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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복잡한 현실, 해답 없는 전쟁

 

금융 규제를 개혁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그러나 규제안의 내용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규제 개혁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특히 금융 규제(financial regulation)와 금융 혁신(financial innovation) 간에는 상충 관계가 존재하므로 규제 개혁 논의는 자칫 복잡한 현실에 부딪혀 해답 없는 논쟁으로 귀결되기도 합니다. 과거에도 금융 위기가 발생한 이후에는 매우 급진적인 개혁안들이 등장한 바 있습니다.

"새로운 브레턴우즈 체제가 필요하다."  "국제적인 자본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 "다시 자본을 통제해야 한다."  "헤지 펀드나 투자은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조세 회피처를 없애야 한다." 등의 주장입니다. 이 모두가 "고삐 풀린 금융을 정치의 통제하에 두어야 한다."라는 주장이고, 여론도 그에 대해 뜨겁게 호응했습니다.
하지만 위기가 가라앉으면서 급진적인 개혁안들도 대체로 수그러들었습니다. 동아시아 외환 위기를 비롯해 지난 몇 차례의 위기 때마다 항상 등장했던 개혁안의 공통점은 대체로 금융 기관의 투명성을 높이고 위험 관리 체제를 강화해 자산을 더 신중하게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명성을 높이면 시장 참가자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고 그에 따라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 기능이 작동해 위기 심화를 차단할 것이라는 주장에서 나온 만큼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투명성으로 인해 위기가 증폭되는 측면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령 위기의 조짐이 나타나면 신용 평가사는 이미 발행된 증권의 신용 등급을 낮춥니다. 그러면 금융 기관들은 보수적 리스크 관리의 원칙에 따라 일정 신용 등급에 미달하는 자산들을 빠른 속도로 처분하는데, 이런 식으로 급격하게 디레버리지를 진행하다 보면 일부 자산 가격의 폭락이 두려움을 초래하고 이 두려움이 쌓여 위기를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자기실현적 위기(self-fulfilling crisis)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또 2001년 엔론의 분식 회계 사건 이후 회계 투명성을 높일 목적으로 시가주의 회계를 가화하는 규제가 도입되었는데, 이것이 서브프라임 위기 때는 역으로 위기를 가속화하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이처럼 규제의 도입은 신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 규제론은 정치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담론이지만, 시장제도의 복잡계적 특성과 관련해 생각하면 구체적인 방안을 찾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서브프라임 위기로 인해 증권화라는 금융공학이 성토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마치 인간이 설계한 악마가 등장해 인간 사회의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는 느낌이 확산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금융의 혁신을 제약해야 하는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해 금융경제학자 실러는 '아니요'라고 답합니다.

실러는 자신의 저서 「버블 경제학(The Subrime Solution)」(2008)에서 금융 위기에 역설적인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금융 혁신이란 본질적으로 금융의 리스크를 헤지하는 수단입니다. 

따라서 금융 혁신이 보다 활발하게 이뤄지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미처 잘 인식하지 못했거나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했던 다양한 금융 리스크를 다양한 금융 상품을 이용해 회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가리켜 그는 "금융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finance)"라고 정의하면서 금융의 혁신을 강력히 지지했습니다. 즉 위기가 발생했다고 금융을 규제의 끈으로 옭아맬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융의 혁신을 더욱 확대하고 일반인들의 금융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여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답이라는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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