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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주주 주권은 주주의 전횡인가?

 

기업 지배 구조(corporate governance system)란 기업의 권력을 누가 어느 정도로 장악하는가의 문제로서, 기업이 생산한 부가가치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자본은 주식 자본과 부채 자본으로 참여하는데, 주식 자본은 기업이 창출한 이윤을 배당금의 형태로 취득하는 반면, 부채 자본은 고정적으로 이자를 받는다. 

노동은 핵심 인적 자원과 범용 인적 자원으로 구분되는데, 전자는 높은 보수와 일자의 안정을 보장받고, 후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노동 시장에서 결정되는 낮은 보수를 받는다.

경영자는 기업 내부에서 승진을 통해 발탁되거나 경영자 시장에서 스카우트되며 성과급의 비중에 매우 높다. 마지막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는 기업으로부터 소정의 세금을 징수한다.

이상과 같은 부가가치 분배 구도에서 비교적 확정적인 것과 덜 확정적인 것을 구분할 수 있다.

부채 자본에 대한 이자나 비정규직의 보수, 정부에 내는 세금은 비교적 확정적이므로 협상의 여지가 거의 없다.

반면에 주주 이익과 정규직 보수, 경영자 보수는 기업의 성과와 깊게 연계되어 변동한다. 따라서 총부가가치에서 확정적인 지급분인 부채 이자와 비정규직 보수, 세금을 차감한 것을 '잔여 부가가치'라고 부르는데, 이 잔여 부가가치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가 기업 지배구조에서 발생하는 핵심적인 이해 충돌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잔여 부가가치를 나누어 갖는 3자의 관계가 반드시 대립적인 것은 아니다. 주주, 경영자, 정규직 노동자 간에는 기업의 성과를 높이고자 하는 데서 이해가 합치된다.

주주는 노동자와 경영자에게 기업 활동의 장을 제공하고 기업의 부가가치 변동에 대한 최종적인 위험을 부담한다. 노동자는 현장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체이며, 경영자는 노동과 자본과 기술을 결합해 최대의 성과를 올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주주가 단기적인 이익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장기적인 경쟁력의 요체인 기업 특수 자산을 소홀하게 관리할 이유가 없다. 

주주가 마구잡이로 핵심 노동자를 수탈할 이유도 없다. 핵심 노동자를 수탈해서는 기업의 혁신도 없고 주가의 지속적인 상승도  기대할 수 없으므로 핵심 노동자를 경시하는 것은 주주의 이해관계와 어긋난다. 마찬가지 이유로 금융 자본이 기업을 적대적으로 인수·합병하는 것을 반노동적이라고 볼 필요가 없다. 금융자본의 주된 공격 대상은 어디까지나 경영자이지 노동자가 아니다. 즉 이들이 노리는 것은 비효율을 초래한 경영자를 교체해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지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금융 자본 주주가 등장해 구조 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금융 자본 측은 기업에 비효율이 누적되면 결국 기업이 망하고 모든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므로, 그전에 구조 조정을 단행해 기업 도산, 전원 해고의 불상사를 막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주주 주권을 흑백 논리로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주주 주권을 주주의 전횡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한정짓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늘날 주주 주권의 핵심적인 권한은 이사의 선임과 해임권이다. 원래 주식회사의 원형은 소유 경영이 었다. 이 경우에는 소유주가 직접 경영을 담당해 주요한 이사 결정을 내리므로 주주 총회('주총') 외의 이사회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의 주시회사는 대체로 전문 경영 체제로 변형되었고, 주주는 이사회를 통행 회사의 주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므로 주총과 이사회 간에는 권한의 배분이 이뤄져 있다. 이처럼 오늘날의 주시회사에는 경영 일반에 관한 많은 권한이 이사회에 부여되어 있으므로 주주가 행사하는 가장 중요한 권한은 이사의 선임권과 해임권이다.

 

주주에게 특별한 권한이 부여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주주는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 중에서 기업 경영의 최종적인 위험을 부담하며 기업이 생산하는 부가가치의 배분은 '노동자 → 채권자 → 주주'의 순서이고 기업 청산시에도 같은 순서가 그대로 적용된다.

한편 노동자는 부가가치에 대한 우선적인 분배권을 가지며, 또 기업의 성과와 관련해 감시를 받아야 할 집단이므로, 스스로 심판관의 지위와 권한까지 차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로써 오늘날 금융경제학의 주류 이론은 주주 주권을 지지한다. 이때 주주 주권이란 기업을 주주의 소유물로 간주하거나 주주의 전횡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다. 주주는 법에 의해 이사의 선임권, 해임권과 같은 몇 가지 지배적인 권한을 가질 뿐이다. 그리고 주주의 권한 행사는 기업의 계속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 웰치의 반성문 ■

1981~2001년에 GE 회장직을 맡았던 잭 웰치(Jack welch)는 인수·합병으로 가전을 비롯한 기존 주력 사업을 매각하면서 수만 명을 해고하는 고강도 구조 조정을 실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그의 별명은 건물은 그대로 놔두고 인명만 살상하는 중성자탄(neutron bomb)에 빗대어 '뉴트론 잭'이었다.

그 결과 웰치의 GE는 이익률을 대폭 끌어올리면서 두둑한 배당금과 주가 상승으로 주주들의 찬사를 받았다. 나아가 기업 경영의 목표는 사회적 책임이 아닌 '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새로운 가치관이 미국의 경영 문화로 뿌리내렸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위기 직후 웰치는 "주가에 집착하는 경영은 멍청한 아이디어"라는 반성문을 발표했다. 주가를 중시하는 경영이 단기 실적주의를 부추긴 결과 미국 금융 기관들이 과도하게 위험을 키워 파탄에 이르렀다고 진단한 것이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위기가 반드시 주주 가치 경영의 결과물인가에 대해서는 속단하기 어렵다. 주주 가치경영이 거품을 확대시킨 수만흔 요인의 하나였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결정적인 요인이었다는 근거는 없다.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도, 1980년대 말 스웨덴에서도 부동산 거품이 발생했는데, 적어도 두 나라는 노동자 주권이 강한 나라로서 주주 주권과 무관하다는 점에서 주주 주권이 거품을 잉태시키는 기제라고 인식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침묵하는 주주에서 행동하는 주주로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 주주들은 대체로 '침묵하는 주주'들이었다. 대기업 집단의 경우 창업 가문이 직접 보유한 소유 지분 외에도 계열사 간의 순환 출자를 통해 내부 안정 지분이 형성되어 시장에서 실제로 유통되는 유동주식(tradable stock)의 비중이 낮았고 고도성장기를 맞아 기업의 실적이 양호했으므로 주주들이 크게 시비를 걸 이유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적극적인 주주가 출현하지 않았다. 

그러나 외환 위기 이후 IMF의 권고에 따라 국내 자본 시장을 대대적으로 대외 개방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현저히 높아지면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외국인 투자자는 각종 연기금, 뮤추얼 펀드 등 기관 투자자가 대부분인데 이들은 '행동하는 주주'로서 기업의 업적에 시비를 걸거나 경영 방침에 제동을 걸기도 하며 심지어 경영진 교체를 주문하기도 한다. 물론 투자한 기업의 업적이 저조할 때 이들 주주들은 주식을 팔고 떠나는 이탈(exit) 옵션을 행사할 수 있지만, 종목별로 투자 규모가 큰 기관 투자자들은 대규모 매각에 따른 자본 손실을 피하기 위해 이탈보다는 발언(voice) 옵션을 중시한다.

 

이러한 해외 기관 투자자의 약진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단기의 주가 경영에 치중함으로써 기업의 중·장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이후의 사정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았다. 주주의 목소리가 커짐으로써 경영자를 규율하고 기업에 긴장감을 고조시킨 반면, 경쟁력을 훼손시켰다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종업원들에게도 주주 중시의 관점이 침투하고 있다. 

우리 사주 제도가 확산되고 스톡옵션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종업원들이 자사주를 보유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들에게 주가의 상승은 소득의 한 부분이자 노후를 대비한 금융 자산 형성의 중요한 부분이므로, 기업 가치 및 주가 상승을 도모하는 주주 중시의 경영은 경영 잔 종업원이 모두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가치관이다. 물론 시시각각으로 변동하는 주가에 대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자기 회사의 주식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주의 대폭적인 하락은 자본 시장이 기업 경영에 의문을 품고 있다는 증거이며, 이로 인해 거래선이나 고객 관계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주가가 낮다는 것은 기업의 몸값이 그만큼 싸다는 것으로, 적대적 기업 매수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기업 재무를 익혀 주가가 갖는 의미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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