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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잴 수 있을까?

기업 재무론은 대차대조표 대변에서 이뤄지는 재원 조달과 차변에서 이뤄지는 자산 운영을 연결하는 학문 체계이다. 즉 기업이 대변에서 재원을 조달하고 그 재원으로 차변의 자산을 마련한 후 그 자산을 잘 운영해 미래의 캐시플로 창출하며, 마지막으로 재원을 공급해 준 투자자에게 적절한 이익을 돌려주는 일련의 순환과정을 다룬다.

 

기업 재무의 사이클

 

기업은 생산과 판매 활동을 펼치기 위해 요소 시장으로부터 생산요소를 공급받는다. 노동 시장에서 노동력을 공급받고 상품 시장에서 원자재를 조달하며 자본 시장에서 자본을 수혈받아 기업 활동이 전개된다. 기업의 자금 조달은 크게 부채 자본 조달(debt finance)과 자기 자본 조달(equity finance)로 나눌 수 있다. 부채 자본 조달은 은행에서 대출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고, 자기 자본 조달은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기업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후 이를 투입해 생산 및 판매 활동을 펼치는 것을 기업의 투자 활동 혹은 자산 운영이라 한다. 기업은 투자자가 제공한 자금을 유효하게 활용함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므로, 기업의 투자 활동은 투자자 입장에서도 중요한 관심사이다. 기업 재무에서는 이를 가리켜 기업의 투자의사 결정이라 한다. 기업은 투자 활동으로부터 얻은 수익으로 인건비, 원재료 비등의 비용을 지불한 후 부채 조달에 응해 준 채권자에게 원리금을 상환하고 정부에 법인세를 납부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잔여 이익(residual profit)은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기업이 잔여 이익 전부를 배당하지는 않는다. 일부는 내부에 유보해서 미래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한다. 

 

따라서 잔여 이익을 어떤 비율로 배당과 내부 유보(retained earnings)로 나눌 것인가는 중요한 의사 결정이며, 이것이 곧 배당 정책이다. 이처럼 기업이 투자자로부터 끌어들인 자금은 기업의 투자 활동에 투입되고, 이로부터 창출된 이익은 이자와 배당의 형태로 투자자에게 환원된다.

기업 재무론은 기업을 둘러싼 이런 자금의 흐름인 '재원 조달 → 투자 의사 결정 → 이익 환원 및 배당'의 순환을 다루는 이론 체계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기업 재무는 주로 주주의 입장에서 재원 조달, 투자 행동, 배당 정책을 다룬다. 즉 주주 중시 관점을 매우 중요시한다. 물론 기업에 재원을 공급한 투자자에는 부채 자본(debt capital)을 공급한 채권자도 있지만 이익 배분에 있어 채권자의 우선순위가 높으며 사업의 위험은 주주가 최종적으로 부당하므로 주주라는 투자자의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기업 재무의 기본적인 관점이다. 그렇다고 채권자나 노동자, 거래선, 고객을 경시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채권자나 노동자, 거래선, 고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기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주주의 이익을 높이는데도 기여할 수 없다.

 

주식 자본 비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업 재무에서 제일 먼저 숙지해야 하는 개념은 자본 비용(cost of capital)이다. 기업이 원재료를 공급한 납품업체에 원재료비를 지급하고 노동력을 공급한 종업원에게는 임금을 지불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본을 제공한 투자자에게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이 바로 기업의 입자에서 발생하는 자본 비용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자본 비용은 투자로부터 얻어지는 수익이다.

투자자는 미래의 수익을 기대해 기업에서 자본을 제공한 것이므로 이를 투자자의 기대 수익률(expected rate of return)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이때 투자자의 기대수익률은 투자자가 자본을 제공하면서 기업에 요구하는 수익률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으므로 요구 수익률(required rate of return)로도 부를 수 있다. 이로써 '자본 비용=기대(요구) 수익률'의 관계가 성립하는데, 이 관계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에 상응하는 자본 비용을 벌어들여야 하며 이에 실패하는 기업은 사업을 전개할 수 없다. 

 

그런데 부채 자본 조달에는 미리 확정된 이자 붙어 있으므로 자본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주식 자본 조달에 따른 자본 비용은 분명치 않다. 사정에 따라서는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므로 주식 자본 조달에 발생하는 자본 비용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심각한 오해다. 주식 자본에도 분명히 자본 비용이 발생한다. 주식 자본을 제공하는 주주에게 기대 수익률을(확률적으로) 맟줘 줄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하지 않는 한 주식 자본의 조달이 불가능해진다. 간단한 예를 들어 봅시다. 한 소규모 자영업자가 연리 5%로 1억 원을 빌려 1년간 사업을 영위하기로 했다. 이 자영업자는 1억 원을 모두 투입해 사업을 벌이고, 연말에는 매입한 자산까지 모두 처분해 현금 흐름을 창출해서 원리금을 상환하고 사업을 마감할 계획이다.

그런데 사업 환경은 확정적이지 않고 확률적이다. 사업이 잘될 경우와 보통일 경우의 확률을 각각 0.3, 0.4, 0.3이라고 가정했을 때 시나리오별 사업 계획을 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시나리오 1              시나리오2                시나리오3
발생확률                                                0.3                       0.4                         0.3
예상 현금 흐름                           1억 1000만원           1억 500만원                     1억원
원리금 상황                                1억 500만원           1억 500만원             1억 500만원
잔여 이익                                        500만원                      0원                  -500만원

평균 예상 현금 흐름 = 110x0.3 + 105x0.4 + 100x0.3=105(백만원) 

평균 예상 잔여 이익 = 5x0.3+0x0.4+(-5)x0.3=0(원)

 

사업이 잘되면 1역 1000만 원이 들어와 부채의 원리금을 여유 있게 상환하고도 500만 원의 잔여 이익을 거둘 수 있고, 사업이 보통이면 1억 500만원이 들어와 간신히 원리금 상환을 맟출 수 있으며, 사업이 잘 안될 경우에는 1억원이 들어와 부채 원리금 상환도 여의치 않다.

그러면 이런 사업 계획을 제출받은 대출자는 어떻게 행동할까? 평균 개념에 입각해 각 시나리오에 확률을 부여하고 계산해 보면 연말까지 예상 현금 흐름이 평균 1억 500만원 발생하므로 원리금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과연 대출자의 입장에서 이처럼 확률적으로 원리금 상환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1억 원을 선뜻 대출해 줄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시나리오 3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현금 흐름의 창출이 여의치 않아 채무 불이행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데 그 확률은 0.3이다.

 

따라서 대출자는 대출을 선행조건으로 자영업자가 자기 자본을 투입해서 유사시에 대비한 쿠션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가 자기 자본을 2000만 원 투입한다는 조건하에 8000만 원의 대출이 이뤄졌다면, 연말에 갚아야 할 원리금은 8400만 원이 될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시나리오별 사업계획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시나리오1 시나리오2 시나리오3
발생 확률 0.3 0.4 0.3
예상 현금 흐름 1억 1000만원 1억 500만원 1억원
원리금 상환 8400만원 8400만원 8400만원
예상 잔여 이익 2600만원 2100만원 1600만원
자기 자본 예상 수익률 (26-20)/20=30% (21-20)/20=5% (16-20)/20= -20%

자기 자본 평균 예상 수익률=30% x0.3+5% x0.4+(-20%) x0.3=5%

표 2에서 보듯이 1억 원의 사업비 중에서 2000만 원이 주식 자본으로 조달된다면 어떤 시나리오 하에서도 부채의 원리금 상환에는 어려움이 없으므로 대출자는 만족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주주도 만족해서 투자를 받아들일 것인가는 별개 문제이다. 만일 자영업자가 직접 출자한다면 어디까지나 자기 사업을 하는 것이므로 5%라는 자기 자본의 평균 예상 수익률에 만족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부 주주가 자기 자본을 공급해 주었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5%의 자기 자본 평균 수익률은 은행의 대출 금리에 불과하므로 사업에 따른 위험을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주주의 입장에서는 이런 수준의 투자 수익률에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은 높은 위험을 부담하는 주주에게 그들이 요구하는 수익률(예를 들어 15%)을 확률적으로는 달성할 수 있다는 다른 사업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자기 자본의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며, 이것이 부채 자본의 공급까지 차단시켜 사업 전개가 불가능해진다.

즉 주주에게 요구 수익률을 맞춰 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야만 주식 바존과 부채 자본의 조달이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주주의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주주가 요구하는 기대(요구) 수익률 이상으로 경영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업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물론 기대한 대로 경영 성과가 반드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표 2의 시나리오 3이 실제 상황이 되어 사업이 잘되지 않아 자기 자본에 대한 수익률이 -20%로 떨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다양한 경영 환경 시나리오하에서 주주가 요구하는 수익률을 확률적으로 맞출 수 있다는 사업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주주의 기대 수익률(즉 주식의 자본 비용)을 넘어서는 경영 성과를 얻으면 기업의 가치는 증가할 것이며, 반대로 경영성과가 이를 밑돌면 기업 가치는 하락할 것이다. 

따라서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이란 주주가 요구하는 자본 비용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경영 성과를 거두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주주 중시의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주식 자본에 대해서도 자본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주식 자본에 대한 자본 비용(주주의 기대 수익률)을 넘어서는 경영 성과를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부채 자본 비용은 이자의 형태로 명확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금융 비용으로 인식되어 회계상의 이익 수치에 반영된다. 그런데 주식 자본 비용은 확정된 비용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확률적인 기대 비용이므로 회계상에서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자칫 소홀하게 다룰 수 있다. 그러나 주식 자본 비용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주주를 실망시켜 주가가 하락하고 추가적인 주식 자본의 조달에 제약이 있는 등 문제점이 적지 않으므로, 최근 주식 자본 비용을 적극적으로 감안해 이익 수치를 도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 하나의 방법론이 경제적 부가가치(economic value added, EVA)이다. EVA는 회계상으로 이익을 내는데 그치지 않고 주식 자본 비용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이익을 낼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EVA를 구하기 위해서는 회계상의 이익 수치로부터 주식 자본의 기회비용을 공제해야 한다.

회계상의 이익이 주식 자본 비용을 상회하면 EVA의 값이 플러스가 되고 그렇지 못하면 마이너스가 된다. EVA가 마이너스인 기업은 주식 자본의 기회비용을 벌어들이지 못하는 기업이므로, 사업방식을 개편해 자본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오늘날 EVA를 계산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으며 이를 기준으로 경영자에게 보상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주식 자본 비용을 기업 경영의 중요한 지표로 인식하는 것은 주주 중시 경영이 토착화하고 있다는 증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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