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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경제

자본 시장은 효율적인가?

블랙데블 2022. 5. 1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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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시장은 효율적인가?

 

주가는 예측 가능한 것일까?라는 질문은 일찍부터 경제학자들의 큰 관심거리였다. 이 질문에 대해 체계적인 답변이 가능하게 된 것은 컴퓨가 경제학에 도입되어 시계열 데이터(time-series data) 분석이 가능하게 된 1950년대였다.

 

주가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할까?

 

경제학자들은 경기 변동에도 주기가 있듯이 주가에도 일종의 주기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모리스 켄들(Maurice Kendall)도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그런데 켄들은 1953년에 발표한 「경제 시계열 분석 : 가격(The Analysis of Economic Time Series, Part I : Prices)」 이란 논문에서, 주가의 움직임이 당초 그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랜덤 워크(random walk)'를 보인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랜덤 위크란 술에 취한 사람의 발걸음처럼 어떤 발자취를 만들어 갈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마치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오른발을 내딛고 뒷면이 나오면 왼발을 내디는다는 실험을 해서 나오는 결과처럼 발자취가 예측을 불허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가가 랜덤 위크를 보인다는 것은 주가의 과거 시계열 데이터를 이용해 주가의 미래 움직임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당시 켄들의 논문은 경제학자들에게 매우 곤혹스러운 것이었다. 주가가 랜덤 워크를 보인다는 것은 주식 시장이 변덕스러운 시장 심리(market psychology)나 동물적 충동(animal spirit)에 지배되어 이렇다 할 랍리적 법칙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1950년대만 해도 주가의 랜덤 워크는 주식 시장의 비효율성을 의미했다. 그러나 학자들은 관점을 바꾸어 켄들의 연구 결과를 재음미하기 시작했고, 주가의 랜덤 워크가 시장의 효율성을 지지하는 증거임을 서서히 인식하게 되었다.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만약 켄들의 시계열 분석에 의해 주가 일정한 패턴의 움직임을 보인다는 심증적 결과가 나왔다고 합시다. 마치 금맥을 발견한 것과 같지 않을까? 투자자들은 켄들이 제시하는 주가 패턴을 이용해 주가가 오르기 전에 주식을 사고 주가가 내리기 전에 주식을 팔아 일확천금을 거두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일확천금이 가능한 상황이 과연 시장의 효율성을 의미하는 것일까? 다시 생각해 보면 일정한 패턴을 이용해 일확천금이 가능한 시장은 결코 효율적인 시장일 수 없다는 논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켄들이 발견한 패턴에 의해 K사의 주식이 현재 100달러이지만 곧 110달러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시다. 당연히 켄들의 명성을 믿고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 막대한 매입 주문을 낼 것이므로 주가는 당장 110달러로 뛰어오를 것이다. 이처럼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즉각 주가를 상승시켜 버림으로써 일확천금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져야 하는 것이다.

이 간단한 예로부터 켄들이 왜 주가 변동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장래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분석 결과 혹은 현재 주가가 저 평가되어 있다는 분석 정보가 등장하면, 즉각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주가를 적정한 수준으로 끌어올립니다. 이때 적정한 수준의 주가란 주어진 모든 정보를 적절하게 반영한 주가를 의미합니다. 이렇게 보면 주가를 오르내리게 하는 것은 오로지 새로운 정보의 도착(arrival of new information)에 의해서일 뿐이며, 새로운 정보란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정보를 의미합니다. 이처럼 주가는 오직 예측 불가능한 정보의 도착에 의해 변동하므로 주가 변동 역시 예측 불가능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켄들의 시계열 분석에서 주가가 랜덤 워크를 보인 이유이며, 시장이 정보를 흡수해 가격에 반영하는 데 있어 지극히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주식 시장은 얼마나 효율적인가?

 

주가 지수를 모사하는 인덱스 펀드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은 자산 운용업계로서는 결코 좋은 뉴스가 아닙니다. 자칫 자산 운용을 담당하는 펀드 매니저나 애널리스트가 투자사로부터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덱스 펀드가 발전한 배후에는 전문 인력 무용론이라는 함의를 갖는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market hypothesis, EMH)이 존재한다.

켄들 이후 경제학자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심지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제학자는 진정한 경제학자가 아니라는 각성도 나타났다.

이런 인식하에서 효율적 시장의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하면서 주가 예측에 대한 허망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은 1970년대 시카고 대학의 유진 파마(Eugene Fama) 교수 였다.

파마가 제시한 효율적 시장 가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파마의 정의에 따르면 시장이 효율적이란 것은 시장이 "정보를 신속하고 올바르게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대체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파마는 이미 알려진 정보를 이용해 비정상적인 이익(abnormal profit)을 얻을 수 없는 시장을 효율적인 시장이라고 정의했다. 예를 들어 한 제약 회사가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고 하자. 이 정보를 얻게 된 투자자들은 그동안 주당 5000만 원을 넘지 못했던 이 회사의 주가가 1만 원으로 뛸 것이므로 높은 투자 수익률을 얻으리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사정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시장이 정보에 대해 효율적이라면 이 신약 개발의 정보는 즉각 주가에 반영되어 주가를 당장 1만 원으로 끌어올리므로, 이 정보를 이용해 비정상적인 이익을 얻는 기회를 잡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심지어는 이 제약 회사의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왜 그럴까? 호재인 뉴스가 나오기는 했지만 시장이 당초 기대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뉴스여서이다. 따라서 좋은 뉴스가 나와서 주가를 끌어올리려면 그 놓은 뉴스는 예상치 못한 뉴스 라야 한다. 이처럼 시장에 도착하는 모든 정보가 주가에 신속하고 올바르게 반영된다면, 미래의 주가는 미래에 도착하는 정보에 의해만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즉 미래의 주가는 현재 주가에 반영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정보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며, 어떤 새로운 정보가 도착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므로 미래 주가의 예측은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파마는 현시점에서 입수할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비정상적인 이익을 얻을 수 없는 시장, 즉 현재의 정보가 가격에 이미 잘 반영되어 있는 시장을 가리켜 효율적 시장이라고 정의했다

 

시장에는 주식 시장, 채권 시장, 외환 시장, 부동산 시장 등 여러 종류의 시장이 있으며 시장에 따라 효율성의 강도가 다르다. 파마는 정보 세트(information set)를 기준으로 효율성의 강도를 세 가지로 구분했다. 예를 들어 과거의 주가 데이터처럼 이미 모든 사람에게 잘 알려져 있는 정보를 이용해도 비정상적인 이익을 얻을 수 없는 경우, 시장은 '약한 형태(weak form)'로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과거의 주가뿐 아니라 현시점에 공개되는 모든 정보를 포함하는 정보 세트를 이용해도 비정상적인 이익을 얻을 수 없다면, 시장은 '중간 형태(semi-strong form)'로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입수 가능한 정보 세트를 최대한으로 확장해, 내부자 정보(insider information)와 같은 미공개의 특수 정보까지 포함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음에도 비정상적인 이익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시장은 '강한 형태(strong form)'로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파마의 개념 틀에 입각해 실종 분석을 해 보면, 시장에 따라 정보 효율성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부동산 시장은 약한 형태로도 효율적이지 못하다. 부동산 시장의 매물은 저마다 개별적인 특성이 강하고 금융 시장에 비해 매매도 그다지 활발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거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비정상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반면 주식시장과 외환 시장은 고도로 조직화하고 표준화한 시장으로서 대량으로 매매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효율적 시장 가설이 성립한다. 

 

지금까지의 실증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주식 시장과 외환 시장은 약한 형태로는 당연히 효율적이고 중간 형태로도 대체로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단 강한 형태의 효율성과 관련해 보면 전문 애널리스트들이 생산하는 비공개의 고급 정보에 대해서는 시장은 효율적으로 반응하지만, 회사의 극비 사항에 해당하는 내부자 정보에 대해서는 비효율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내부자 정보는 내부자의 위치에 있거나 비싼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는 결코 얻을 수 없는 특수 정보이므로 이를 이용해 비정상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은 현실 감각에 비추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처럼 주식 시장과 외환 시장은 정보를 매우 신속하고 올바르게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아무리 고도화한 금융공학을 구사한다고 해도, 표 아무리 많은 과거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고 아무리 복잡한 계산 능력을 동원한다고 해도, 내부자 정보를 입수해 활용하지 않는 한 시장의 가격 추이를 예견해 비정상적인 이익을 얻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 내부자 거래 ■

주식 시장에 대한 각국의 실증 연구에 따르면 주식 시장은 대체로 중간 형태로는 효율적이지만 강한 형태로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 이유는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비정상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내부자 정보는 일반 투자자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임원, 이사, 대주주와 같은 특수 내부 관계자만이 접근할 수 있는 사적인 정보입니다.

이러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하는 것을 내부자 거래(insider trading)라 한다. 그런데 각국의 증권 감독 당국은 회사의 임원, 이사, 대주주와 같은 내부자들이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얻는 것을 부당 행위로 간주해 철저히 단속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들 내부자는 자사주 거래 실적을 즉각 감독 당국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으며, 감독 당국은 여러 가지 조사 기법을 활용해 이러한 자사주 거래가 내부자 정보를 활용한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한다. 또 실질적인 내부 자가 아니더라도 내부자로부터 사적인 정보를 전해 받고 이를 이용해 이익을 거두면, 이 역시 내부자 거래로 간주해 처벌할 정도로 이 법을 엄격히 적용한다. 그러면 이런 질문이 생길 수 있다.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이용해 돈을 번 것이 무슨 잘못인가?'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내부자 거래가 만연한다면 내부자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는 수많은 투자자들은 주식 시장에 환멸을 느끼고 주식 시장을 떠나게 될 것이다. 축구에서 오프사이드 룰(offside rule)이 없다면 축구 경기의 재미가 없어져 관객들이 떠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러 첨 내부자 거래에 대한 엄격한 제재는 주식 시장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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