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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학 스토리-은행 경영의 고도화

은행업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간단하지만, 오늘날 은행의 경영은 상당히 고도화되어 있습니다. 은행의 경영 관리는 대차대조표의 구성이란 관점에서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 유동성 관리(liquidity management)다. 은행은 예금 인출에 대비해 적절한 수준으로 현금 유동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특히 은행은 지급 준비 예금(reserve)을 적절한 수준으로 비축해 급전을 빌리는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자산 관리(asset management)다. 은행은 위험을 가급적 낮추면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도록 자산을 몇 가지 큰 범주로 배분하고 각 범주별로 포트폴리오의 구성을 다변화해 위험을 적극적으로 통제하며 수익을 추구해야 합니다. 

섯째, 부채 관리(liability management)다. 은행은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합니다. 은행의 재원 조달에서 예금의 비중이 점차 줄고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이므로 부채 관리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넷째, 자기 자본 관리(capital adequacy management)다. 은행은 유사시를 대비해 자본금을 쌓아야 합니다. 도산을 막으려면 자본금의 규모를 키워야 하지만 자본금이 너무 커지면 주주에 대한 보상이 줄므로 적절한 수준으로 자본금을 유지해야 합니다.

 

위와 같이 대차대조표의 각 측면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은행의 특성에 비추어 총체적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은행이 가장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는 위험은 신용 위험입니다. 은행은 신용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상당 기간에 걸쳐 상당한 노하우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은행은 시장 위험에도 노출됩니다. 이자율 위험과 환위험이 대표적입니다. 

은행은 특성상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중·장기로 운용하는데 단기 금리와 중·장기 금리의 차이가 수시로 변하므로 수익도 변하고 심지어 손실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이자율 위험입니다. 또 이종 통화를 사용하는 국제적인 자금 거래가 확대됨에 따라 환위험의 부담도 매우 큽니다. 이러한 시장 위험이 현실화해 손실을 키우면 경영 성과가 일거에 물거품이 되기도 하므로 위험 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오늘날 은행들은 최상위 조직의 하나로 자산부채관리(asset-liability management, ALM) 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는데, 이는 대차대조표 양쪽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총체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은행업의 기본은 예금과 대출

금융 기관 중에서도 은행은 오랜 역사의 검증을 받아 온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은행이 수행하는 기능이 무엇인지, 그 기능이 경제 전체의 운용에 있어 왜 중요한지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은행이 수행하는 첫째 역할은 지급 결제 기능 입니다. 이 기능은 은행의 예금과 관련됩니다. 은행은 예금으로 수취한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기능 외에 예금 계좌 간의 이체라는 조작을 통해 지급 결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 A가 고객 B에게 지불하고자 하면, 직접 현찰을 인도하는 대신에 A는 자신의 예금 계좌로부터 B의 예금 계좌로 소정의 액수를 이체해 달라고 은행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타행 간의 이체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A가 갑 은행에 있는 자신의 예금 계좌로부터 올 은행의 B 계좌로 송금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합시다. 갑 은행은 을 은행에 B를 수신인으로 소정의 금액을 지불해 줄 것을 의뢰하는 메시지를 전송합니다. 그러면 을 은행은 전자 신호에 의해 즉각 B의 예금 계좌에 소정의 금액을 입금 처리합니다. 은행 간의 이러한 대차 거래는 하루에도 수없이 일어나는데, 앞서 든 예와 반대 방향으로 을 은행이 갑 은행에 지불을 의뢰하는 경우도 발행합니다. 따라서 은행 간에는 건별로 일일이 결제하는 쪽이 보다 효율적입니다. 이를 라리켜 네트(net) 결제 방식이라고 하며, 오늘날 결제 시스템의 기본 원리입니다. 

네트 결제 방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은행 간에 송금 데이터를 처리하는 통신 시스템이 깔려야 하고 실제 자금의 이체를 행하는 지급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 역할은 각국의 중앙은행이 담당합니다. 중앙은행은 초대형 전산 인프라를 구축해 은행 간의 송금 데이터 통신을 지원하고 있으며, 은행 간의 차액 결제는 각 은행이 중앙은행에 보유하고 있는 지급 준비 예금 계좌(reserve account)의 이체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처럼 오늘날에는 컴퓨터와 통신 기술의 발전에 의행 중앙은행의 전산망을 기초 인프라로 인터넷 뱅킹, 현금 자동 입출금기(automatic teller machine, ATM) 등 온라인 지급 결제가 대중화했습니다. 이 때문에 예전처럼 어음이나 수표를 주고 받는 방식의 지급 결제는 현저히 줄었습니다.

 

은행의 둘째 역할은 대출이라고 불리는 여신(與信) 기능입니다. 자금을 대출한다는 것은 증여와는 달리 자금을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융통해 주는 것으로서 대출기간에 걸쳐 금리가 발생하고 만기에 원금이 상환되어야 합니다. 바로 이 때문에 차입자가 신용할 만한 사람인지 판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은행은 자신에게 예금을 맡긴 다수의 예금자를 대신해 이러한 대출 심사 기능을 수행합니다. 은행의 심사 능력이 취약해 대출이 부실화하면 대출금의 전액 또는 일정 부분을 손실로 처리해야 하고, 이로 인해 은행의 손익이 악화되고 자본금을 잠식해 은행이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은행의 경영 노하우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용 위험에 대한 심사 능력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순수한 신용 대출에 비해 담보 대출, 보증부 대출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는 은행의 심사 능력이 그만큼 발전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심사 능력으로 정보 비대칭성을 극복한다.

은행이 발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 심사능력입니다. 자금에 여유가 있는 자(혹자 주체)가 자금이 부족한 자(적자 주체)에게 일시적으로 자금을 융통해 주는 것이 금융인데, 문제는 흑자 주체의 입자에서 믿고 자금을 빌려 줄 만한 적자 주체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단는 점입니다. 자금을 필요로 하는 적자 주체는 예외 없이 자신의 사업 전망이 밝고 사업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하기 마련이므로 이를 무작정 믿을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흑자 주체와 적자 주체 간에 가로놓인 정보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의 문제 때문에 금융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도경제학에 따르면, 은행이란 제도는 이러한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을 줄이는 과정에서 성립하고 발전해 왔습니다.

 

정보 비대칭성과 금융

정보 비대칭성이란 쉽게 말해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지만 남은 나를 잘 알 수 없다.'라는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는 어디에서나 발생하지만, 돈을 빌려 주고 빌려 오는 금융 분야에서 특히 첨예하게 발생합니다. 정보 비대칭성이 초래하는 문제에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는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돈을 빌려 주려는 자(흑자 주체)는 어떤 자가 정직하고 성실한지 분별하기 어려우므로 돈을 빌리고자 하는 자(적자 주체)를 일단 의심하면서 높은 이자를 부과합니다. 그러면 정직하고 성실한 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신용에 비해 이자가 너무 혹독하므로 돈 빌리기를 포기합니다. 반면에 정착하지도 성실하지도 않은 자는 그저 남의 돈을 빌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으므로 높은 이자에도 돈을 빌리려고 합니다. 이처럼 상대의 신용에 대한 평가가 어려워 높은 이자를 부과한 겨로가 신용 위험이 높은 자에게 돈이 흘러가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이 바로 '역선택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역선택은 종종 도덕적 해이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정직하여도 성실하지도 못한 자는 돈을 빌리고 난 후 그저 큰돈을 벌고 싶다는 욕심에 무조건 수익률이 높은 사업에 뛰어든다. 그런데 수익률이 높은 사업은 예외 없이 위험이 큰 사업이라 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돈을 빌린 자가 돈을 신중하게 운용하는 게 아니라 고위험, 고수익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탕진하게 됩니다.

이처럼 흑자 주체와 적자 주체 간의 정보 비대칭 문제로 인해 역선택이 빚어지고 이것이 도덕적 해이를 초래합니다. 그 결과 돈을 빌려주면 뜯기가 쉽다는 경험이 축적되면서 흑자 주체는 돈을 빌려 주기를 꺼리게 되고, 그 결과 금융이 위축됩니다. 이처럼 정보 비대칭의 문제로 인행 금융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며 이는 경제와 사회의 발전을 가록막습니다. 이 문제를 위험의 분산과 규모의 경제로 해결한 것이 바로 은행입니다. 그러면 은행은 정보 비대칭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 것일까?

크게 보면 역선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 심사 제도를 정비했고,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 심사 제도를 정비했고,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사후 모니터링 제도를 정착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전 심사와 사후 모니터링이 갖는 의미에 대해 알아봅시다.

 

먼저 차입자가 약속한 대로 원리금을 변제할 수 있는지 차입자의 신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를 심사 또는 신용 조회라고 합니다. 그런데 심사를 위해서는 차입자(적자 주체)의 사업 전망이나 사업 능력뿐 아니라 소득 수준, 재산 상태도 확인해야 합니다. 오늘날 주택 대출을 제공할 때 차입자의 총부채상환비율(debt to income, DTI), 주택담보대출비율(loan to value, LTV)★을 따지는 것도 차입자의 신용 또는 상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해석하는데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고, 정보를 정확히 판독할 수 있는 전문적인 능력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개개의 흑자 주체가 직접 심사를 담당하는 것은 기대되는 이익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경제적 타당성이 없습니다. 따라서 특정한 조직체가 흑자 주체를 대신해 심사 활동을 실시하며 전문화에 의해 심사의 효율을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살리며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것이 바로 은행이 만들어져 예금자를 대신해 심사를 실시함으로써 자금을 대출 운용하게 된 경제적 근거입니다.

달리 말하면 예금자가 은행에 돈을 맡기게 된 것은 은행이 체계적인 심사를 통해 차입자를 잘 선별해 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우수한 심사 능력은 은행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총부채상환비율은 연간 총소득(income)에서 연간 상환액(debt)이 차지하는 비중이며, 주택담보대출비용은 금융 기관에서 대출을 해 줄 때 담보물의 가격(value)에 대비해 인정해 주는 대손 금액(loan)의 비율을 말합니다.

 

그러나 차입자에 대한 사전 심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출후에도 차입자의 상환 능력에 대한 감시를 게을해서는 안됩니다. 원리금의 상황이 완료될 때까지 대출자와 차입자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출자는 원리금의 전액 변제를 얻어 내야 하지만 차입자는 언제든 이를 회피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출 전의 사전 심사에 대출 이후의 사후 감시가 결합되어야 합니다.

사후 감시의 노하우  중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대출과 예금을 병행 취급하는 것입니다. 은행은 차입자에게 대출과 예금을 병행 취급하는 것입니다. 은행은 차입자에게 대출해 주면서 대출받은 차입금을 예금으로 예치해 두도록 강제합니다. 이렇게 되면 차입자가 대출금을 찾아 쓰거나 이체를 하는 즉시 은행은 예금 계좌를 통해 차입자의 자금 사정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처럼 은행이 예금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상시적으로 체크하고 있으므로 차입자 쪽에서는 예금 계좌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은행들은 정보 기술을 활용해 차입자의 신용도를 다면적으로 평가하고 측정하기 위한 모델도 개발해 왔습니다. 신용 점수 제도(credit scoring system)가 대표적입니다.

 

물론 차입자의 약속 이행을 강제할 목적으로 사법 경찰 제도가 존재합니다. 돈을 빌을 빌린 자가 약속대로 변제하지 않을 경우 그를 재판에 회부해 제재를 받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법적 제제의 가능성은 확실히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재판에는 비용과 시간이 발생하며, 또 기대한 판결이 내려진다고 해도 빌려 준 돈을 받아 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노예제가 인정되지 않는 현대 사회에서 약속을 어긴 채무자에게 무한 책임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즉 차입자가 변재 능력을 상실한 경우 강제로 변제를 요구할 수 없다는 유한책임의 원칙이 존재합니다.

이처럼 사법제도에 한계가 있으므로, 은행들은 약속 이행을 강제할 목적으로 차입자를 신용 파탄자로 지정해 일체의 금융 거래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즉 계약을 불이행한 자에게 거래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즉 계약을 불이행한 자에게 거래의 지속을 거절하는 것 외에도, 다른 금융기관에 이 사실을 알려 금융 접근을 봉쇄하는 식의 제재를 가합니다. 이로써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자는 사회적 신용을 상실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그 누구와도 금융거래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제적 제재는 계약을 이행하게 하는 유인으로 작용합니다. 약속을 깨는 것으로 일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평판을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판단해 자발적으로 약속을 지키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금융기관은 대출을 제공한 이후에도 계약 불이행의 소지가 있는지 끓임 없이 감시하며, 필요하면 거래를 중단하는 조치도 취합니다. 은행으로서는 이것이 더 큰 손실을 막는 최선의 방책입니다. 이를 위해 은행은 사전 심사와 마찬가지로 사후 심사를 위해서도 전문적인 조직을 갖추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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