토되었고, 자본 규제를 상시적으로 도입할 것인지 아니면 위기 수습책으로 한시적으로 도입할 것인지도 논의되었습니다.

예방적 조치로는 외화 단기 자본이 과도하게 유입되지 않도록 유입되는 단기 자본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이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단 단기 자본인지 장기 자본인지 사전에 알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자본 유입에 대해 일단 10%의 원천 징수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하고, 그 자본이 1년이 경과된 후에도 국내에 남아 있으면 세금을 환급해 주는 방안입니다. 이 방식을 최초로 도입한 나라가 칠레여서 칠레형 자본 유입 과세라고 불립니다. 이 방식은 가장 부작용이 덜한 자본 규제로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으나, 금융 산업을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단기적인 자본 이동에 족쇄를 거는 이 같은 규제를 도입하는 데는 신중해야 합니다.

 

한편 일단 위기가 터진 경우에는 경제 안정을 회복할 때까지 자본 유출을 가급적 막아야 하므로 유사시 자본 유출에 고액의 과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기술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었습니다. 한 예로 수입 대금을 결제하는 것은 정당한 자본 유출의 사유인데, 이것에도 고액 과세가 부과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수입 대금의 지불에 대해서는 규제의 적용을 유예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 경우 수입이 아닌데도 수입으로 위장해서 규제를 우회하는 현상이 빚어질 것입니다. 또 일단 자본 유출 규제를 실시한 나라에 대해서는 국제 투자자들 간에 낙인이 찍혀 투자처로서 기피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는 부작용도 우려됩니다.

따라서 자본 유출 규제는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으며, 예외적으로 말레이시아에서 통화 위기 발발 후 1998년 9월부터 약 1년간 채용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외환 시장, 자본 시장을 완전히 대외 개방했으며, 총체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자본 자유화의 수혜국입니다. 그러므로 자본 자유화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되돌리는 것은 무리수입니다.

대안은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따라서 외자를 차입하는 기간별로 세분화해 관리하거나, 정책 당국이 외환 시장에 개입하는 방식을 개선하거나, 정책 당국자, 시장 참여자, 국제 언론 간에 상시적이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채널을 스와프 협정을 체결하거나, 동아시아 지역 차원에서 공동 기금을 설정하거나, 역내 채권 시장을 창설해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한 해법일 것입니다.

 

보다 급진적으로는 199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먼델(Robert Mundell)이 지적했듯이 최적 통화 지역론(optimum currency area, OCA)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유럽처럼 동아시아도 역내 공동 통화를 창설하면 통화 위기의 가능성이 대폭 완화될 뿐 아니라 역내 교역과 투자에서 환위험이 제거되고 지역 내 흑자 재원을 지역 금융 시장을 통해 순환·유통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지역 차원에서 안보에 대한 공동 논의 틀도 만들어지지 않은 동아시아에서 각국이 통화 주권을 포기해야 하는 지역 공동 통화론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이러한 최적 통화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 지역 각국이 경제 구조가 비슷해 외부 쇼크로부터 공통적인 영향을 받아야 합니다. 둘째, 지역 내에서 자본뿐 아니라 노동략과 같은 생산요소의 이동이 자유로워야 합니다.

셋째, 가격이나 임금이 신축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넷째, 금융 시장의 통합이 크게 진전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정책 협조가 상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조건들은 실물 경제와 금융 경제가 통합되어 역내 각국 간에 상호 의존 관계가 심화되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비로소 공동 통화에 대한 논의가 가능합니다. 동아시아는 공동 통화 혹은 역내 단일 통화의 창설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갖되, 당분간은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의 확대를 통해 경제적 통합의 수위를 높이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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