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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에서 아비트라지가 발동한다.

 

선물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선물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에 대해 궁금해한다. 개중에는 선물 가격은 미래의 현물 가격에 대한 시장의 전망치이므로 만약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하면 선물 가격은 영향을 받지만 현물 가격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선물 가격과 현물 가격을 결코 별개가 아니다. 양 시장 간에는 아비트라지가 작동하므로 가격이 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예를 들어 장래 밀의 생산이 감소하거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이러한 뉴스는 밀의 선물 가격만이 아니라 현물 가격도 상승시킨다.

그러나 현물 가격과 선물 가격이 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양 가격의 차이가 반드시 일정한 것은 아니다. 현물과 선물은 각기 다른 시장으로서 각각의 수급 요인에 영향을 받으므로 양 가격의 차이는 계속 변동합니다. 단 아비트라지에 의해 양 가격의 차이는 일정한 범위 안으로 수렴할 뿐입니다.

 

선물 가격이 왜 현물 가격과 일정한 관계가 있는지 가상의 수치를 예로 들어 설명해 봅시다. 현재 이자율이 10%이고 밀 1 단위의 현물 가격이 1000원, 선물 가격은 1200원이라고 합시다. 

이자율에 비해 현물 가격과 선물 가격의 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는 상태이므로 아비트라지를 노릴 수 있다. 왜 그럴까? 트레이더들은 즉각 10%의 이자로 1000원을 빌려 밀 현물 1 단위를 매입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현물 포지션의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1200원에 밀 선물 1 단위를 매도합니다.

그렇게 하면 선물 계약의 만기가 되었을 때 미리 확보한 현물을 인도함으로써 선물 계약을 마감하고 1200원을 받게 됩니다. 결국이 트레이더는 빌린 돈의 원리금 1100원을 갚고 나서 100원의 차익을 얻는다. 이처럼 자금 시장과 현물 시장, 선물 시장을 동시에 활용해 100원의 차익이 발생했으며, 이 차익은 위험을 100% 해지한 상태에서 거둔 이익이므로 무위험의 아비트라지 이익이다.

이처럼 아비트라지가  가능한 것은 이자율이 10%인 상황에서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가 20%로 너무 크게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즉 상호 연결되어 있는 세 가지 시장에서 가격이 크게 괴리했기 때문에 아비트라지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따라서 트레이더들이 이런 기회를 포착하면 아비트라지 물량을 쏟아 낼 것이며, 그럼으로써 선물 가격은 빠른 속도로 현물 가격에 '1+이자율'을 곱한 값에 수렴하게 되는 동시에 아비트라지 기회는 소멸할 것입니다. 반대로 같은 조건하에서 선물 가격이 1050원이라고 합니사. 이 경우에는 트레이더들은 현물을 빌려서 파는 공매도를 실시하고, 동시에 선물을 매입해 아비트라지 이익을 얻고자 할 것입니다.

즉 현물 1단위를 빌려 시장에 팔면 1000원이 생기는데, 이를 10%의 이자를 받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 1050원에 선물을 미리 매입해 두면 계약 만기일에 1050원을 지급하고, 현물 1 단위를 인도받아 이를 공매도했던 자에게 지급하면 모든 의무가 해소된다.

그런데 1000원을 10%의 이자로 받고 운영해 1100원이 돌아오므로, 50원(1100-1050)의 순이익이 발생한 셈입니다. 이처럼 위험 부담 없이 아비트라지 이익이 발생하므로 아비트라지 물량이 쏟아져 선물 가격은 빠르게 현물 가격에 '1 + 이자'를 곱한 값에 수렴해 들어갈 것이며 동시에 아비트라지 기회는 소멸할 것입니다.

 

이상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현물 가격과 선물 가격 간에는 아비트라지가 작동해 선물 가격은 현물 가격에 '1 + 이자'를 곱한 값과 같아지게 된다. 이를 달리 말하면 현물 가격은 선물 가격이라는 장래의 현물 가격을 이자율로 할인한 값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무위험 이익을 추구하는 아비트라지는 시장 가격 간의 괴리 현상을 소멸시킴으로써 시장을 균형으로 이끄는 무서울 정도로 강력한 시장의 힘이자 이윤 논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주가 지수 선물을 이용한 프로그램 매매 ◆

 

금융 선물 중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한 상품이 주가 지수 선물입니다. 그 이유는 주가 지수(현물)와 주가 지수 선물 간에 아비트라지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레이더들은 자신의 컴퓨터에 내장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양 시장 간의 아비트라지 기회를 실시간으로 포착하여, 기회가 포착될 경우 막대한 물량의 프로그램 매매가 자동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주가 지수 선물 가격이 현 주가 지수보다 크게 높다면, 투자자들은 현물 시장에서 주가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을 매입하고 동시에 주가 지수 선물을 매도함으로써 그 차액만큼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물 주식을 사서 주가 지수 선물 계약의 만기까지 처분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갈 경우, 보유한 주식 현물로 주가 지수 선물의 매도계약을 청산하면 되므로 만기일에 주식을 매입해야 하는 위험을 해한 셈이고, 주식 현물을 롱 포지션으로 가져가기 위한 투자 금액과 주가 지수 선물을 매도한 가격에 큰 차이가 있으므로 그만큼 이익이 발생한 것입니다.

단 주가 지수를 반영하는 현물 포지션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중개인 수수료가 발생하고 현물 포지션을 주가 지수 선물의 만기일까지 보유하는 데는 이자 비용이 발생하므로, 이러한 거래 비용(수수료+이자 비용)만큼 이익액은 차감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주식 시장과 주가 지수 선물 간의 아비트라지는 양 시장의 가격 차이가 이러한 거래 비용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벌어졌을 때 이루어지며, 투자자들은 아비트라지를 발동하기에 충분한 가격 차이를 미리 계산해 컴퓨터에 내장시켜 두었으므로 이러한 기회가 나타나는 즉시 아비트라지 거래를 실시해 이익을 실현하게 됩니다. 이처럼 아비트라지는 프로그램 매매방식으로 구현됩니다

 

아비트라지는 이렇게 주식의 현물시장과 선물 시장 간의 가격 차이를 일정 수준 이내(즉 거래 비용 이내)로 수렴시키는 바람직한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주가의 폭등과 폭락을 가져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낮출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때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가 주가 상승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주가 지수 선물을 롱 포지션으로 가져갑니다. 그런데 이런 물량이 막대할 경우 주식 시장의 현물 가격에 비해 주가 지수 선물의 가격이 거래 비용의 폭을 넘어서 앙등하므로 즉각 프로그램 매매가 개시됩니다.

이로써 현물 시장에서도 주식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현상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합니다. 1987년 10월 뉴욕 증시가 하루에 20%나 폭락하는 검은 월요일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일본과 독일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서 미국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전망이 대두되자 주가 지수 선물 가격이 깊숙이 내려가고 이것이 대규모의 프로그램 매매를 야기해 현물 주가를 폭락시킨 것입니다. 이처럼 검은 월요일 사태 때 프로그램 매매로 인해 시장이 교란되는 특성이 드러남으로써 오늘날 각국의 금융 감독 당국은 프로그램 매매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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