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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학-자본 자유화의 두 얼굴

 

자본 수지형 통화 위기는 전통적 위기와 달리 경상 무역 수지의 적자가 위기 신호가 되지 않습니다. 자본 자유화라는 새로운 틀속에서 외자가 꾸준히 유입되는 한 경상 무역 수지의 적자는 우려의 대상이 아닙니다. 단 문제는 어떠한 이유로 외자가 급격히 이탈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 외자 이탈에 더해 국내 자본의 해외 도피 현상까지 가중되면 급속한 자본 유출로 인해 자본 수지형 통화 위기가 발발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자본 자유화에는 자본의 자유로운 유입과 유출로 인해 통화 가치를 교란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자본이 유입되면서 자국 통화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자본이 유출되면서 자국 통화의 가치를 끌어내리는 새로운 불안의 메커니즘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선진국 클럽인 OECD는 자본 자유화를 기구 가입을 위한 교섭 조건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수용한 멕시코와 한국이 OECD에 가입한 후 각각 1994년과 1997년 토오하 위기를 경험한 것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그렇다고 자본 자유화를 악으로 규정해서는 안됩니다. 자본 자유화를 통해 외자를 유치해 국내 산업을 효율화하고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경제 성장의 기조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러한 정점 때문에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은 1980년대 이후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자본 자유화를적극적으로 권장했고, 그 결과 1990년대 이래 개발도상국으로 유입되는 민간 자본의 규모는 국제기구나 선진국 정부가 제공하는 공적인 개발 원조 자금을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자본 자유화는 자본 유치국뿐아니라 국제 자본의 입자에서도 투자 기회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진국 자본은 미래의 성장성에 주목해 신흥 개발도상국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개시했습니다.

이들의 투자는 개발도상국에 사업장을 설치하거나 현지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식으로 직접 투자의 형태를 취하기도 하고, 시세 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간접 투자(또는 포트폴리오 투자)의 형태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또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단기 혹은 중·장기 대출을 제공하는 형태로 개발도상국들은 인건비 수준이 낮아 새로운 직접 투자 대상으로 각광을 받았으며, 또 자본 부족으로 인해 금리 수준이 높고 주식과 채권의 가격이 저평가되어 있어 매력적인 포트 폴리오 투자 대상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이에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과 다국적 금융 기관은 물론 투자신탁, 뮤추얼 펀드, 연기금 등도 속속 개발도상국으로 향하는 투자 행렬에 가담했습니다.

 

 

자본 이탈로 촉발된 멕시코의 통화위기

 

1992~1993년에 멕시코의 경상 무역 적자는 GDP의 8%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았습니다. 그러나 자본 유입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었으므로 외환 보유고는 매우 양호했습니다.

이처럼 자본 자유화 이후 호순환이 계속될 때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일단 어떠한 이유로든 자본이 유입에서 유출로 반전하면 통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갑자기 1994년 초부터 자본 유입이 감소하면서 외환 보유고도 감소세로 반전했습니다. 멕시코 정부는 이 사실을 외부에 공표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외환 보유고가 급격히 고갈되자, 멕시코는 1994년 12월 20일 달러에 고정되어 있던 자국 통화 페소화를 15% 평가 절하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멕시코 정부는 이 조치를 통해 페소화가 안정되어 자본 유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평가절하 조치에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외자 이탈이 가속화되었습니다.

이처럼 시장이 15% 평가절하로 충분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자, 멕시코 정부는 단 이틀 만에 수정된 고정 평가를 지키는 것을 포기하고 전격적으로 변동 환율제로 이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페소화는 시장에서 더욱 폭락세를 거듭하면서 일주일 만에 그 가치가 반감했습니다.

 

만약 12월 20일의 15% 평가절하만으로 페소의 불안이 종식되었다면 이것은 환율의 일시적인 불안일 뿐 결코 통화 위기는 아닙니다. 물론 멕시코 정부로서는 대외적으로 약속한 고정 평가를 지키기 못했기 때문에 약간의 굴욕은 감수해야 하지만, 그동안 펀더멘털에서 벗어나 과대평가되어 있던 페소의 고정 평가를 실질 균형 치로 복귀시켜 경상 무역 수지의 균형을 회복하고 경제의 안정을 찾는 데 바람직한 계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환율이 안정을 찾지 못해 마침내 고정 환율제를 포기해야만 했고, 이후 통화 가치가 제어할 수 없는 정도로 무제한 추락(free fall)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처럼 멕시코에서 외국 자본의 동요가 극심했던 것은 멕시코 정부가 발행했던 태 소보노(tesobono)라는 국채 때문이었습니다. 태 소보 노는 원금과 이자가 페소화로 표시되어 있어 페소로 상환하는 멕시코의 국채였지만,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목적으로 원리금 상환액을 달러에 연동하고 있었습니다. 즉 페소가 달러에 대해 평가 절하하면 태 소보노의 원리금 상환액을 상응해서 인상해 주므로 외국인 투자자로는 환위험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높은 투자 수익률(멕시코의 국채 이자율이 높으므로)을 보장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었습니다. 멕시코 정부는 그동안 재정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테 소보노를 과잉 발행해 왔는데, 1994년 12월 20일 멕시코 정부가 페소화를 전격적으로 평가 절하하자 멕시코의 외환보유고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테소보노를 매각하고 자본을 유출하면서 페소의 추락이 가속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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