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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경제

보험업의 원리와 재난 채권

블랙데블 2022. 5. 1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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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의 원리와 재난 채권

 

보험 가입자는 보험 회사에 매월 보험료를 납부하고, 그 대신에 지정된 사고가 발생해 손해를 입게 되면 일정 수준 이를 커버할 수 있는 보험금을 보험 회사로부터 받는다.

따라서 보험 가입자는 보험료를 납부하는 대가로 손해 위험을 보험 회사에 이전한 셈이며, 양자 간에 체결된 보험 계약은 위험을 거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화재 보험, 자동차 보험, 생명 보험은 부보(附保, 보험 가입)대상이 다를 뿐 그 구조는 대동소이하다. 

그러면 보험 회사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보험 상품을 팔아서 자신이 끌어안게 된 보험 위험(insured risk)을 어떻게 관리 통제할 것인가이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원리는 큰수의 법칙이다. 

포트 폴리오 선택 이론에서 살펴봤듯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종목의 수를 늘리던 개별 종목의 고유 위험은 완전히 분산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남는 것은 포트폴리오가 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따라 변동하는 시장 위험뿐이다. 따라서 포트 폴리오 구성 원리를 보험에 적용하면 보험 위험을 파격적으로 낮출 수 있다.

그 이유는 보험 계약의 수를 늘려 가면 풀링에 의해 개별 계약의 고유 위험이 저절로 분산되며, 또 서로 상관관계가 낮은 보험 계약들을 모아 간다면 전체적으로 시장 위험을 낮추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큰수의 법칙은 서로 독립적인 계약의 수를 늘려 감으로써 보험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보험업 위험 관리의 제1원리이다.

 

그런데 이러한 큰수의 법칙에 중요한 함정이 있다. 보험 계약의 수를 늘림으로써 손실의 확률(probability of loss)이 낮아지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유사시 손실의 크기(magnitude of loss)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보험사가 한 지역에서 1만 개의 화재 보험 계약을 맺었는데, 1만 개의 부보 대상이 모두 한꺼번에 불타 버리는 초대형 재난이 발생한다면 이 회사는 막대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원리적으로는 보험 계약 간의 독립성을 가정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보험 계약 간에 약간의 상관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 낮은 상관관계가 일거에 현실화할 경우 보험사를 도산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확률적으로 지극히 가능성이 낮은 극단적인 사건, 즉 블랙스완이 현실화한든 것은 보험사에게 큰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 1992년 허리케인 앤드루로 인해 무려 183억 달러가 보험금으로 지급되었으며, 1994년에는 캘리포니아의 노스리지 대지진으로 135억 달러의 보험금이 빠져 나갔다. 이런 대형재난으로 인해 막대한 보험금이 지출되고 나면 보험업 전체의  지급 준비가 급격히 감소해 추가적인 위험 인수 능력이 위축되며, 보험사들이 재난 위험을 기피함으로써 자연재해에 대한 보험료가 급격히 상승한다.

 

바로 이런 초대형 재난의 위험 때문에 보험 회사는 위험을 풀링하는 원리, 즉 큰수의 법칙만으로는 효과적인 위험 관리가 어렵다고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위험 분담(risk sharing)이라는 보험업 위험 관리의 제2원리이다.

위험 분담의 원리란 보험사가 단독으로 큰 위험을 인수하지 않고 타 보험사와 공동 인수(coinsurance)하거나 혹은 인수한 위험을 다시 보험에 드는 재보험(reinsurance)을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위험 분담 원리는 일찍이 17세기 말 에드워드 로이드(Edward Lloyd)의 커피 하우스에 보험업자들이 모야 공동으로 위험을 인수하던 관행에서 비롯되었다.

이때부터 보험사들은 가급적 상관관계가 낮은 다양한 프로젝트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시켜 왔다.

그런데 이 위험 분담의 원리에도 한계가 있다. 보험 산업 전체로 봤을때 거액의 보험금을 지불할 수 있는 잉여 자금이 충분하다면 초대형의 블랙 스완이 발생해도 감당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대규모 보험금이 지출되고 나면 보험 산업의 위험 인수 능력이 급격히 축소되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새롭게 관심을 끄는 것이 재난 채권(catastrophe bond)이다.

 

재난 채권은 자본 시장을 통해 보험 위험을 분산시킨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미국에서 1994년 최초로 발행되었다.

무엇보다도 자본 시장은 보험 시장에 비해 그 규모가 워낙 막대하므로 거대한 보험 위험을 끌어안아도 큰 부담이 안된다. 또 보험 위험은 자본 시장 위험과 상관관계가 매우 낮다는 장점이 있다.

태풍이나 지진이 발생해 손해를 입는 위험과 환율이나 금리가 변동하는 위험은 상호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 재난이 발생했다 해서 전 세계 기업의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진이나 태풍과 같은 대규모 재난 피해에 관한 보험 계약을 하나로 묶어 풀링한 후, 이를 근거로 재난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때 보험 가입자들이 납부하는 보험료는 재난 채권의 원리금을 지불하는데 사용된다.

그리고 특정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투자자들에게 상환해야 할 원금을 감액시켜 보험 가입자에게 피해액의 일부를 보상해 준다. 

이처럼 재난 채권은 보험 사고의 피해 규모, 즉 보험금 지급 규모에 맞추어서 만기의 원금 상환을 감액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보험사와 재보험사가 인수한 보험 위험을 자본 시장에 참여하는 증권 투자자에게 이전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재난 위험을 부담하는 대가로 투자자들은 일반 채권보다 높은 쿠폰 금리의 혜택를 누린다. 단, 재난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는 매우 까다로운 문제이다. 

재난 손실액에 근거 할 수도 있고 혹은 태풍의 풍속이라든지, 지진의 리히터 스케일 강도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다. 최근 재난 채권의 발생은 증가 일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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