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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 IT로 다시 날개를 달다.

 

대공 항기에 뉴딜 금융 개혁법이 제정된 이래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오랜 정체기를 보내야만 했다. 투자은행이 제도 약기를 맞이 한 것은 대략 1970년대 초인데, 그 주된 동력은 IT 기술의 발전이었다.

투자은행은 고객 기업의 기밀을 취급하는 업무 특성상 본래 컴퓨터를 도입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IT 기술의 자극을 받아 뮤추얼 펀드와 같은 기관 투자자의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원래 뮤추얼 펀드도 소액 계좌를 관리하는 비용이 그로부터 얻는 수익보다 높았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컴퓨팅 기술의 발전으로 사무 처리가 자동화되면서 그동안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피해 오던 소액 투자자들을 적극 끌어안게 되었다. 이로써 개인 투자자들이 뮤추얼 펀드에 대거 편입되면서 자본 시장이 기관화(institutionalization)되었으며, 기관 투자자의 경우 거래 물량도 크고 거래 빈도도 매우 높았기 때문에 투자은행의 업무량도 덩달아 폭증했다.  결국 투자은행 역시 IT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비공개 파트너십 구조에 안주해 오던 투자은행에서 사무 자동화에 필요한 IT 비용은 큰 부담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몇 투자은행들이 파트너십 전통을 깨고 주식회사로 전환해 자본금을 확충하려고 시도하였다. 이처럼 IT 기술의 보급이야말로 투자은행의 주식회사 전환 및 대형화 이끈 주된 요인이었다. 그러던 중 뉴욕 증권거래소가 오래 고수해 오던 고정 중개 수수료 제도가 결국 시빗거리가 되었다. 기관 투자자들은 거래 물량이 막대함에도 높은 고정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사실에 불만이 컸는데, 기관 투자자의 비증이 커지는 것을 기화로 이의 폐지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에 1975년 뉴욕 증권거래소는 중개 수수료 규젤ㄹ 전면 해제했고, 이후 투자은행 간에는 치열한 수수료 인하 경쟁이 불붙었다. 이로써 원래 클럽적인 폐쇄성이 농후하던 투자은행업계에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되었으며, 투자은행의 주식회사 전환 및 대형화 추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투자은행 금융경제학과 접목하다.

 

IT 기술은 투자은행의 핵심 업무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당초 투자은행들이 IT 투자를 개시했던 이유는 어디까지나 후선(back office)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초부터 개인용 데스크톱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투자은행의 일선(front office) 업무까지 전산화되었다.

즉 투자은행의 전문 인력들이 오늘날의 엑셀과 유사한 스프레드시트(spreadsheet)를 활용해 재무분석(financial analysis), 현금 흐름 추정(cashflow simulation), 기업 가치 평가(corporate valuation), 민감도 분석(sensitivity analysis) 등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되었고, 트레이더들은 가격분석, 추세 분석, 차익 거래 등을 실시간으로 처리하게 되었다. 이처럼 전문 인력의 컴퓨터 활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는 진일보한 금융경제학(financial economics)의 기여도 컸다. 

 

그동안 금융경제학은 포트폴리오 선택(protfolio selection) 원리와 아비트라지 원리를 양대 축으로 해서 발전해 왔다. 한편에서는 포트폴리오 구성 원리에 의해 위험 측정(risk measurement) 방법론이 개발되고, 이 원리가 자본 자산 가격결정 모델(CAPM)로 확장되어 위험과 기대 수익률 간의 관련성이 입증되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동일한 현금 흐름과 동일한 위험을 갖는 증권의 가격은 서로 같아야 한다는 아트라지 원리에 의해 옵션 등 파생상품의 가격 평가가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CAPM이 차익 거래 결정 모델(arbitrage pricing  theory, APT)로 더욱 세련화되었다. 이로써 1980년대 이후 금융경제학에 대한 이해는 투자은행의 트레이더, 퍼드 매니저, 애널리스트에게 필수적인 기본기로 인식되었고, 금융경제학을 잘 가르치는 워튼(Wharton), 스탠퍼드 등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MBA) 학위를 취득하는 것은 월스트리트 진출의 필수 요건이 되다시피 했다.

 

이렇듯 금융경제학이 발전하면서 종래 전문가의 암묵지(暗默知, tacit knowledge)에 의존하던 가치 평가, 트레이딩, 리스크 관리의 실무는 전산화하고 표준화되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오늘날에는 트레이딩 전략이 전산 알고리즘으로 바뀌었다. 2004년 기준으로 주식 거래의 약 25%가 프로그램 매매(program trading), 바스켓 매매(basket trading)와 같은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을 정도입니다.

 

★ 프로그램 매매는 투자 전략이 미리 프로그래밍되어 있어 컴퓨터로부터 매수나 매도 시점을 통보받아 자동저긍로 주문을 내는 거래를 말한다. 프로그램 매매는 대체로 바스켓 매매를 수반한다.

바스켓 매매란 개별 주식이 아닌 다수 기업의 주식을 도시에 매매하는 것으로 수십 종목씩 주식을 묶어서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은행들은 그동안 막대한 연구 개발 투자를 통해 이런 알고리즘 모델을 개발하고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면서 고유계정 거래를 확대해 왔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해지 펀드같이 거래 빈도가 높은 기관 투자자에게 우대 고객 중개 서비스(prime brokerage service)의 일환으로 트레이딩 노하우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공학이란 말이 유행하게 되었는데, 금융공학은 손쉽게 돈을 버는 기술을 지칭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금융경제학의 이론을 고객 사정에 맞게 적용해 신상품을 설계하거나, 리스크를 분리해 사고팔거나, 여러 시장 간의 관련성을 찾아내고 그 가격 차를 이용해 아비트라지 기회를 포착하는 것을 지창하는 용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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