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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전문 인력 무용론은 타당한가?

 

파마가 효율적 시장 가설을 제기한 이후 가설을 뒷받침하는 실증 연구의 결과들이 속속 보고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흥미를 끈 것은 뮤추얼 펀드의 성과가 극히 부진하다는 보고였다. 이를 근거로 전문 인력에게 자산 운용을 맡기기보다는 차라리 눈을 감고 신문의 주식란에 다트를 던져 아무 주식이건 찍어서 투자하는 편이 성과가 더 높을 것이라는 극히 냉소적인 주장도 대두되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봅시다. 1971~2007년의 37년간을 대상으로 분석해 보면 전문적으로 운용된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월셔 5000 지수의 수익률을 앞선 것은 16년에 불과하며, 월셔 5000 지수의 평균 수익률은 12.8%로서 전문 펀드의 평균 수익률을 1% 포인트 앞선다. 또 아무리 뛰어난 펀드 매니저라도 계속적으로 초과 이익을 거두는 것은 어렵다. 즉 특정한 펀드가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높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으ㅓ며, 일부 그러한 펀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이들 펀의 투자 철학이나 투자 패턴에 의한 것일 뿐 펀드 매니저의 특별한 역량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 스타 매니저가 존재한다고 EMH를 기각할 필요는 없다 ◆

투자의 세계에는 슈퍼스타들이 존재한다. 피델리티에서 마젤란 펀드를 운영했던 피터 린치(Peter Lynch), 버크셔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소유자이자 최고 투자 담당자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 템플턴(Templeton)의 창업주인 존 템플턴(John Templeton)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낸 인물들이다. 이렇게 투자 세계의 슈퍼스타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곧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뜻일까? 확률적으로 잘 따져 보면 그렇지 않다는 답이 나온다.

정상적인 동전이라면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각각 0.5이다. 따라서 동전을 열 번 던지면 앞면이 다섯 번, 뒷면이 다섯 번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이를 확률로 계산해 보면 0.2461(=₁₀C₅x0.5 ¹⁰)로 제법 높다. 그런데 동전을 열 번 던져서 모두 앞면이 나오거나 모두 뒷면이 나올 확률은 각기 0.00097656(=₁₀C₁₀x0.5 ¹⁰)으로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그러나 동전 던지기 시합에 1만 명이 참가해 각각 열 번씩 동전 던지기를 한다면 시장이 달라진다. 적어도 몇몇 참가자에게는 극단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열 번 모두 앞면이 나오거나 열 번 모두 뒷면이 나오는 사람이 나온다.

이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할 확률은 각각 ₁₀C₁₀x0.5¹⁰이므로, 모두 앞면이 나오거나 모두 뒷면이 나오는 사람의 숫자는 각 9.7656(=10000x₁₀C₁₀x0.5 ¹⁰) 명이다. 이처럼 특별한 능력이 없는데도 전적으로 운에 의해 극단적인 결과를 얻는 사람들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펀드 매니저 중에 소수의 뛰어난 펀드 매니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적어도 확률의 원리에 따르면 순전히 운에 의해서도 가능하다.

따라서 뛰어난 펀드 매니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시장의 효율성을 부정해서는 안된다.

 

이처럼 효율적 시장 가설에 담긴 함의는 한마디로 전문 인력무용론이다. 그리고 이런 함의가 확산되어 수동적 투자 전략(passive investment strategy)이 관심을 끌게 되었다. 수동적인 투자 전략이란 구태여 비싼 돈을 들여 전문 인력을 고용해 분석과 판단을 맡기기보다는 시장 전체의 흐름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좋다는 투자 방법론이다. 이 전략을 상품화한 것이 바로 인덱스 펀드※ 와 상장 지수 펀드(exchange-traded fund, ETF)이다.

 

※ 인덱스 펀드는 가입과 해약이 자유로운 개방형 펀드이므로 주식 시장이 마감된 후 매매 기준 가격을 산정해 거래된다. 따라서 실제 거래는 하루 한 번만 가능하다. 이런 불편을 없애기 위해 폐쇄형 펀드의 형태로 출시된 것이 상장 지수 펀드다. 이 펀드는 일반 주식과 마찬가지로 증시에 상장된 종목이므로 시장에서 하루 종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공매도도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효율적 시장 가설이 등장함에 따라 투자자들 간에 전문 인력 회의론이 확산되었고 이를 기회로 인덱스 펀드와 상장지수 펀드가 성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시장이 아무리 효률적이라 해도 도대체 고액 연봉을 받는 월스트리트의 우수한 전문 인력들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렇다면 자산 운용사는 왜 비싼 연봉을 지불하면서 이들을 활용하는 것일까? 사실 펀드 매니저나 애널리스트들이 투입한 비용보다 더 많은 성과를 투입한 비용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현재 시세에 비해 본질적인 가치가 높은 종목(즉 현재 저평가된 종목) 혹은 낮은 종목(즉 현재 고평가 된 종목)을 찾아내 빈번하게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게 되는데, 그럴수록 중개인 수수료 비용이 높아지고 정보 수집과 분석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이런 비용을 상쇄시키면서 펀드의 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어려운 일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비싼 비용을 들여서라도 이런 전문 인력을 활용하는 조직들이 있으며, 이들 조직에 소속한 전문인력 간의 치열한 경재에 의해 시장이 효율화되고 있다는 점은 생각해 봐야 한다. 이처럼 관점을 달리해 보면 시장이 새로운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펀드 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이 경쟁자보다 더 높은 투자성과를 얻기 위해 열심히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고, 또 이를 근거로 신속하게 투자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즉 이들이 한시적으로 시장에서 잘못 설정된 가격(mispricing), 즉 시장의 비효율성을 찾아내 비정상적인 이윤을 얻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시장이 효율성을 달성하는 것이라는 반대의 논리가 성립된다. 이렇게 보면 전문 인력 무용론은 너무 성급한 결론이다. 시장에는 여전히 전문 인력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으며, 바로 이런 여지를 파고드는 전문인력의 노력에 의해 시장은 효율적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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