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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냐, 유로냐, 위안이냐? 기축통화

국제 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에서 기본이 되는 화폐

국제 외환거래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기축통화'입니다. 기축(基軸)은 '어떤 사상이나 조직의 토대, 중심이 되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기축통화는 결국 '국가 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에서 기본이 되는 통화' 라는 뜻으로, 미국 예일대학 교수 로버트 트리핀이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입니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대표적인 기축통화는 무엇일까? 바로 미국 달러화입니다. 달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경제국으로 부상한 미국이 전 세계 금융과 통화의 주도권을 쥐면서 자연스레 기축통화 자리를 꿰찼습니다. 영국 파운드화도 영어권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축통화입니다. 결국 '기축통화 = 달러화 + 파운드화'라는 등식이 성립됐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 같은 패러다임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에서 단일통화인 유로화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유로화는 1995년 12월 1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15개 회원국이 1999년 1월 유럽 경제 통화동맹(EMU)을 출범시키고, 단일통화의 명칭을 '유로'로 하기로 합의하면서 탄생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EMU를 맺은 유로존 19개국 이외에 유로화를 쓰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몬테네그로, 바티칸, 산마리노, 안도라, 모나코 등 유럽 내 소국가들이 유럽 중앙은행(ECB)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유로를 공식 화폐로 쓰고 있으며,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추진 중인 코소보도 이미 유로를 공식 화폐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달러화를 사용하는 국가가 종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음을 뜻합니다.

이에 따라 미국 달러화가 세계통화의 대표라는 간판이라는 말도 점차 옛말이 돼가고 있습니다. 물론 달러화가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아직까지는 유로화나 심지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인 일본 엔화의 영향력도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옛날과 같은 명성과 영향력을 누리기에는 그 세력이 많이 약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이 전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영광을 경험한 상당수 미국 정치인과 일반인들은 달러화의 세력이 약해진 지금 상황을 맞이하면서, 어쩌면 2000년 3월 9일에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을 떠올리며 아쉬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그날, 남미 에콰도르의 구스타브 노보아 대통령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자국 통화 '수크레'를 버리고 달러화를 공식 화폐로 받아들였습니다. 다시 말해 자국 화폐를 포기하고 달러화를 공식 화폐로 받아들이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을 단행한 것입니다. 당시 에콰도르 국민은 이를 두고 경제주권을 내팽개치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전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던 당시 자신들의 위상을 웅변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달러화를 위협하는 존재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위안화입니다. 2015년 12월 1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집행이 사회를 열고 중국 위안화를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SDR은 88개 IMF 회원국이 외환위기를 당했을 때 IMF에서 끌어다 쓸 수 있는 일종의 비상금고입니다. 현재 SDR은 달러, 파운드, 유로, 엔 등 네 개 통화로 이뤄져 있으며, SDR 통화바스켓 구성 비율을 살펴보면 달러화 41.9%, 유로화 37.4%, 파운드화 11.3%, 엔화 9.4%로 달러화와 유로화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IMF의 결정에 따라 중국 위안화는 2016년 10월 1일 IMF의 SDR에 정식 편입됐습니다. 이 조치로 위안화는 신흥국 통화로는 처음으로 미국 달러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유로화와 더불어 세계 5대 기축통화 대열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사실 중국은 세계 최대 무역대국이자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경제대국입니다. 물가 수준을 감안하게 계산하는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에서는 이미 2014년에 미국을 앞질렀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경제력을 감안하면, 이번 위안화의 SDR 편입은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습니다.

물론 SDR에 편입됐다고 해서 위안확 바로 기축통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 금융시장을 개혁하고 개방해서 위안화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탠더드로 올려놔야 합니다. 만일 중국 중앙은행이 중국 정부에 휘둘려 위안화가치가 불안하고 중국은행이 부실하다면 누가 위안화를 보유하려고 할까? 전 세계가 안심하고 위안화를 보유하고 거래할 때 비로소 위안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앞으로 세계 무역에서 달러화나 유로화가 아닌 위안화로 결제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 금융전문가들이 위안화의 SDR 비중이 10% 이상으로 늘어나 달러화, 유로화에 이은 3대 통화가 될 것으로 점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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