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는 절대 악인가 필요 악인가

헤지펀드는 절대 악인가 필요 악인가

 

헤지 펀드의 과감한 자산 운용전략이 시장을 교란하는 삭선이 연이어 터졌다. 1992년 영국의 파운드화 위기, 1997년 동아시아 외환 위기, 1998년 홍콩 달러의 위기는 헤지 펀드의 공격으로 인해 각국의 외환 시장이 패닉에 빠져 사례이며, 1998년의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ong-Term Capital Management, LTCM) 위기는 헤지 펀드의 경영 파탄으로 인해 금융 시장 전체가 패닉에 빠진 사건이었다. 이처럼 각국의 외환 금융 위기에 헤지 펀드가 개입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헤지 펀드는 사회 전반으로부터 맹렬한 비판을 받게 되었다. 필요 이상으로 시장의 변동성을 높인다는 점, 투기적인 머니 게임으로 거액의 불로 소득을 올린다는 점, 자산 운용의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 과격한 금융 자본의 이익 논리로 사회 전반에 사행심을 확산시킨다는 점 등이 비판의 핵심이다. 특히 1998년 월스트리트의 대형 헤지 펀드 LTCM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뒤로는 헤지 펀드로 인해 금융 시장 전체가 시스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헤지 펀드 규제론이 급부상했다. 사실 투기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시장 기회가 발견되면 다수의 헤지 펀드가 일시에 공격 목표에 돌진하게 되는데, 이들의 전략이 빗나갈 경우 이들 다수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이로 인해 금융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의회는 2006년 가입자가 15명 이상이고 운용 자산이 3000만 달러 이상인 헤지 펀드에 대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연방 고등 법원에서 위헌 판결이 내려져 법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았다.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에도 헤지 펀드에 대한 규제론은 더욱 고조되었다. 그렇지만 특단의 규제 장치가 마련되지는 않았다. 헤지 펀드에 레버리지를 제공한 것은 일반 상업은행이나 투자은행이므로, 이들 양대 금융 기관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통해 헤지 펀드의 과격한 자산 운용의 폐해를 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시장주의자들의 일관된 시각이다.

이처럼 헤지 펀드의 규제는 쉽지 않으며 헤지 펀드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지지론도 만만치 않다. 비싼 것을 팔고 싼 것을 산다는 헤지 펀드의 롱·쇼트 전략이 시장 가격의 변동성을 높인다고 해도, 헤지 펀드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옳다면 그것은 왜곡된 시장 가격을 교정하는 순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헤지 펀드는 대세 추종적인 일반 투자자와는 달리 반 추세적(contrarian)인 투자 행동을 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투자 행태는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는 순기능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처럼 헤지 펀드의 시장 가격 교정 기능, 유동성 공급 기능은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므로 헤지 펀드와 같은 다양한 시장 참가자가 존재한다는 것이 나쁠 것이 없다는 논지가 성립된다. 물론 투기로 돈을 버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사회적 반감은 이해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는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을 반사회적 충동(anti-social impulse)에 빠진 사악한 금융업자(odious financier)로 묘사했는데, 금융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이미 존재했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 땀 흘려 노동하는 것만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이 이윤 동기에 의해 잘 작동하지 않을 경우 경제 순환이 제약을 받는다. 이것은 역사에 의해 실증된 것이다. 현실에 있어 금융은 어떤 산업보다도 중요하다. 금융이 돌아가야 실물 경제가 굴러가기 때문이다.

 

오늘날 헤지 펀드의 투자자는 예전처럼 개인 부유층만이 아니라 기관 투자자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상업은행, 투자은행, 보험사 들은 운용 자산의 일부를 헤지 펀드에 맡겨 대체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헤지 펀드의 자산 운용 전략이 시장이 하강하는 국면에서 이익을 내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들 금융 기관들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헤지 펀드를 활용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헤지 펀드의 존재가치와 정당성을 지지하는 논리도 헤지 펀드를 비판하는 논리 이상으로 강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