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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경제

금융 인프라 중앙은행 2부

블랙데블 2022. 2. 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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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인프라 중앙은행 2부

 

조개껍질에서 금화까지

역사적으로 통화의 기원은 물품 화폐입니다. 소금이나 조개껍질과 같이 쉽게 파손되지 않으면서 신성하거나 귀중하다고 생각된 물품이 통화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로써 과일을 가진 자는 이중의 우연이 합치되는 자를 찾을 필요가 없이 일단 과일을 소금과 교환해 두고, 필요에 따라 소금을 주고 생선을 사면 됩니다. 이때 생선을 가진자도 소금으로 바꿔 두면 원하는 물건을 언제든 살 수 있으므로 소금이 자연스럽게 통화의 지위를 확보 했습니다. 이처럼 고대인들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교환을 원활하게 촉진하기 위해 물품 화폐를 사용했습니다. 이때 물품 화폐가 수행한 기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교환을 매개하는 지불 수단입니다. 이 기능을 통해 우연에 의한 욕망의 이중적 합치라는 물물 교환 경제의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둘째, 구매력을 보존하거나 부를 축적하는 수단입니다. 이 기능을 통해 물품 화폐는 오늘날의 부동산, 주식, 채권과 같이 부를 쌓는 기능을 했습니다. 셋째, 가치를 측정하는 공통의 척도입니다. 이 기능을 통해 상대 가격을 수없이 형성해야 하는 불편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러나 아무 물건이나 화폐로 사용된 것은 아닙니다.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했습니다. 첫째, 화폐로 사용된 물품이 많은 사람에게 유용한 것이라야 했습니다. 둘째, 물리적으로 운반하기 쉬워야 했습니다. 그리스에서 소가 대규모 거래의 화폐로 사용되었는데 소가 스스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간주 되었습니다. 셋째, 내구성이 있어야 했습니다. 중국이나 캐나다의 뉴펀들랜드 지역에서는 생선이 화폐로 사용되었는데, 이때 사용된 생선은 쉽게 부식되지 않고 오래 보존 할 수 있는 간어(干漁)였습니다. 넷째, 분할이 가능해야 했습니다. 그리스에서 화폐로 사용된 소는 분할이 불가능했으므로 대규모 상거래에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비해 소금이나 조개껍질, 곡물 같은 것은 분할이 쉬워 고가에서 저가 상거래까지 두루 화폐로 기능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에 따라 간어, 연초, 모피 등이 화폐로 사용되었는데 이들 모두 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이처럼 물품 화폐의 속성을 들여다 보면 물품 중에서도 금, 은, 동, 철과 같은 금속이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금속은 가치성, 이동성, 내구성, 분할 가능성에서 일반물품보다 우월합니다. 따라서 인류의 역사는 자연스럽게 물품 화폐에서 금속 화폐로 이행되었습니다. 그러나 금속화폐에도 문제가 내재되어 있었습니다. 금속의 무게를 일일이 달아 교환 대상과 가치가 같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었습니다. 특히 금, 은과 같은 귀금속은 양이나 순도가 약간만 차이가 나도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특성이 있어 더욱 그랬습니다. 금속 화폐의 이러한 문제는 바로 주조 화폐가 등장하면서 해결되었습니다. 주조 화폐는 금속 가공 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주형을 만들고 금속을 녹여 부어 일정한 형태로 만든 것으로, 일일이 양을 측정하는 데 따른 번거로움을 일거에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주조 화폐의 순도와 품질이 일정하다는 보증이 없었으므로 통용이 제한적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 한 것은 강력한 국가의 출현이었습니다. 국가는 주조 화폐에 각인을 찍어 품질을 보증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주조 화폐는 춘추전국 시대를 마감하고 기원전 221년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秦)의 시황제(始皇帝)때였습니다. 시황제는 화폐를 통일하기 위해 원형의 동전에 사각형의 구멍을 뚫고, 우측에 반(半), 좌측에 양(兩)이라는 문자를 새긴 반양전(半兩錢)을 보급시켰습니다. 이후 당나라 때는 반양전과 유사한 개원통보(開元通寶)가 나와 아시아 지역에 널리 통용되었습니다. 송나라 때까지는 주로 동이 주조 화폐의 소재로 이용되다가 원나라 때 은화가 도입된 뒤로 청나라를 거쳐 중화민국이 등장할 때까지 은화가 중심을 이루었습니다.

 

유럽에서는 금화와 은화가 병용되었습니다. 페르시아로부터 주조 화폐가 전래해 그리스 시대 이후 은화가 활발하게 통용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1096년 십자군 원정이 시작되자 중동 및 서아시로부터 금이 유입되어 금화의 주조가 증가했으며, 12세기 이후에는 독일의 작센 지방, 이탈리아, 보헤미아, 알프스 지역에서 은광이 속속 발견되어 은화의 유통이 대폭 확대되었습니다.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에 의해 신대륙이 발견된 이후에는 멕시코, 볼리비아 등지에서 대량으로 은이 은입되어 16세기경에는 유럽에서 유통되는 은화의 통화량이 폭발적으로 증대했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그러나 주조화폐에도 큰 약점이 있었습니다. 주조 소재가 되는 금속의 실제가치와 주조 화폐의 액면 가치가 동 떨어지기 쉽다는 점입니다. 소재의 가치가 액면 가치보다 높을 경우에는 사람들은 주조 화폐를 용해해 팔면 쉽게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조화폐가 화폐로서 존속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소재의 가치가 액면가치보다 낮아야만 하며, 그래야 통화로서의 통용력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제조 원가를 최대한 낮춰 액면 가치가 소재 가치보다 높은 주조화폐를 대량으로 발행하는 것은 정부에도 이익이 되었습니다. 이를 가리켜 주조 이익(seigniorage)이라고 부르는데, 유럽에서는 이미 로마시대부터 재정이 악화될 경우 순도가 낮은 은화, 금화를 발행해 주조 이익을 얻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이처럼 소재 가치가 높을수록 퇴장되기 쉽다는 주조 화폐의 속성에 의해, 또 주조 이익을 얻더 재정을 보전하려는 각국 정부의 시도에 의해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 몰아서 쫓아냄)하는 현상이 끓이지 않았습니다. 이를 가리켜 그레셤의 법칙(Gresham's law)이라고 부릅니다. 즉 양화는 용해되거나 해외로 유출되어 화폐 기능을 상실하고 악화만이 유통 계속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마찬가치로 신대륙 발견 이후 금보다 은이 대량으로 공급되어 기존의 금과 은 간의 교환 비율이 깨졌는데, 이때 상대적으로 악화인 은화의 통용력이 오히려 더욱 높아졌습니다. 이 역시 그레셤의 법칙이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이처럼 주조 화폐의 경우 악화가 오히려 통용성이 더 높다는 문제점이 있으므로, 차라리 주조 화폐의 통용을 줄이고 언제든 일정한 순도의 주조 화폐로 바꿀 수 있는 태환 지폐를 사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본위 화폐 제도입니다. 즉 지폐의 액면 가치를 특정한 주화(본위 화폐)에 사용된 소재의 가치와 등가로 결정했는데, 이때 금화가 본위 화폐이면 금본위제이고 은화가 본위 화폐이면 은본위제가 됩니다. 따라서 금본위제하에서는 지폐를 언제라도 일정한 비율에 따라 금화로 교환하는 것이 보증되었습니다. 역사상 최초로 지폐가 등장한 것은 중국 송나라 때였지만 지폐가 활발하게 통용된 것은 17세기 영국에서였습니다. 영국에서는 금은 세공업자들이 금을 보관해 주는 대신에 발행한 예탁 증서가 유통되어 화폐로 기능했으며 이후 은행권의 발행으로 진화되었습니다. 18세기에는 민간 은행 설립이 붐을 이루고, 이들 민간 은행이 수취 예금에 대해 발행한 예금 증서가 은행권으로 유통되었습니다. 이들 지폐는 모두 금이나 은으로 바꿀 수 있는 태환지폐였습니다. 이처럼 은행들이 저마다 자사 로고가 박힌 은행권을 발행했으므로, 오늘날처럼 지폐의 발권력이 중앙은행에 집중된 것은 그리 오래전일이 아닙니다. 

 

그러던 중 국가의 권위에 의해 통용성이 부여된 지폐가 등장했습니다. 이것은 주조 화폐를 이용하는 데 따른 불편이나 민간 은행권의 신용 격차에 따른 문제를 일거에 해소한 놀라운 혁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국가 권력에 의해 지폐가 남발될 수 있다는 문제입니다. 특히 거액의 재정 지출이 필요할 경우, 국가는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국채를 발행하기보다 지폐의 발행을 선호했습니다. 프랑스 혁명기에 아시냐(assignat) 지폐가 대량 발행되고, 미국 남북 전쟁때 전비 조달을 위해 그린백(greenback)지폐가 대량 유포되어 심각한 인플레를 초래했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지폐를 발행하는 권한은 딱히 정부 기관이라고 말할 수 없는 중앙은행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금이나 은으로 교환되지 않는 불환 지폐를 발행하며 지폐 발행량을 포함해 통화량의 공급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앙은행이 통화 관리에 대한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면서 금이나 은에 근거하지 않는 통화를 발해아고 이 공급량을 적절하게 조절함으로써 통화의 신용 질서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가리켜 관리 통화 제도(managed currency system)라고 합니다.

중앙은행이 역사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17세기 북유럽에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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