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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파생상품으로 거래될 수 있을까?

 

옵션 가격의 결정 원리가 규명되자 옵션을 이용한 복합 금융 상품이 시장에 많이 출시되었습니다. 그 한 예가 기후 파생상품(weather derivatives)입니다. 알다시피 경제 활동은 기후(특히 기온)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여름철 기온이 낮아지면 에어컨 사용이 줄어 전력 회사의 수입이 감소합니다. 

또 맥주 회사도 매출에 큰 타격을 입습니다. 따라서 전력 회사와 맥주 회사는 기온 변동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여름만이 아니라 겨울철에도 기온 변동 위험이 있습니다.

겨울철 기온이 높아지면 난방용 전력 소비가 크게 줄고 난방 기기의 매출도 감소합니다. 이처럼 경제 활동은 기온 변동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 바로 이 때문에 기온 변동 위험을 어떻게 헤지 할 것인가는 기업들의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특히 전력 회사라면 당연히 여름철 기온 하락에 따른 수익 감소를 헤지하고자 할 것이며, 이것이 가능하려면 여름철 기온이 하락할 경우 전력 회사의 손해를 보전해 주는 금융 상품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기후 파생상품입니다. 그러나 기후 파생상품이란 말은 다소 어색합니다.

왜냐하면 파생상품이란 원자산의 위험을 사고파는 상품인데 기후가 원자산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기후 파생상품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상품의 구조가 파생상품의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 파생상품으로 가장 비중이 큰 것은 기온 변동 위험을 사고파는 것입니다. 일단 관건은 기온 변동을 어떻게 객관화하느냐입니다.

기후 파생상품을 매입하는 입장에서는 평균 기온이 섭씨 25도 정도면 기온이 낮다고 생각할 수 있고, 이를 파는 입장에서는 섭씨 15도만 되어도 기온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온이 높고 낮음을 측정하는 지표가 개발되었습니다.

 

바로 냉방 지수(cooling degree day, CDD)와 난방 지수(heating degree day, HDD)입니다. 현재 기후 파생상품이 상장되어 있는 시카고 상업거래소(CME)에서는 실제로 CDD, HDD를 측정 지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CDD는 하루 평균 기온이 기준 온도를 웃도는 경우에는 그 차이를 인식하고 낮을 경우에는 제로로 처리한다. 예를 들어 에어컨을 사용 내 실내 기온을 기준 온도까지 낮추려면 CDD 수치만큼 기온을 낮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CDD는 기준 온도까지 냉각하기 위해 낮춰야 하는 기온의 정도, 달리 말하면 현재 기온이 높은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한편 하루 평균 기온이 기준 온도보다 낮을 경우에는 에어컨을 사용할 필요가 없으므로 CDD는 제로가 됩니다. 한편 HDD는 하루 평균 기온이 기준 온도를 밑도는 경우에는 그 차이를 인식하고 높을 경우에는 제로로 처리됩니다.

예를 들어 난방 기기를 사용해 실내 기온을 기준 온도까지 높이려면 HDD 수치만큼 기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HDD는 기준 온도까지 덥히기 위해 올려야 하는 기온의 정도, 또는 현재 기온이 낮은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한 도시에서 7월 8일부터 14일까지의 하루 평균 기온이 각각 16, 15, 18, 23, 25, 25, 24도라고 합시다. 이때 기준 온도가 섭씨 18도라면 7월 8일의 CDD는 제로가 됩니다. 7월 8일의 하루 평균 기온은 16도로서 기준 온도인 18도 밑이므로 냉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7월 14일의 CDD는 6도가 됩니다. 하루 평균 기온이 24도이므로 기준 온도인 18도보다 6도가 높아 그만큼 냉각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CDD는 하루 평균 기온이 기준 온도보다 높은지, 높다면 얼마나 높은지 측정하는 지표인데, 일정기가에 걸쳐 매일의 CDD 수치를 합산하면, 그 기간이 더웠는지, 더웠다면 얼마나 더웠는지 객관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가리켜 '누적 CDD'라고 하는데, 기온 파생상품은 바로 이 개념을 이용합니다.

 

이제 여름철 기온이 낮으면 수익이 감소하는 전력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전력회사는 여름철 기온 하락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보험 회사가 발행한 기후 풋옵션을 수천만 원의 대금(옵션 가격)을 지급하고 매입했습니다. 이 풋옵션은 7월 1일 ~ 8월 31일까지 특정 도시의 누적 CDD 실현치가 620보다 높은 경우에는 아무런 보상을 해 주지 않지만 620을 밑도는 경우에는 매입자인 전력 회사에 1 CDD당 1000만 원을 보상해 주는 파생상품입니다. 이를 옵션 용어로 말하면, 620이 행사 가격이고 이 옵션은 누적 CDD가 620을 웃돌면 행사되지 않고 이를 밑돌면 행사됩니다.

그런데 이 기간 중 해당 도시의 하루 평균 기온이 연일 33도였다면 어떻게 될까? 이를 누적 CDD로 환산하면 '(33-18)x62일' 이라는 산식에 의해 930이 됩니다.

이 수치는 620을 웃돌므로 이 기후 풋옵션은 행사되지 않고 옵션에 의한 보상은 제로가 된다.

하지만 전력 회사 입장에서 누적 CDD가 930으로 높다는 것은 동 기간 중 날씨가 충분히 더워 전력 소비가 높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전력 회사는 옵션 행사 없이도 충분한 이익을 거둔 셈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중 연일 하루 평균 기온이  23도였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를 누적 CDD로 환산하면, '(23-18)x62' 일이라는 산식에 의해 310이 됩니다. 이 수치는 620을 밑돌므로 기후 풋옵션이 행사되고 '(620-310) x1000 만 원', 즉 31억 원이 옵션 매입자인 전력 회사에 지급됩니다.

그 결과 전력 회사는 기온이 낮아 전력 장사는 크게 차질을 빚었지만 옵션 행사로부터 이익이 발생해 원사업에서 난 손실을 일부 보전할 수 있습니다.

이상의 예는 전력 회사가 보험회사로부터 기후 풋옵션을 매입해 여름철 기온 하강에 따른 수익 감소 위험을 헤지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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