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BIG

금융위기-인터넷 투자 열풍이 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 초까지 미국 주식 시장에서는 인터넷이라는 신기술과 이를 이용한 사업 기회의 꿈이 결합되어 광란의 거품이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예일대학 금융경제학자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가 「이상 과열(Irrational Exuberance)」(2000)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듯이 일종의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가 작동했습니다.

먼저 인터넷과 관련한 몇몇 주식의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기류를 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매입했습니다. TV, 신문 등 언론 매체를 통해 호황의 장세가 알려지자 더 많은 사람이 주식 시장에 몰려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몰려들수록 주가가 폭등하고 초기 투자자들이 큰 투자 이익을 실현했습니다.

이런 사실이 입소문을 통해퍼져 나갔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몰렸습니다. 그러나 이는 일종의 폰지게임이었습니다. 이전의 투자자들은 나중의 투자자들이 계속 잘 속아주며 몰려든 덕분에 이익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잘 속아 주는 사람들의 풀이 마침내 고갈되었습니다.

 

닷컴 열풍이 강풍으로 

 

인터넷은 19세기 산업혁명에 필적하는 새로운 기술 혁신의 혁명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신경제(New Economy)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나스닥을 중심으로 신경제 하이테크 기업들의 주식이 상장되어 왕성하게 거래되었습니다. 시스코(Cisco)의 주가 이익 배수(PER)는 세 자릿수로 치솟았고, 아마존닷컴(Amazon.com)의 시가 총액은 반스 앤드 노블(Barnes & Noble) 같은 대형 서점 체인의 시가 총액을 상회했습니다. 닷컴(. com) 닷넷(. net)과 같은 첨단의 느낌을 주는 세련된 접미사를 회사 이름 뒤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주가가 올라갔습니다. 이런 기현상에 착안해 주가와 회사 이름 간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도 없이 벤처 기업들이 어렵지 않게 최초 주식 공모(IPO)에 성공했습니다. 경영 대학원에는 창업 금융이란 과목에 수강생이 쇄도했고 명문 경영대학원생 중에는 유령 업체로부터 스톡옵션을 약속받고 중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 학생들이 직접 창업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한 예로 코넬 대학 기숙사에서는 두 명의 학생이 더글로브 닷컴(theGlobe.com)이란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이 회사는 이익이나 매출 실적이 전혀 없었음에도 배너광고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치를 내세워 명문 투자은행의 주선으로 최초 주식 공모를 실시하고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더 글로브닷컴의 성공은 인터넷 거품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익이 전혀 없는데도 주가가 높게 형성될 수 있다는 놀라운 신화였습니다. 이익에 근거해 주가를 평가하던 투자론의 기본 원리를 무너뜨린 셈이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이익을 내지 못했다 해서 미래에도 이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배당금이나 캐시플로를 근거로 미래의 배당금이나 캐시플로를 추정하고 이를 토대로 본질적인 주가를 평가해야 한다는 금융경제학의 가름이 무시된 것입니다. 증권 애널리스트의 도덕적 헤이가 만연했습니다. 주식 투자 붐 속에서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샐러 먼스 미스 바니(이후 시티 그룹에 합병) 등 유명 투자은행의 간판 애널리스트들은 스포츠 스타를 방불케 하는 대중적인 명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질 높은 보고서로 승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투자은행의 고객 기업에 대해 지극히 우호적인 분석 보고서를 써 주는 방식으로 이들 기업의 주식 공모를 지원 사격했습니다. 전통적으로 투자은행의 리서치 부문은 고객 기업을 직접 상대하는 인수 부문과 이해 충돌(conflict of interest)이 없도록 두터운 차단 벽(chinese wall)을 쌓도록 되어 있으나 이런 원칙이 무시되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그저 정세가 좋다는 이유를 찾아내 줄곧 매수 권유를 낼 뿐 매도 권유는 가급적 삼가하고 있습니다. 통상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는 10개 정도의 종목에 대해 매수 권고를 하면 1개 정도는 매도 권고를 내는 것이었으나 당시에는 이 비율이 100대 1까지 치솟을 정도였습니다.

 

결국 인터넷 주식에 대해서는 주가와 이익, 주가와 장부 가치, 주가와 매출액의 관계가 무시된 새로운 가치 평가 잣대가 만들어졌습니다. 웹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다거나 사이트에 접속해 3분 이상 머무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 인터넷 기업의 장래성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습니다.

통신 업종에서는 통신 인프라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투자를 감행했는가가 평가 지표로 사용되었습니다. 이것은 실적이 보고되지 않고 있는 회사들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꼼수였습니다.

언론 매체도 부화뇌동했습니다. 인터넷 관련 잡지가 우후죽순으로 창간되었으며, CNBC, CNNfn, 블룸버그 등의 TV 경제 채널은 주식 시장을 개장 전, 개장 중, 폐장 후로 나누어 장세를 시시각각 보도했습니다.  마치 스포츠 게임의 실황 중계를 방불케 했습니다. 투자자들이 회의적인 시장분석을 듣고자 하지 않았으므로, 이들 언론사는 그저 투자를 권장하는 기사만을 쏟아 냈습니다.

또 인터넷을 정보와 거래의 공간을 만들어 주식 거래를 부추겼습니다. 웹은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뿐 아니라 그동안 전문가에게만 제공되던 고급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제 투자자들은 더 이상 「월스트리트 저널(The Wail Stree Journal)」을 읽거나 주식 중개인에게 전화로 문의 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저 인터넷에 들어가 온라인 브로커를 접속하고 낮은 브로커 수수료의 혜택을 누리며 주식 투자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주식 시장의 거래 회전율이 사상 유례없이 높아졌습니다. 주식의 평균 보유 기간은 이제 일수, 시수로 따져야 할 정도로 단축되었습니다. 이로써 주가 변동성이 매우 높아졌고 하루에 50% 이상 가격이 변동하는 종목도 나왔습니다. 또 1,000만 명이 넘는데 이 트레이터(단타 매매 거래자)들이 등장해 생업을 버리고 주식 시장에 '올인' 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너무 잦은 거래로 수수료 부담이 커져 거품이 치솟는 기간 중에도 돈을 날렸습니다. 

 

728x90
반응형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