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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순간적인 가격 틈새를 노리는 아비트라지

 

투자은행은 다양한 시장에 트레이더로 참여해 큰 활약을 펼쳐 왔으며 그 과정에서 고도의 트레이딩 노하우를 축적했다. 그 대표적인 형태가 바로 아비트라지(arbitrage)라고 불리는 차익 거래입니다.

아비트라지는 가치평가 능력과 함께 투자은행의 핵심역량입니다.

아비트라지의 기본은 위험을 일절 부담하지 않으면서 가격 차이에 따른 이익을 얻는 거래입니다.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시장경제의 철칙이지만, 아비트라지는 무위험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저에서 특수한 거래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품질과 크기의 사과가 남대문 시장에서는 개당 500원인데 동대문 시장에서는 600원이라고 합시다.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트레이딩 전략은 값이 싼 남대문 시장에서 사과를 사다가 동대문 시장에 파는 것입니다. 

양 시장의 가격이 바뀌기 전에 신속하게 이 두 가지 거래를 동시에 실시한다면 사실상 아무런 위험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개당 100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신속하게 거래량을 늘리면 늘릴수록 얻는 이익의 규모도 커진다.

 

이런 무위험의 아비트라지 조건으 주식 시장이나 외한 시장과 같이 고도로 발전한 시장에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런던 외환 시장에서 '5파운드=10달러=1000엔'인데, 도쿄 외환 시장에서는 '1000엔=12달러=6파운드'라고 합시다. 이 경우 엔화는 런던 시장에서는 저평가되어 있고 도쿄 시장에서는 고평가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도쿄 시장에서 1000엔을 빌린 후 바로 12달러로 바꾸고, 이 12달러를 런던에서 엔으로 바꾸면 1200엔을 얻는다. 그리고 이 1200엔으로 당초에 빌린 1000엔을 갚으면 200엔의 차익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즉 도쿄 외환 시장과 런던 외환 시장에서 거래되는 엔화 가격(환율)이 다르다는 조건을 이용해 거래 차익을 얻은 것이다.

 

경제학에는 '하나의 물건에 대해 하나의 가격만이 존재한다.' 라는 일물일가(一物一價) 법칙(law of one price)이 있다. 앞서 논의된 사과 시장과 외환 시장의 아비트라지 예는 동일한 상품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두 시장에서 다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불합리한 상태, 즉 일물일가 법칙이 깨진 상황을 이용해 위험 부담 없이 거래 차익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줍니다.

그러면 이 놀라운 이익 추구의 기회에 트레이더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동일한 상품에 대해 값이 싼 시장에서 사고 값이 비싼 시장에서 파는 거래를 동시에 실시해 무위험 이익을 거둘 수 있다면 트레이더로서는 당연히 많은 물량을 거래함으로써 거래 차익을 더 키우고자 할 것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아비트라지 조건이 발견되는 즉시 대량의 차익 거래가 이뤄집니다. 그 결과 아비트라지 조건이 곧바로 소멸되면서 시장은 균형을 회복하게 된다. 사과의 예로 다시 설명하면, 남대문 시장에서는(아비트라지 조건을 발견한 트레이더에 의한) 매입 주문이 워낙 커서 500원이던 사과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며, 반대로 동대문 시장에서는 매도 주문이 워낙 커 사과 가격이 600원 밑으로 내려오게 되므로, 결국 양 시장의 가격은 서로 적정한 지점에서 만나 일물일가의 법칙을 충족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도쿄 외환 시장에서는 엔화의 매도 주문이 워낙 커서 엔화의 가치가 내려가고 런던 외환 시장에서는 엔화의 매입 주문이 워낙 커서 엔화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양 시장은 다시 균형 가격(환율)을 찾게 된다.

 

이처럼 아비트라지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가격 차이를 이용해 무위험 이익을 얻는 거래라는 특성과, 무위험 이익의 발생이라는 이례적인 조건에서 막대한 물량의 차익 거래가 순식간에 이뤄짐으로써 시장의 균형을 빠르게 회복시킨다는 특성이다. 이렇게 보면 아비트라지는 약삭빠른 거래임과 동시에 시장을 균형으로 되돌리는 버팀목이라는 상호 모순적인 특성을 가진 셈이다.

그러나 아비트라지에는 앞서 예로 든 것과 같이 동일한 자산(상품)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기본형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유사한 상품 또는 유사한 현금 흐름에 대해서도 변형된 아비트라지 거래가 가능하다. 그럴 경우에는 기본형과 달리 위험을 수반한다. 이를테면 뉴욕 증권거래소(New York Stock Exchcage, NYSE)에는 IBM 주식의 현물이 거래되고 있고 시카고 상업거래소(Chicago Mercantile Exchange, CME)에는 IBM 선물은 다른 상품이지만 둘 다 IBM 현물과 IBM 선물은 다른 상품이지만 둘 다 IBM이란 회사의 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므로 양 가격 간에는 일정한 관계가 성립한다. 즉 IBM에 호재의 뉴스가 발생하면 두 가격은 함께 올라가며 반대로 IBM에 악재가 발생하면 두 가격은 함께 내려간다. 그렇다고 두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크기가 똑같은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IBM 주식의 현물 가격과 선물 가격은 서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양 가격의 차이는 대체로 일정한 관계를 벗어나지 않지만 때때로 움직이는 크기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양 가격의 차이가 일정한 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는 둘 중에서 싼 것을 사고 비싼 것을 파는 방식으로 변형된 아비트라지 거래를 실시할 수 있다. 단 양 가격의 차이가 반드시 일정한 범위 내로 수렴해 들어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변형된 아비트라지의 경우 기본형과는 달리 위험을 수반한다.

 

이처럼 아비트라지의 범위를 기본형에서 확대하면 아비트라지의 기회는 수없이 존재한다. 각종 자산의 현물과 선물 간에, 콜옵션과 풋옵션 간에, 외환 시장과 단기 금융 시장 간에, 국채와 회사채 간에, 주식과 전환 사채 간에, 심지어는 날씨와 전력 가격 간에도 일정한 관계가 성립하며, 이런 관계가 일시적으로 깨진 상황을 날카롭게 포착함으로써 변형된 아비트라지 거래를 실시할 수 있다.

또 아비트라지의 기회는 금융 시장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라 간에 국경을 넘어 무역이 이뤄진다 것도 사실상 아비트라지의 일종이다. 동일한 상품에 대해 두 나라에서 가격이 다르게 형성될 경우, 이를 일물일가의 법칙이 깨진 상태로 보고 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무역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방글라데시의 노동자가 한국으로 이주해 온 것은 양국의 인건비 차이를 노린 노동 시장 아비트라지이며, 거업들이 보다 우호적인 사업 환경을 찾아 세율이 낮거나 규제가 약한 나라로 사업 근거지를 옮기는 것도 규제 아비트라지(regulatory anbitrage)를 실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비트라지가 가장 활발한 곳은 역시 금융 시장이며, 투자은행에서 트레이더로 성공하려면 치밀한 분석력과 예민한 감각을 키워 얼핏 아무런 관계가 없을 듯한 시장 간에 존재하는 아비트라지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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