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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스토리-자본 자유화가 빚어낸 새로운 위기

 

금융 위기는 주로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의 가격이 치솟았다가 그 거품이 빠지며 발생합니다. 그런데 1990년 이하의 두드러진 특징은 각국의 금융 위기가 통화 위기의 형태로 발전하는 일이 자주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1997년 말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발발한 통화 위기가 전염 효과(contagion effect)를 일으켜 와환 보유고가 고갈되고 원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IMF 관리 체계를 겪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이 사태는 통화 위기로 끝나지 않고 금융 위기, 경제 위기로 확산되었으며, 기업과 금융 기관의 대량 도산, 대량 실업 발생 등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스니다.

통화 위기(currency crisis)란 한 나라의 통화 가치가 균형 수준을 훨씬 벗어나 대폭락 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즉 고정 환율제 하에서는 고정 평가를 균형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는데도 환율이 안정되지 않고 추가적인 하향 조정 압력이 거세게 일어나는 사태를 말하며, 변동 환율제하에서는 통화 가치가 충분히 내려갔는데도 이 통화를 팔자는 분위기가 일소되지 않는 사정이 계속된다면 이것이 통화 위기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한 나라의 경제에 대한 대외적인 신인도가 추락했을 때 발생하는데, 일단 위기의 징후가 보이면 이 나라는 금리를 대폭적으로 인상하는 식의 극단적인 긴축 조치를 취해 환율의 안정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과다한 채무를 짋어지고 있는 기업들이 높이 이자 비용으로 인해 채무 불이행에 빠지거나 연쇄 도산학 되며, 그 여파로 금융 기관에는 막대한 부실 자산이 누적됩니다.

이로 인해 금융 기관들이 자본 잠식 상태에 들어가게 되면 금융기관의 위험 부담 능력이 크게 위축되어 대출을 회수하거나 신규 대출을 기피하게 되는데, 이러한 신용 수축 현상은 가계 및 기업의 자금난을 더욱 가증시킴으로써 경제 전체가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이로써 외환 시장에서 발생한 통화위기가 금융 위기로 확대되며 나아가서는 경제 전체의 위기로 비화한다.

 

통화 위기의 역사는 오래다. 19세기 국제 금본위제 하에서도 금의 과다 유입 혹은 과다 유출 현상이 반발했으며, 2차 대전 후 달러의 가치를 금에 고정하고 여타 통화의 가치를 달러에 고정시킨 브래턴우즈 체제하에서도 달러, 프랑, 파운드 등 주요국의 통화가 투기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고정 환율을 지키지 못해 곤욕을 치르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신흥 시장에 속하는 나라들에서 통화 위기가 연이어 속발하고 있는데, 이들 위기의 양상은 이전 위기들과는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1994년 말 멕시코의 페소화 위기, 1997~1998년의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한국 등 동아시아 통화 위기, 1998년 러시아 루블화 위기, 그 이후의 브라질, 터키, 아르헨티나의 통화 위기를 살펴보면, 공히 국제적인 자본 이동에 의해 위기가 촉발되었다는 두드러진 특징이 보입니다.

학계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통화 위기를 가리켜 자본 수지형 통화 위기 혹은 21세기형 통화 위기라고 부릅니다.

 

◆ 환율 변동 ◆

 

통화 가치의 변동, 즉 환율의 변동은 변동 환율제 하에서만 이뤄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고정환율제 하에서도 환율 변동이 일어납니다. 원칙적으로 고정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대외적으로 공식 선언한 자국 통화의 가치(평가)를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나라가 자국 통화의 가치를 달러에 비해 1대 3의 비율로 고정시켰다면 1대 3이라는 평가(고정 환율)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나라의 경상 무역 수지가 계속 적자 상태에 있거나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면 외환 보유고가 줄어들면서 대외적으로 약속한 자국 토오하의 가치를 지키기 어려워집니다. 이럴 경우 이 나라는 경상 무역 수지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대외적으로 선언한 자국 통화의 가치를 하향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를 가리켜 평가절하(devaluation)라고 하고, 반대의 상황에서 자국 통화의 가치를 상향 조정하는 것을 평가절상(revaluation)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평가절하나 평가절상은 고정 환율제 하에서 한 나라가 자국 통화의 대외적인 가치를 인위적으로 수정하는 조치를 의미합니다.

 

한편 변동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자국 통화의 가치가 시장에서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상시적으로 변동합니다. 이때 자국 통화의 가치가 타국 통화에 대해 하락하는 것을 감가(depreciation)라고 하고, 반대로 자국 통화의 가치가 타국 통화에 대해 상승하는 것을 증가(appreciation)라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원화는 변동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원화의 환율이 달러당 1,200원에서 1,250원으로 오르면 원화의 가치가 달러에 대해 감사한 것이고, 원화의 환율이 달러당 1,200원에서 1,150원으로 내려가면 원화의 가치가 달러에 대해 증가한 것입니다.

변동 환율제 하에서 각국의 통화 가치(환율)는 각국의 통화량이나 금리 수준과 같은 통화 신용 정책이 변경됨에 따라, 또 수출입 동향과 같은 경상 무역 수지의 사정에 따라, 그리고 외국인 투자, 자국민의 해외 투자와 같이 자본이 국제적으로 이동함에 따라, 더 나아가서는 정치적인 불안이나 안보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동합니다. 또 원화의 가치가 달러에 대해서는 상승하고 엔화에 대해서는 하락하듯이, 한 나라의 통화 가치가 상대 통화별로 다르게 움직이므로 변동 환율제 하에서는 환율 변동의 양상이 지극히 복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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