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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가치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주최하는 투자자 설명회에 가 보면 최고 경영자(CEO) 혹은 최고 재무 담당 임원(CFO)이 나와 현재 기업 가치는 얼마인데 향후 언제까지 얼마로 높이겠다는 식의 목표를 제시한다.

이처럼 기업 가치란 애매모호한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수치다. 기업 가치는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척도로서 매우 중요하며, 주식 트레이딩에서 주식의 본질적 가치를 산출하거나 기업 인수·합병에서 기업의 매매 가격을 산출할 때도 유용한 도구로서 활용된다. 따라서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기업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고, 기업 가치를 창출하는 역량을 측정하는 척도가 바로 주가다. 이처럼 주가는 경영자의 중요한 성적표이다. 주식 시장은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경영자, 가치를 창조하지 못하는 경영자에게 주가라는 성적표를 통해 냉혹한 평가를 내놓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주가를 증시 하는 경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주가란 그저 시장 심리에 따라 춤을 추는 것일 뿐이라는 관점이다. 실제로 주가는 시장의 수급에 의해 출렁거리는 측면이 있으므로 경영자가 하루하루의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반년에서 1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의 추이는 그 기업의 본래 가치를 반영한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주가를 높이지 못하거나 심지어 주가를 떨어뜨리는 경영자는 가치를 창조하지 못하는 경영자다. 이러한 경영자가 계속해서 조직의 권좌에 있어서는 기업 가치가 훼손되고 자칫 직원들의 일자리도 지키지 못해 사획적 비용이 늘어나며 나아가 나라의 경제를 정체시킬 수 있다. 외환 위기, 금융 위기를 통해 경험했듯이 기업이 이익을 내지 못하면 그 기업에 대출을 해 준 은행들에 막대한 부실 채권이 쌓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인 공적 자금이 투입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처럼 주주 가치를 높이지 못한 경영자는 주주가 출자한 돈을 낭비한 것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해악을 끼친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은 기업 가치를 수치로 계산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대기업 경영자들조차 기업 가치를 계량화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처럼 기업 가치에 대한 인식이 흐릿했기 때문에 많은 경영자가 기업 가치를 자산 규모나 매출액의 크기로 오해하고, 채산성을 되외시해 설비 투자나 부동산 투자에 '올인'하는 경향이 컸다. 

그런데 기업 가치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이 자산을 활용해 얼마나 큰 캐시플로를 창출할 수 있는가이지, 토지나 공장, 생산 시설 같은 손에 잡히는 자산의 규모가 얼마나 큰가 가 아니다.

보유한 자산이 작은 신생기업이라도 미래에 큰 캐시플로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그 기업의 가치는 높게 평가된다.

따라서 앞으로 기업 가치가 무엇인가를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영자나 투자자는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 운영 방식이 글로벌화함에 따라 인건비가 싼 개발도상국으로 생산 기지가 대거 이전되고 있는 현실에서 매출이나 시장 점유율처럼 규모를 중시하는 경영은 더더욱 한계에 봉착했다.

오늘날과 같은 지구적 규모의 구조 조정이 실행되고 있는 시대에는 과잉 설비, 과잉 부채, 과잉 인력의 문제를 철저히 해부하고 이익 중심, 기업 가치 중심의 경영을 펼쳐야 한다.

 

인수·합병은 기업 가치를 높이는가?

 

현대 기업 경영에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안으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전략이 바로 인수·합병이다. 특히 인수·합병은 사업을 직접 키워 가는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 전략에 비해 시간적으로 훨씬 유리하다. 이때 인수와 합병은 어디까지나 법률상의 개념 구분일 뿐 금융경제학의 관점에서는 구태여 구분할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인수·합병으로 그 기업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가 훨씬 중요하다.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하는 데는 합당한 이유가 존재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합병을 추동하는 경제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가리켜 시너지(synergy)라고 한다. 그리고 시너지가 존재한다는 것은 두회사가 독립한 상태에서 창출하는 기업가치를 단순 합계한 것보다 두 기업이 하나로 통합된 이후의 기업 가치가 더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어디로부터 시너지가 발생하는지 분명해야 한다. 앞서 캐시플로를 '영업 이익 + 감가상각비-법인세-설비 투자 지출 - 운전 자본 증가분'이라고 정의한 바 있는데, 영업 이익은 수익과 비용의 차액으로 볼 수 있고 감가상각비는 비용애 포함시키지 않으면 되므로, 시너지 효과를 분석할 목적으로 식을 변형하면 캐시플로는 '수익-비용-세금-자본 투자'가 된다. 따라서 시너지는 캐시플로를 구성하는 이 네 가지 요소에 의해 창출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새로운 수익기회를 창출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비용을 감소시키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절세 효과를 거두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자본(운전 자본+고정 자본) 투하액을 줄임으로써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한편 인수·합병이 순조롭게 이뤄지려면 쌍방 간에 시너지 이익이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흔히 인수 측은 피인수 측에 프리미엄을 지급하는데 이것이 바로 시너지 이익을 배분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표적 기업의 주가가 5만 원이라면, 인수 측은 주당 6만 원을 인수 가격으로 제시할 수 있는데, 이때 차액인 1만 원이 바로 인수 프리미엄이다. 따라서 시너지 이익이 주당 3만 원으로 예상된다면 인수 측이 2만 원의 이익이 배분된 것이다. 만약 시너지 이익이 인수 프리미엄인 1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인수 측은 인수·합병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인수·합병을 추동하는 경제적 동기는 시너지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시너지가 없는데도 인수·합병이 추진되기도 하고 시너지가 있어도 인수·합병이 저지되기도 한다. 그 주된 이유는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상되는 시너지 이익이 표적 기업의 주주들에게 제공된 프리미엄보다도 작다면 인수 측 주주의 입장에서 인수·합병을 추진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인수 측 경영자가 인수·합병을 강행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수·합병이 이뤄지면 회사의 사이즈가 커져 경영자의 보수가 올라가고, 또 큰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는 사회적 권위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시너지 이익이 크게 예상되어 피인수 기업의 주주에게 매력적인 프리미엄이 지급될 것으로 기대되더라도 피인수 측 경영자가 이를 저지할 수 있다.

피인수 측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인수·합병 이후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주의 이익을 무시하고 인수·합병을 배격할 수 있다.

 

■ 인수·합병의 형태 ■

법률적 혹은 절차적인 관점에서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합병에 의해 두 기업이 하나의 조직체로 통합되는 형태,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주식을 인수하는 형태, 또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자산을 인수하는 형태다. 우선 합병에는 흡수 합병(merger)과 신설 합병(consolidation)이 있다. 흡수 합병은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통째로 흡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합병 측 기업은 피합병 기업의 모든 자산과 부채를 인수하며 자신의 회사명을 그대로 유지한다. 반면 피합병 기업은 합병 이후 독립적인 조직체로서의 지위를 상실한다.

흡수합병은 흔히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피합병 기업의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2주에 대해 합병 기업의 주식을 1주씩 받는다면 이는 2대 1 주식 교환에 의한 흡수 합병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신설 합병은 통합하는 두 회사의 주주가 각기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신설 회사의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흡수 합병과 신설 합병은 법률적인 형식만 다를 뿐 실체적 내용에서 극히 유사하므로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 

인수·합병의 두번째 방식은 피인수 기업의 주식을 현금이나 주식 혹은 여타의 증권을 주고 사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대체로 인수 측 경영자가 피인수 측 경영자에게 사적으로 인수(acquisition) 의향을 밝히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 제안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인수 측은 피인수 측 주주들에게 주식을 공개적으로 매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이를 가리켜 주식 공개 매수(take-over bid, tender offer)라고 한다.

 

주식 공개 매수는 흔히 신문과 같은 공개적인 매체에 광고를 싣는 형식으로 발표된다. 마지막으로 표적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인수(acquisition)하는 방식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 이때 자산을 매도하는 기업은 반드시 법인격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 단 자산 인수 방식은 표적 기업의 주총에서 자산 매각에 대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 방식은 주식 인수 방식과 달리 일부 소액 주주의 저항이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개별 자산의 소유권을 일일이 이전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부대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이렇게 법적인 관점에서 구분하는 것 외에도, 경제학적 관점에서 수평형(horizontal)과 수직형(vertical), 복합형(conglomerate) 인수·합병은 쌍방이 동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경우이고, 수직형 인수·합병은 산업의 가치 사슬에서 서로 다른 단계에 위치한 기업들 간에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복합형 인수·합병은 쌍방이 전혀 무관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경우로서 인수 측 회사가 비관련 다각화를 시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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