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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학-수익을 좇아 끊임없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다.

 

1970년대 이후 활기를 되찾은 투자은행은 빠른 속도로 업무영역을 확대했다. 이전까지 투자은행의 주된 돈벌이는 증권인수와 트레이딩이었으나, 이후로는 우대 고객 중개 서비스, 장외 파생상품, 인수 합병 자문, 자산 운용, 고유 계정 거래, 지배 주주형 투자 등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갔다.

그러나 증권 인수 업무는 여전히 투자은행의 중추 업무입니다. 증권 인수를 통해 고객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관계망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증권 인수의 수익성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20세기 초만 해도 인수 수수료는 채권의 경우 5~10%, 주식의 경우 20~25%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으나, 상업은행들까지 채권 인수가 가능해짐으로써 경쟁이 치열해졌고 결국 채권 인수 수수료율이 1% 이하로 낮아졌다. 그나마 주식인수 수수료는 7%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향후 전자 경매 방식이 도입될 경우 채권 인수 수수료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중개(broker) 업무는 1975년 뉴욕증권거래소의 고정 수수료 폐지에 이어 1990년대 이후 인터넷 온라인 거래의 확대로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지자 수익성이 형편없이 낮아졌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들은 중개 업무를 대폭 개선하게 되었다. 예컨대 주요 기관 투자자에게는 우대 고객 중개 서비스라고 해서 기존 중개 서비스 외에도 자금 대출, 감독 기관 영업 보고 대행, 결제 서비스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위기 때 우대 고객 중개 서비스가 문제로 등장했다. 헤지 펀드에 제공한 대출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해 자금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트레이딩 기법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딜링 부분의 수익률도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웬만한 트레이딩 기법은 경영대학원에서 커리큘럼에 포함시켜 가르칠 뿐 아니라 전산 소프트웨어로 개발되어 현장 트레이더들에게 널리 보급되었기 때문이다. 예외는 장외(over-the-counter. OTC) 파생상품 거래인데 이 분야의 트레이딩은 투자은행에 중요한 수익원이다. 장외 파생상품이란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이 아니라, 투자은행이 고객의 니즈에 맞게 디자인해서 장외 시장을 통해 판매하는 파생상품을 말한다. 서브프라임 위기 때 신용 부도 스와프(credit default swap. CDS)가 베어스턴스(Bear Stearns), 리먼 브라더스와 같은 굴지의 투자은행을 파멸로 몰고 가는 화근이 되기도 했는데, 바로 이 CDS가 대표적인 장외 파생상품이다.

 

기업 인수·합병 자문은 현재 투자은행의 입장에서 가장 눈에 띄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사업 영역이다. 그러나 이 분야가 본격적인 돈벌이 영역으로 등장한 것은 그다지 오래지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인수·합병 자문이 독립적인 수익 부문이 아니라 인수 업무의 부대 서비스였다. 인수·합병 안건이 발생하면 매수기업이 인수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증권을 발행했으므로 인수 수수료를 벌 목저으로 인수·합병 자문을 해 주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기업들이 충성심을 버리고 투자은행을 수시로 바꾸는 경향을 보이면서,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투자은행들도 입장을 바꾸어 인수·합병 자문을 별도의 사업 부서로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1970년대 후반 이후 미국에서 산업 구조 조정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인수·합병 자문이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를 정도이다. 투자은행이 어떤 실무적 접근 방법에 기초해 인수·합병 자문을 수행하는지는  나중에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설명한 업무 외에도 투자은행들은 자신들이 구축해 온 투자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산 운용 부분에도 진출했다. 즉 각종 펀드 등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투자 자문 및 포트폴리오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면, 메릴린치(Merrill Lynch)와 같이 전국적으로 지점망이 넓은 투자은행으 경우에는 소액 투자자에게 직접 투자 상품을 론칭해 판매하기까지 이르렀다. 소매 유통 채널을 갖춘 투자은행에게는 이런 투자 상품 판매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 신용 부도 스와프와 장외 파생상품의 위험성 ◆

 

서브프라임 위기의 와중에 명문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 가장 주된 이유는 파생 금융 상품의 일종인 CDS 때문이었다. CDS는 기업이 발행한 채권의 부도 위험(default risk)을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파생 금융 상품인데, 그 특성상 보험 상품과 유사하다. 즉 CDS 매입자는 보험 가입자처럼 CDS 발행자에게 연간 수수료(일종의 보험료)를 지급하고, 지정된 기업의 지정된 채권에 부도 혹은 채무 불이행과 같은 지정된 사건이 발생하면 CDS 발행자로부터 보상(보험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CDS가 일반 보험 상품과 크게 다른 점은 CDS의 매입자가 보험 가입자처럼 직접 위험에 노출된 당사자가 아니라도 CDS를 매입해 유사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CDS의 발행자는 보험업체와 달리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CDS의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그 계약고가 천문학적으로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투자은행이 완전 무방비였던 것은 아니다. 베어스턴스의 CDS 계약고가 특히 높았던 것은 투기성 거래도 적지 않았지만 헤지(hedge, 위험을 막기 위한 반대 거래) 목적의 거래 비중도 높았기 때문이었다. 즉 베어스턴스는 특정 기업의 특정 채권을 대상으로 CDS를 발행해 팔면서, 동시에 미래의 보험금 지급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다른 금융 기관이 발행한 동일 기업의 동일 채권에 대한 CDS를 매입해 위험을 헤지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반대 거래(reverse transaction) 혹은 상쇄 거래를 통해 노출된 위험을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금융 기관 리스크 관리의 기본이며 베어스턴스 역시 그 기본은 지켰다. 그럼에도 베어스턴스가 CDS로 인해 시장에서 불신을 받게 된 까닭은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즉 주택 대출 담보부 증권이나 부채 담보부 증권)을 대상으로 CDS를 과도하게 발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서브프라임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주택 대출 담보부 증권과 CDS가 대거 채무 불이행 사태에 빠졌고 베어스턴스가 보상해야 할 우발 채무(보험금)도 급격히 커져 베어스턴스의 파탄을 재촉한 것이다. 

 

게다가 CDS는 전형적인 장외 시장 파생상품이었다. 일반 파생상품처럼 조직화된 거래소의 상장된 파생상품의 경우에는 거래소 내에 청산·결제 기구(clearing house)가 설치되어 있어 매도자와 매입자 모두에게 거래 상대방 역할을 해 주므로 매도자와 매입자는 상호 간에 직접 거래 상대방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다. 그런데 CDS의 경우에는 모두 장외 파생상품인 까닭에 이것이 불가능했으며, 거래 상대방 역할을 수행한 투자은행에 위험이 집중되었다. 바로 이 때문에 파생상품 시장 중에서 장외 시장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위험 회피형에서 위험 추수형으로

 

투자은행의 업무는 대부분 거래를 중개하거나 정보를 제공(자문 서비스)하거나 '남의 돈'을 운용함으로써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은행의 위험 부담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수익성 경쟁이 격화되면서 투자은행들은 고유 계정 거래나 지배 주주형 투자와 같이 직접 자기 명의로 투자함으로써 스스로 위험을 부담하는 새로운 사업 부문을 키우게 되었다. 투자은행의 직접 투자 중에서 고유 계정 거래(proprietary trading)는 고도의 트레이딩 기법을 동원해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 경우이다. 이것은 헤지 펀드의 고도화된 자산 운용을 투자은행이 자산의 명의로 직접 수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부실한 경영으로 주식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의 지배 지분(경영권을 획득할 수 있는 규모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장악한 다음 구조 조정을 통해 기업 가치를 올린 후 재매각하는 것을 지배 주주형 투자(principal investment)라고 한다. 이는 투자은행이 사모 펀드의 자산 운용 방식을 자기 명의로 직접 수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제 금융 시장이 최전성기를 누리던 지난 30여 년간 미국 투자은행들은 고유 계정 거래와 지배 주주형 투자로 엄청난 고수익을 누렸기 때문에 세계적인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었다.

이처럼 투자은행이 수행하는 업무가 종래의 전통적 투자 은행업에서 벗어나 다양해지자 "투자은행가가 하는 일은 모두 투자은행업이다." 라는 신종 격언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 같은 투자은행의 '직접 투자'는 매우 큰 자기 자본을 필요로 한다. 거대한 규모의 직접 투자를 감행하기 위해 서는 차입금(레버리지)을 끌어당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기 자본이 취약한 투자은행에는 누구도 대출해 주려 하지 않으므로, 투자은행들의 주식회사 전환이 더욱 가속화했고 동시에 차입금 규모도 천문학적으로 커졌다. 이것은 투자은행의 사업 방식이 그동안의 위험 중개형에서 위험 추수형으로 바뀐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위험을 감수하며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다 보니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중에 월스트리트의 5대 독립형 투자은행 중 세 곳이 무너졌다. 베어스턴스는 JP모건 체이스에 매각되었고, 리먼브라더스는 파산해 영국 바클 에이스(Barclays)와 일본 노무라에 분할 매각되었으며, 메릴린치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매각되었다. 또 독립형 투자은행에 대한 규제 감독의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됨에 따라 공적 자금을 수혈받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는 스스로 은행 지주 회사로 전환해 연준으로부터 감독을 받게 되었다. 이처럼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로 인해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업계가 전면 개편되었으나, 그렇다고 투자은행이 종말을 고한 것이 아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은행 지주 회사로 개편되었어도 여전히 독립형 투자은행의 맥을 이어 간다고 할 수 있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경영하는 유니버설 뱅킹형 투자은행도 비교적 건재하다. 그 예로 미국의 시티, JP모건 체이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영국의 HSBC, 바클레이스, 독일의 도이체방크, 스위스의 USB, 크레디스위스(Credit Suisse)를 들 수 있다.

 

현재 세계 경제는 글로벌 경제로 일체화되었고 금융은 종래의 일국 순환형이 아니라 글로벌 순환형으로 바뀌어 자본을 글로벌하게 재배분하고 있다. 따라서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기업과 투자자를 연계하는 투자은행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넓다고 볼 수 있다. 투자은행을 빼놓고 미국의 산업화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듯이, 글로벌 시대에 있어서도 투자은행의 역할은 계속된다고 보아야 한다. 마침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에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되었는데, 이 법의 취지는 토종 투자은행을 키우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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