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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의 주 무대는 자본 시장이다.

 

오늘날 투자은행이 관여하는 시장의 범위는 매우 넓지만 주무대는 어디까지나 자본 시장(capital market)이다. 따라서 투자은행은 자본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직접 금융이 크게 발전한 앵글로·색슨형 국가에서는 독보적으로 성장해 온 반면, 금융 시스템의 중심이 상업은행 위주의 간접 금융인 나라에서는 잘 발전하지 않았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대륙 국가,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투자은행이 발전하기 어려운 까닭은 금융의 중심이 간접 금융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간접 금융이 우세한 나라에서는 기업의 재원 조달에서 주식이나 채권의 발행을 통한 직접 금융의 비중은 은행 대출 등 간접 금융의 10%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자본 시장이란 중·장기 자본을 조달하는 시장으로 주식 시장(stock market)과 채권 시장(bond market)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언론과 투자자의 관심은 주식 시장에 더 많이 쏠려 있지만, 재원 조달의 측면에서 보면 채권 시장이 주식 시장보다 크다. 주식 시장은 기업들에 국한해 주식 자본(equity capital)을 조달하는 시장이지만, 채권 시장은 정부(국채), 정부 기관 및 공기업(공채), 지방 정부(지방채), 금융 기관(금융채), 일반 기업(회사채)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부채 자본(debt capital)을 조달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에서 투자은행이 수행하는 핵심 업무는 앞서 살펴본 인수, 트레이딩, 리서치이다. 그런데 이 3대 핵심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무엇보다도 주식이나 채권의 본질적 가치(intrinsic value)를 평가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가리켜 가치 평가(valuation) 능력이라고 한다.  

 

자본 시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본 시장을 대상으로 인수, 트레이딩, 리서치의 세 가지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증권 회사도 투자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증권사들도 주식과 채권의 인수, 트레이딩에서 약 75%의 수익을 얻고 있으며, 리서치 부문도 점차 확장세입니다. 그렇다면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이 국내 증권사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투자은행이 관여하는 시장의 범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방대하다는 사실이다. 투자은행은 어디까지나 자본 시장에 주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도 단기 금융 시장, 외환 시장, 자산 유동화(증권화) 시장, 파생상품시장에도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다. 흔히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의 거래실(dealing room)이 영상에 비치면 무엇보다도 트레이더들의 책상 위에 놓인 여러 대의 단말기 스크린이 눈길을 끈다. 트레이더들이 이처럼 여러 대의 단말기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주식, 채권 시장뿐 아니라 여러 다른 시장의 동태를 실시간으로 포착하면서 복합적인 거래를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투자은행이 참여하는 다양한 시장에 대해 간단히 살펴봅시다. 사실 개별 시장의 특성과 메커니즘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므로, 여기에서는 투자은행이 하는 일을 전체적으로 형상화한다는 수준에서 가볍게 건드리는 정도로 넘어갑니다.

단기 금융 시장(money market)이란 앞서 설명한 자본 시장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만기 1년 이내의 단기물이 거래되는 시장을 말한다. 이때 단기물이란 중앙 정부가 발행하는 단기 국채(treasury bill, TB), 금융 기관 상호 간에 초단기의 자금을 거래하는 콜머니(call money)★, 외견상 채권을 팔고 다시 사기로 약정한 계약이지만 실제 내용은 채권을 담보로 빌린 것과 다름없는 환매 조건부 매출(repurchase agreement, repo), 일반 예금만으로는 자금이 부족한 은행이 무기명으로 발행하는 양도 가능한 고액의 예금 증서인 양도성 예금 증서(negotiable certificate of deposit, negotiable CD),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이나 금융 기관이 담보 없이 발행하는 상업 어음(CP), 무역 거래에서 발생하는 화환어음(documentary bill of exchange)을 은행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증권화(securitization)한 은행 인수 화환 어음(banker's acceptance, BA)등을 말한다. 투자은행은 이들 여러 형태의 단기물 시장에서 발행 업무를 대행하고 트레이더 기능을 수행한다.

 

다음은 외환 시장(foreign exchange market)이다. 흔히 일반인과 기업이 환전을 목적으로 외환을 거래하는 외환 소매 업무는 상업은행의 독무대이지만, 그 배후에 존재하는 거대한 외환 도매시장에는 투자은행도 큰손으로 참여하고 있다. 외환 도매 시장은 은행 간 시장(interbank market)의 형태를 취하면서 여러 금융기관에 소속한 외환 달러들이 전화선과 컴퓨터 단말기를 이용해 상호 간에 네트 워킹하면서 24시간 내내 돌아가는 거대한 시장이다. 투자은행은 일찍이 현물환(spot) 거래, 선도환(forward) 거래, 스와프(swap) 거래를 대규모로 취급하면서 디링 노하우를 축적해 왔으며, 오늘날 이를 기초로 한 외환(통화) 파생상품 분야의 중요한 트레이더들이기도 하다.

 

자산 유동화 시장(asset-backed securities market)이란 주택 대출 채권(債權), 신용카드 대출 채권(債權), 자동차 할부 대출 채권(債權) 등 다양한 범주의 금융 자산을 각 범주별로 끌어모은 뒤 개별 자산의 풀(prool)을 담보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하는 시장을 말한다. 투자은행은 유동화(증권화)라는 금융공학을 발전시킨 당사자로서 유동화 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직접 관장하고 있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서브프라임 주택 대출 채권(債權)을 유동화시켜 주택 대출 담보부 증권(mortgage-backed securities, MBS), 부채 담보부 증권(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 CDO) 등 유동화 증권을 발행한 당사자도 바로 투자은행이다.

 

마지막으로 투자은행은 파생상품 시장(derivatives market)의 주역이다. 파생상품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옥수수, 밀가루, 콩, 금, 은, 동, 석유와 같은 '실물의 1차 산품에 대한 파생상품(commodity derivatives)' 외에도, 채권(이자율), 주식(주가), 통화(환율)와 같은 '금융 자산에 대한 파생상품(financial derivatives)' 도 존재한다. 또 파생상품에는 미래의 매매 가격을 미리 약정해 두는 선물(futures)과 미래에 특정한 가격으로 자산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옵션(options)이 있다. 이들 파생상품은 시카고 상품거래소(Chicago Board Options Exchange, CBOE)와 같은 조직화된 거래소 시장(exchange market)에서 거래되기도 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고객의 니즈에 맞춰 투자은행이 차별화된 파생상품을 만든 후 이를 장외 시장(over-the-counter market)에서 거래하기도 한다.

투자은행은 거래소 시장과 장외 시장에서 공히 파생상품의 트레이더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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